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여름휴가철을 맞아 사람들은 어디로 피서를 떠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이번호에서는 계곡이나 강가에서 캠핑을 하면서 물놀이도 즐기고 문화체험도 할 수 있는 휴가철 최고 문화관광 축제가 열리고 있는 거창국제연극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 25회째 맞는 거창국제연극제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17일간 거창군 위천면 수승대관광지에서 열린다. 거창국제연극제는 프랑스의 아비뇽페스티발과 영국의 에딘버러페스티발에 이어 세계3대 연극제로 자리메김해 가고 있는 매력적인 축제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는 수승대관광지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광을 자랑 한다. 수승대관광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가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가족단위 피서객들이 모여들고, 밤이 되면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소리는 밤하늘의 달빛과 어우러져 월광 소나타를 연주 하는듯한 자연의 아름다운 정취에 빠져들 무렵 수승대관광지 곳곳에서는 연극이 시작된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는 수승대관광지는 여름 휴양지로도 손색이 없다. 풍광이 수려하고 물이 맑아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 딱 좋은 곳이다. 낮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밤에는 연극을 통해 문화·예술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이 축제는 최고의 여름철 바캉스 상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거창읍에서 15㎞쯤 달리면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수승대관광지를 만날 수 있다. 수승대는 명승 제53호로 지정된 유명관광지로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에 있다. 이곳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월성계곡과 위천계곡을 거쳐 흘러들어오는 곳에 수승대가 자리잡고 있다. 수승대는 삼국시대에는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사신을 송별하던 곳으로 처음에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하였다 해서 '근심 수(愁)'자와 '보낼 송(送)'자를 써서 '수송대'라 불렸는데, 1543년 정월 퇴계 이황은 수송대의 이름이 지어진 내력을 듣고 이곳의 풍경을 예찬하는 시를 지은 뒤부터 수승대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또한 수승대명승지에는 요수정과 구연서원, 관수루 등이 물과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이룰 뿐만 아니라 거창국제연극제의 무대가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20만여 명이 찾은 거창국제연극제는 유료관객만 해도 3만여 명에 이르는 국내 공연예술계에서 최대 관객을 자랑하고 있다. 거창군에서는 올해 22만 명이 연극제에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국내 최고의 야외연극축제이면서 가장 역사가 긴 거창국제연극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축제공간으로 보유한 공간적 매력이라는 강점을 잘 살려 지난 24년 동안 국내 작품 113개와  40개국 471개 작품을 포함, 총 41개국 584개 공연예술작품을 소개했다고 한다. 또한 2005년 이후 8년 연속 총 관객 15만 명을 돌파, 2000년 이후 누적관객 143만 명의 기록을 갖고 있는 국내 최고의 문화페스티벌로서 이제 성장과 도약의 시기를 거쳐 그 명성과 입지에 걸 맞는 변화에 대한 요구와 함께 새로운 성숙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거창국제연극제는 14개 극장에서 동시에 공연되며, 이중 유료극장은 축제극장, 태양극장, 거북극장, 돌담극장, 자유극장, 거창문화원 등 6곳이 있다. 무료극장은 무지개극장, 은행나무극장, 아트마켓 스테이지, 로터리 스테이지, 거창청소년수련관 등 8곳이 있다. 수승대안에 있는 유료극장은 비가 올 때에도 공연관람이 가능한 메인극장인 축제극장과 추억의 천막극장인 태양극장, 서원과 배롱나무의 공간미를 살린 거북극장, 계곡의 물소리와 별빛을 보며 공연이 가능한 돌담극장, 젊은 연출가들의 전용무대인 자유극장 등 5곳이 있다. 무료극장은 국내유일의 수상무대인 무지개극장 1곳과 500년 된 은행나무가 무대배경이 된 은행나무극장, 수승대 일원 곳곳에서 펼쳐지는 수승대 야외스테이지, 공연이 끝나고 늦은 밤에 이뤄지는 아트마켓 스테이지 등 4곳과 거창읍의 로터리 스테이지, 죽전파크 스테이지 등이 있다. 거창국제연극제 야외극장의 인프라는 400석의 중규모의 극장에서부터 1000석에 이르는 대극장까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어 자연과 함께 즐기는 연극 공연은 더 없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

