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호(동국대 교수/(사)한국고도육성포럼 회장)
봄의 중턱에 들어선 프랑스 중부 르와르 강변의 푸르름은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이 곳 언덕에 자리 잡은 쇼몽고성 일대에서 개최된 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을 보면서 우리의 정원 문화가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본다.

올해로 22회를 맞는 쇼몽국제정원페스티벌은 국제 공모를 통해 모아진 다양한 아이디어로 조성되었다. 국제정원페스티벌은 정원전문가들의 아이디어 경연장으로 하나의 주제를 정하여 각자의 정해진 정원디자인에 반영 한다. 올해의 주제는 ‘감각 : Sensations'으로 풀어내기 쉽지 않은 주제로 정원을 조성했다.
1992년에 시작된 정원페스티벌은 조경과 정원과의 만남의 장으로 정착되었다. 전세계의 정원 전문가들이 제안한 작품은 다양한 분야의 심사의원들로 구성된 평가단에 의해 우수한 20여개의 작품들이 뽑혔다. 올해는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각국에서 참여했기 때문에 어느 해 보다 풍성한 국제적 행사로 개최되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과학적이고 예술적이며 혁신적인 작품들이 선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 주어진 주제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풀어 나가야 하는 관계로 작가들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이면서 대담하거나 몽환적인 작품들을 보여 주고 있다. 이번에 정원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들은 정원을 걸으면서 보고, 느끼고 만져보면서 맛보기도 하는 대상으로 다루었다.

공기는 바람의 결을 따라 흐르고 그림자와 빛은 여기에 맞추어 변한다. 추위와 더위, 솟아오르기도 하고 푹 꺼지기도 하며 액체와 고체, 평평함과 가파름, 움직임과 온화함, 외치는 소리와 속삭임들과 같은 느낌이 동시에 또는 차례로 일어난다.

정원에 심겨진 식물들은 식용이 가능한 것과 혹은 향신료의 향을 가지고 있다. 꽃들은 설탕이나 꿀 또는 바닐라의 맛이 난다. 식물의 잎은 맛과 풍미, 향기가 잘 혼합된 부드러운 느낌으로 다가와 보는 이로 하여금 초콜릿의 달콤한 맛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정원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들이 담고 있는 내용을 음미하면서 눈과 손으로 느껴보면 작가가 의도하는 속삭임을 들을 수 있고 우리의 영혼을 매혹하는 정원에서 우리를 사로잡는 감각을 만나게 된다.

쇼몽정원페스티벌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개념의 정원을 담으려고 노력하였으며, 화려하지 않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주는 정원을 만드려 한 흔적이 돋보인다.

쇼몽에서는 유럽의 정원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하려한 통경축의 형성이나 과도한 수목 전정을 가하여 조형성 돋보이게 한다거나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화려한 색채의 꽃으로 장식화단을 조성하는 기법은 보기 어렵다. 그러나 정원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사색하고 여운을 남길 수 있는 내용 있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쇼몽정원페스티발 전시장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원을 사랑하는 일반인들이다. 가족과 함께 혹은 부부가 손잡고 안내판을 읽고 작가의 의도를 음미하면서 전시장을 도는 모습은 꽤나 진지해 보인다. 간혹 전문가 그룹으로 보이는 여럿이 모여 앉아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는 설명에 열심이다.

쇼몽의 정원페스티벌을 보면서 최근에 우리의 조경계에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정원을 생각해 본다. 우리의 정원은 그동안 대형 프로젝트의 물량 공세에 가려져 존재감을 갖지 못했다. 그저 동네 화원에서 취급하거나 간혹 부유층의 과시용 수단 정도로 여겨졌다. 기능적이고 시각적인 공공 디자인에 함몰된 조경디자인 관행에서 탈피하여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고 다가가는 정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의 정원은 대중과는 거리가 먼 가진 자의 전유물이 되어 버렸다. 정원은 부를 과시하는 증표인양 값비싼 고급 정원수로 치장하기에 급급했다. 산업은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비즈니스를 추구하였다. 그래서 정원하면 사치품이 되었고 대중들과 멀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 일부 조경전문가들이 정원을 작품으로 보기 시작했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대중의 곁으로 다가 가기 시작했다. 경기농림진흥재단이 주최한 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정원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우리 땅에서 정원을 주제로 처음 시도된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정원을 대중 속으로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되리라 기대된다.

정원의 대중화에 조경관련 학회와 단체가 앞장서길 기대한다. 물론 학문의 발전을 위한 이론적인 연구도 중요하다. 그러나 학회가 앞장서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을 체계화 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전통정원이 담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정립하고 홍보해야 한다. 산업계는 일반인이 부담 없이 정원을 만들고 가꿀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때 마침 이번에 한국조경신문에서 정원전문 잡지인 ‘가드닝’ 창간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정원을 조경의 전문 영역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