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까치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한 때 저를 길조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할 정도로 평가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한 때는 국민은행의 마스코트로 사용이 되기도 했고, 민속 명절인 설날 전 날은 우리의 설날이라고 과분한 표현을 해줍니다. 절대 저희들이 이렇게 평가를 해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하여간 좋은 이미지를 부여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실 우리 까치는 경계심이 높아서 낯선 사람을 보면 우는데 이것을 보고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하는데 빚쟁이가 와도 울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주로 먹는 먹이는 다른 새의 알과 새 새끼, 쥐, 뱀, 개구리, 올챙이, 작은 물고기 등의 동물성과 쌀, 보리, 콩, 감자,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버찌 등 인간과 비슷하게 잡식성입니다.
1964년 한국일보 과학부의 ‘나라 새 뽑기 운동’에서 영예로운 ‘나라 새’로 뽑혔으며 그 뒤 보호조로 지정하고 포획을 규제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민화 속에도 많이 등장을 했고 칠월칠석날 저희 까치들이 하늘로 올라가 견우, 직녀의 만남을 돕고자 오작교를 놓았다는 전설을 가진 새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제가 언제부터인지 더 이상 길조가 아닌 유해조수로 지탄을 받기 시작 했습니다. 저희는 오래 전부터 숲 속의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인간들이 나무를 베어 버려서 하는 수 없이 전봇대 위에다 나뭇가지 등을 모아서 집을 지었는데 그것이 정전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몰려버렸습니다. 저희가 살던 집터를 강제철거를 해버리고 이주대책이나 임대주택 마련을 안 해줘서 사는 방도를 찾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전기 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과수 농작물에도 피해를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는데 여기에도 조금 억울한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숲이 많아서 나무에 붙어사는 해충들을 주로 먹고 살았는데 숲을 없애버려서 먹을 벌레는 없고 천적도 없어져서 자연히 군식구들만 많아졌고 숲이 있던 자리에 집을 짓고 과수원을 만드니 어쩔 수 없이 농작물을 훔쳐 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감나무에서 감을 수확하고서 까치밥이라고 몇 개 남겨두는데 그거 원래는 전부가 저희들 소유였습니다. 다른 동물이나 조류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던 건데 인간들이 다 가져가고 겨우 몇 개 남겨놓고 배려하는 것처럼 표현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우리 까치들은 육지에만 살았는데 1989년에 아시아나 항공과 일간스포츠가 까치 53마리를 포획해서 제주도에 방사했습니다. 그때 다른 신문과 방송에서도 대대적으로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저희는 졸지에 강제 이민을 가게 돼서 고생하며 살았지만 제주에는 까치의 천적인 매를 비롯한 맹금류가 없고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수박, 가을에는 감귤 등이 많아 잘 정착해서 어느덧 10만 마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농작물 피해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는데 저희 까치들이 언제 제주도로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까?
[김부식 칼럼] 까치가 보내온 편지
- 기자명 발행인 김부식
- 입력 2013.06.2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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