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조차 담기에 창피한 공직자의 경거망동이 온 나라를 한동안 들쑤셨다. 각 언론기관마다 경쟁적으로 성추행 상황을 전개하고 예측하며 톱뉴스로 보도에 열을 올렸다. 좋은 소식도 자주 들으면 지겨운 법인데 열흘이 넘도록 매스컴에 오르는 추잡한 얘기가 온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망신스러워했다.

사건의 노출과 청와대 홍보수석의 브리핑 그리고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으로 이어진 진실공방은 청와대인사 시스템에 까지 문제를 삼게 됐고 박대통령의 첫 순방외교인 미국 방문의 성과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큰 오점을 남겼다.

몇날 며칠 동안 하루 종일 TV에서 망신스런 사실만 중점 보도를 하니 자녀들과 함께 뉴스를 보는 것이 겁나는 지경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시각으로 봐야할 것이 있다. 우리 언론의 취재 과욕으로 인한 국민 정서의 폐해와 취재원 주변의 인권은 고려의 대상이 아닌 듯하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대통령 선거기간 중 한 종편 방송에 연속 출연하여 야권 후보단일화를 빗대어 ‘더티한 작당‘이라고 비하하고 야권을 지지한 유력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창녀’라는 등 상대방의 명예훼손과 굴욕을 주는 막말을 구사하는 장면이 TV화면에 나왔다. 시청자들이 객관적으로 듣기에 거북한 막말이 계속 방영됐다. 이 때문에 ‘깃털 같은 권력 나부랭이를 잡았다고 함부로 말을 해도 되는가’라는 반발도 생겼다.

“제가 쓴 글과 방송으로 상처 입은 많은 분들에게 깊이 송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인수위 대변인 취임시의 사과 발언 한 마디로 상처를 입은 분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간에 언론을 통해서 그의 말들이 국민 모두에게 노출이 됐으니 엎지러진 물을 물동이에 다시 퍼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은 모습이 됐다.

이번에는 반대로 그가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용서받기 힘든 행동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실추됐다.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고 진실공방을 일으키는 과정을 우리 언론이 적나라하게 보도하자 한국주재 특파원을 통해서 세계 각국에 잘 알려졌다. 심지어 북한까지도 이번 사태를 조롱하고 나섰고 그들의 체제선전에 수치스런 빌미를 제공했다.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셈이 됐다.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생긴 과욕은 때로는 비극을 야기할 수 있다. 윤 전 대변인이야 그렇다 치고 사건과 관련이 없는 가족에게는 말 할 수 없는 비극인데 기자들의 스토킹취재가 도를 넘고 있다. 한 일간지 1면에 게재된 망원렌즈를 이용한 사진은 윤 전 대변인으로 보이는 아파트 거실안의 희미한 남자를 보여주는데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며칠 뒤 태풍이 부는 것도 아닌데 거실 유리창에 신문을 붙여 놓은 사진이 다시 실렸다. 그의 집안이 노출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한 것인데 이마저도 전 국민에게 공개됐다. 아들에게 마이크를 들이 대고 오열하는 부인의 모습을 방영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언론이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생명이지만 사안의 경중을 헤아려서 보도를 해줘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보도의 균형과 공익성 그리고 신중한 자세를 가져야 함을 더욱 더 느끼게 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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