▲ 돌담극장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국내 최고의 야외연극축제인 거창국제연극제가 ‘연극이 없다는 건 인생이 없다는 것’ 이란 슬로건으로 연극을 통해 잊고 지낸 ‘나 자신’을 돌아보고 삶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하는 콘셉트로 하였다 한다. 이번 거창국제연극제에서는 ‘100인의 햄릿’이 개막작으로 정해졌다 한다. 이번에 선보일 개막작 ‘100인의 햄릿’은 야외축제 형태의 새로운 연출기법으로서 야외극을 선보이게 된다고 한다. 특히 이번 연극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개막작은 물위에서 펼쳐지는 야외공연으로, 한국의 현대예술을 세계에 알리고자 기획된 창작 초연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웅장한 스케일과 원초적인 힘이 우선되는 이 공연은 웅장한 사운드와 현대적 무대효과를 극대화한 연극으로 표현되며, 100명의 햄릿이 출연하는 것은 올해 한국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올해 국외부문에 초청된 단체는 영국, 이탈리아, 호주, 스리랑카, 스페인, 프랑스 6개국 단체이며, 기획공연으로는 러시아, 페루, 중국, 대만 4개 단체가 거창을 찾는다. 또한 국내공식초청(KIFT IN) 21개 단체, 국내경연참가(KIFT OFF) 15개 단체가 수승대 5곳과 거창문화원 등 유료극장 6곳을 포함해 총 14곳에서 성대하게 연극이 펼쳐진다. 낮에는 주 무대인 수승대 무지개극장을 비롯해 은행나무극장, 아트마켓 스테이지, 로터리 스테이지, 거창청소년수련관 등 8곳에서 무료로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연극 공연은 모두 밤에 이루어지지만, 한 낮에 수승대를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국내 유일의 수상무대 무지개극장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해 처음 선을 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전국가족희곡낭독 페스타’와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한 ‘마이타운 페스타’는 연극제를 찾는 피서객들의 참여로 진행된다. 관객들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오르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받을 수 있어 연극을 보는 쏠쏠한 재미를 더하게 된다. 부대행사로는 학술세미나, 평론전, 연극아카데미 워크숍, 공연테마 사진촬영 페스티벌, 연극가면 만들기 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거창국제연극제는 가족단위 휴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방학을 맞이하여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연극작품으로 준비한 ‘어린이 캣츠’는 오리지널 가족뮤지컬로 교훈적인 극의 흐름과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는 물론 주옥같은 노래들로 어린이 캣츠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흰 고양이 라리,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싶은 뚱보고양이 댕글이, 용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겁쟁이 고양이 거비 등 각각의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은 바로 지금 우리 아이와 부모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어린이를 위해 준비된 공연인 트럭투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는 그림형제의 원작동화에 마당극 형식을 빌려 야외에서 펼쳐지는 가족뮤지컬이다. 이 공연은 아이들과 친숙한 네 마리 동물 당나귀 동키, 강아지 도기, 고양이 캐티, 암탉 꼬꾸가 자신들의 꿈을 찾아 음악대가 되고 싶어 브레멘으로 떠나는 모험담을 담고 있다. 또한 극단 파도소리의 ‘토끼가 기가 막혀’는 어린이 마당극으로 토끼와 거북이 설화를 오늘의 현실과 감각에 맞게 패러디한 작품이다. 용궁이 온통 쓰레기로 오염되자 용왕은 그 옛날 뛰어난 지략으로 간을 빼앗길 위기를 모면했던 토끼를 떠 올리고, 토끼를 데려다가 용궁을 구하기로 한다.

또한 격조 높은 정통 연극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가 60여 년 동안 집필한 ‘파우스트’를 원작 등의 격조높은 정통연극을 만나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한국 고전을 현대적 연극으로 극화한 ‘탈선춘향전’, ‘방자전’, ‘춘향은 못 생겼다’, ‘파란만장 옹고집’ 등은 연극 축제의 흥겨움을 더해준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이와 같이 여름휴가철 관광지에서 야영을 하면서 연극도 볼 수 있는 품격 높은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거창의 작은 도시에서 25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연극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결과 이제 거창은 연극의 도시, 문화의 도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거창국제연극제가 세계적인 문화축제로 발돋움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남들이 소홀히 생각했던 연극분야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여 타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화 하여 특화시켰던 것이 주효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피서지에서 야영을 하고, 휴가를 즐기면서 연극도 볼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인적 인프라가 있었고,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사회 및 지역주민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리는 수승대관광지는 50m²나 되는 커다란 거북바위를 감싸 흐르는 맑은 계곡의 물은 짙은 초록의 울창한 숲에 안겨 별천지를 이룬다. 연극의 무대를 서원이나 정자, 물가 등에 자리 잡아 자연을 연극무대로 끌어들임으로써 계곡의 수려한 풍광에 감동하게 된다. 낮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피서를 즐기고 밤이면 별님과 달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연극은 무대에 올려지고, 배우와 관객은 연극에 몰입되어간다. 이처럼 거창국제연극제는 한 차원 높은 휴가문화를 제공하고 있다. 수승대관광지 계곡에는 한여름 밤을 온통 텐트와 피서객 물결로 가득하다. 앞으로 거창국제연극제가 더욱 발전하려면 연극도시로서 산업화를 추구해야 한다. 한 차원 높은 거창연극도시화를 위하여 연극과 관련된 짜임새 있는 인프라 구축과 연극문화 발전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체계도 무엇보다 절실해 보인다.

거창에 가면 4계절 내내 연극을 볼 수 있고 타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저히 모방해서는 경쟁할 수 없을 정도의 진전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물론 조경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연극도시로서의 경관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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