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가슴 아픈 광고가 게재됐다. “이화는 故 하지혜 동문을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제목의 광고가 국민의 시선을 모았다.
스물세 살의 여대생이 공기총 청부 살인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고 살인 교사를 한 가해자는 무기징역형을 받고도 병원 특실에서 호의호식을 하고 있는데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용납되지 않는 법 앞에서 평등하게 심판받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애절한 호소가 담긴 광고였다.

사건은 11년 전에 중견기업 회장 부인이 판사인 자신의 사위와 그의 이종사촌 여동생의 관계를 의심하여 킬러를 1억7000만원에 고용하여 공기총으로 살해한 것이다. 범인으로 확정된 회장 부인과 살인 가담자 2명은 모두 무기 징역을 선고 받았는데 지금 회장 부인은 하루에 200만원이 넘는 병원의 특실에서 계속 지내는 것이 맞는 처사인지 공개 질문이 된 것이다. 신문광고가 나가고 한 방송사의 고발 프로그램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회장 부인은 형집행정지 기간이 남았는데도 다시 교도소로 재수감됐다.

이대생들의 광고가 계기가 된 ‘사모님 사건’은 여러 가지 사회적 병폐를 노출 시켰다. 첫째는 우리 사회의 매매혼의 자화상이 드러났다.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판사가 되자 마담뚜의 거래 대상에 오르고 이를 돈으로 사려는 허영심 많은 사모님이 손님으로 등장한다.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판사가 매매혼을 하게 되자 사모님은 남자 부모에게 7억이 건네고 마담뚜에게는 10% 정도의 성사 사례금이 지불되기로 한다. 여기서 7억은 흔히 ‘지참금’이라고 불리운다.

둘째, 살해 사건을 야기시킨 가장 중요한 발단인 결혼 성사사례금의 증발이다. 여자 측에서는 절반을 지급했으나 법을 너무나 잘 아는 판사는 나머지 절반을 떼어먹어도 법적인 하자가 없으므로 부모에게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마담뚜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약정위반과 배은망덕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래서 마담뚜 측에서는 사모님에게 “판사가 다른 여자를 사귄다“고 고추 가루를 뿌렸다. 그 말을 들은 사모님은 판사 부모에게 항의를 하여 7억의 절반인 3억5000만원을 돌려받았다. 그야말로 배신과 음모와 검은 돈거래의 막장이다.

셋째, 지참금의 절반을 돌려받아도 분이 안 풀린 사모님은 판사의 우유부단한 변명으로 인하여 지목된 불륜의 대상인 여대생과 그의 아버지를 살해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운전기사인 조카와 그의 친구를 돈으로 킬러 고용을 한다. 돈으로 사람의 목숨을 거둘 수 있다는 사모님의 의식구조가 기가 막힐 뿐이다.

넷째, 완전범죄를 못 이룬 세 사람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구속되는데 돈 많은 사모님은 변호사를 킬러에게 붙여줘서 회유를 하고 자신은 무죄가 되기 위한 각본을 짜서 항소를 했는데 판결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사모님의 돈에 고용된 양측 변호사는 사기 항소의 진실을 모르고 재판에 임했는지 의문이다.

다섯째, 40여 차례나 병원 출입을 할 수 있도록 진단서를 발부해준 의사선생님은 사모님의 돈에서 자유로웠을까? 머리 좋은 변호사, 의사가 돈 때문에 양심을 팔아버리는 배금주의는 우리 사회의 살아가는 가치관을 잃게 만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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