▲ 지난 16일 부산시청 옆 자원재활용센터에서 300톤급 초대형 크레인과 100톤급 저상 트레일러가 동원돼 녹나무 이송작업이 진행됐다.

부산 시내 한복판에서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나무 운송작전이 벌어졌다. ‘쓰레기 더미서 찾은 보물급 조경수’란 제목으로 본지(258호)에 소개됐던 녹나무가 20여 일의 운송작전 끝에 부산시민공원에 뿌리를 내렸다.

지난 16일 오전 7시 부산시청 옆 개인이 운영하는 자원재활용센터에서 300톤급 초대형 크레인과 100톤급 저상 트레일러가 동원돼 나무를 들어 올리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녹나무가 생육해 온 장소는 사유지로 부산시 연제구의 도로개설계획에 의해 보상 처리되면서 자원재활용업체 이전은 물론 녹나무도 옮겨져야 하는 상황으로, 약 250만 원이 책정된 나무 처리비를 보상받아 벌목만이 유일한 처리방법이었다.

하지만 소유주가 시민공원추진단에 이식가능여부를 문의했고, 현장조사 결과 좀처럼 보기 어려운 보호수 수준의 고급 조경수로 ‘수령 100년 이상의 녹나무’로 판명돼 벌목 위기에서 벗어나 부산시민공원으로 이식하기로 했다.

이날 운송작업은 이식을 위해 뿌리 주변의 흙을 파내는 ‘분뜨기’에만 20일을 소비하는 등 사전 준비부터 철저하게 진행됐고, 감정가가 1억5000만 원인 고급 녹나무에 상처를 내지 않고, 좁은 골목과 촘촘한 건물 등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실시했다.

운송작업의 가장 큰 난관은 녹나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높이 10m의 전신주·고압선과 빌딩으로 둘러싸인 좁은 골목길이었다. 또한 높이 15m, 좌우 폭이 18m, 무게 40톤에 이르는 녹나무를 상처 없이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보기 힘든 장관에 흠뻑 빠진 시민들의 응원 속에 300톤급 크레인을 동원해 지상 15m까지 녹나무를 끌어올려 100톤급 저상 트레일러로 옮겼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세밀한 작업이었기에 장장 8시간에 걸쳐 이뤄졌고, 이후 100톤급 저상 트레일러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된 녹나무는 시민공원 중앙 잔디광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운송작업을 맡은 대동녹지건설(대표 강완수)의 서정능 전무는 “40톤 무게의 녹나무를 들기 위해선 300톤급 크레인을 동원했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10m 이상의 고압선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심혈을 기울여 작업에 임했다”고 했다.
 

▲ 운송작업은 이식을 위해 뿌리 주변의 흙을 파내는 ‘분뜨기’에만 20일을 소비하는 등 나무가 상하지 않도록 사전 준비부터 철저하게 진행됐다.

퇴근 시간의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오후 11시께부터 시작된 운반작업은 경찰의 호위 속에 진행됐다. 경로는 부산시청~연산교차로~거제로~부산시민공원로, 약 5.5㎞의 도로(편도 4~5차로) 중 3개 차로 이상을 차단해 시속 5~10km/h로 1시간 이상 이동했다.

17일 오전부터 이뤄진 이식작업 또한 대동녹지건설에 의해 이뤄졌다. 또한 녹나무 이식 경비는 장비 임대와 분뜨기 비용을 포함해 총 7500여만 원이 들었으며, 부산시는 ‘녹나무가 3년 이내 고사할 경우 이식·운송 비용의 30%를 되돌려 받고 밑동 직경 50cm의 느티나무를 대신 심는다’는 조건으로 계약됐다.

서정능 대동녹지건설 전무는 “이전에도 대형수목을 이식한 경험이 많이 있지만, 이번 이식과정은 유달리 힘들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부산시민공원을 대표하는 나무가 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녹나무는 사계절 내내 푸른 상록활엽수로 부산시민공원에서 가장 큰 나무로 자리매김하며 어머니와 같이 넉넉한 품과 그늘을 만들어 누구든지 품어주는 ‘어머니 나무’로 관리될 전망이다.

전익성 부산시 시민공원추진단 주무관은 “40톤 규모의 수목을 이식하는 흔치 않은 대규모 이식과정이었다. 부산시청, 경찰, 업체, 시민이 한마음이 돼 작업에 임했기에 문제없이 잘 끝마친 것 같다”며 “이번 이식작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했고, 더불어 부산시민공원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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