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 장관이 방한하여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에 대한 질문에 “지하철에서 4G 와 와이파이가 되는 것이 신기했다“라고 했다. 실로 대한민국의 디지털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해서 세계의 IT강국으로 등장했고 국가발전과 국격 신장의 견인차가 됐다.

그러나, 그가 한국의 지하철을 잠시만 더 타보면 다시 신기한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지하철 승객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서 화면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텔레비전이 확산 보급되고 나서 선진사회에서는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못지않게 텔레비전 중독이 만연되고 있으며 그것은 비판 의식이나 선택능력이 부족한 계층이나 어린이에게 특히 심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전자시대에 접어들면서 컴퓨터 증후군이니 게임 증후군이니 하는 여러 가지 병적증상이 나타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온 국민이 디지털시대를 맞이하면서 디지털 치매를 겪게 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독일의 유명한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가 방대한 분량의 자료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디지털 치매’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디지털 치매’는 컴퓨터, 스마트폰, 비디오 게임, 텔레비전 등의 디지털 미디어와 SNS의 과용으로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현격하게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치매’는 무능함의 증가로 인해 정신활동을 이용하고 제어하는 능력을 퇴화시키고 삶의 질이 저하되고 건강악화로 이어져 조기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어린이들에게도 생겨서 집중력장애와 읽기장애 및 사회적 고립까지 관찰된다니 걱정이 많다. 2015년부터 모든 취학아동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여 교육한다는데 이를 첨단 교육시스템이라고 자랑할 것이 아니다. 마우스 대신 종이와 연필을 쥐어주고 스크린을 볼 것이 아니라 책을 보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 전자계산기로만 곱셈을 계산한다면 조기 IT교육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매우 심각하다 할 것이다.

성인의 경우도 디지털 친화가 만든 폐해가 많다. 노래를 부를 때 끝까지 가사를 안보고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개 없고,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별로 없고 가족의 전화번호도 단축키를 누르면 되므로 외우지를 못하고, 자동차 여행을 할 때도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움직이기가 어렵다. 전날 먹은 메뉴가 생각나지 않고 예전에 만난 사람을 처음 본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 가 많다.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손가락으로 문자 메세지나 키보드 입력이 더 편하게 느껴져서 하루에 100자 이상의 글씨를 펜으로 써본지가 오래다.

인간이 편하고자 만든 디지털이 거꾸로 인간의 능력을 퇴화시키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가까운 길도 자동차를 타던 것을 걸어서도 가보기도 하고, 명상을 즐기며, 기억하고 외우는 일을 반복해야하며, 직접 손으로 써보고, 신문이나 잡지를 폭넓은 눈으로 보는 등의 아날로그 방식을 겸용해야 신체기능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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