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조경분야 타 분야와 연계 통해 시장 넓혀야
김정윤, 조경감리권 필요…설계관행 야합 사라져야
박상규, 조경의 키워드 ‘소통’…시민단체 마인드 필요
안승홍, 학교·업계 간극 좁히는 중…‘정원’으로 조경알려야
온수진, 시민참여 다양해져…조경인 적극적 참여필요
정대헌,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계기 되길


“젊은 조경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조경인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이 ‘젊은 조경가’를 언급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창간 5주년을 맞은 한국조경신문이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가 필요한 이 때 또 불현 듯 스친 단어가 ‘젊은 조경가’였다.

조경계가 위기를 논하고, 돌파구를 찾기 위한 첨병이자 밑바탕이 ‘젊은’ 이들의 목소리라면 5주년 특별한 이야기는 이들 ‘젊은이’들로 꾸며야겠다는 심산이었다.

불평도 좋고 칭찬도 좋다. 날 것도 좋고 뜨거운 것도 상관없다. 다만 ‘젊은 조경가’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라면 조경의 오늘과 미래를 가늠하기에 충분히 의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조경가’ 5명을 일단 한자리에 모았다. 무엇을 이야기할지, 어디까지 이야기 해야할지 정하지 않았다. 다만 비교적(?) 젊고 그 분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조경인이기만 하면 됐다.

조경이라는 이름 아래 공무원, 학계, 설계, 시공, 시설물, 생태복원 그리고 언론까지 각자 몸담고 있는 곳이 제각각인 이들 6인이 거침없이 조경의 오늘과 내일을 말한다. <편집자 주>

(참석자)
김동수 디자인 로빈 이사
김정윤 오피스박김 소장
박상규 수풀리안 대표
안승홍 한경대 교수
온수진 서울시 선유도공원관리사업소 소장
정대헌 한국조경신문 편집국장

 

▲ 한국조경신문은 창간5주년 기념으로 '특별좌담회 - 젊은조경가에 듣는다'를 진행했다.


“현실적이고 다양하며 화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해달라”

“현실적이고 다양하며 화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해달라”

 

정대헌 : 한국조경신문이 창간한지 5년이 됐다. 하지만 창간할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조경계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이번 좌담회는 앞으로 조경계를 이끌어갈 젊은 조경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됐다. 보다 현실적이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으면 좋겠고 이런 자리를 통해 조경분야의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김동수 디자인로빈 이사

김동수 : 그동안 시설물업계에서 15년 정도 일했다. 예건에서 일을 시작했고 최근까지 고려조경에서 근무했으며, 구조적 문제로 분리된 디자인로빈을 올해 3월에 오픈하게 됐다. 현재 디자인로빈의 이사직을 받고 있으며, 기술쪽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김정윤 : 설계사무소 오피스박김의 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에서 일한지는 7년째이다. 최근 2~3년은 한강 양화공원 등 서울시 일을 많이 했고, 우리 회사는 정원에서 공원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불러주신 취지에 맞도록 설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하겠다.

박상규 : 사실 우리 회사는 조경회사라기엔 난해한 부분이 있는 회사이다. 숲을 위한 회사, 수플리안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실 조경계에서는 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더 솔직한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다.

안승홍 : 한경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조경사, 조경설계 등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조경산업진흥법에도 관여를 하고 있고, 이전에는 환경조경발전재단 사무국장을 역임하기도 했기에 이 자리에 불러준 것 같다. 서로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화끈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오가면 좋겠다.

온수진 : 서울시에 들어와서 공원 조성관리 업무를 15년 이상하고 있다. 지금은 선유도공원관리사업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주 업무는 공원의 관리지만 그 외에 서울시의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교수님들 연구 제대로, 써먹을 학생도 없다”

 

▲ 김정윤 오피스박김 대표

박상규 : 학계에 있는 교수님들이 용역위주로 일하다 보니까 기초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일례로 과거에 시공을 하며 멀칭에 대한 문제가 있었는데, 발주처에서 조경시방서 기준으로 진행하라고 하는 것이다. 10년 전 시방서는 현장에서 적용하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냥 일 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들이 바쁘신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정말 필요한 연구를 할 시간은 확보하셔야하는 것이 아닌가.

 

안승홍 : 물론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최근에도 시방서 관련 일을 했는데, 문제점을 많이 발견했었다. 하지만 교수들도 취약한 부분이 있기에 업계에서도 많이 도와줘야한다. 또한 학교도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많아졌다. 교육환경도 점점 변하며 교수들도 도저히 연구를 시작할 시간이 없을 때도 많다. 학교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정대헌 : 조경계가 어려워지면서 학생들도 취업의 기회가 적어지는 것 같다.

김정윤 :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입장은 신입사원을 뽑기가 너무 힘들다. 뽑아서 열심히 가르쳐도 1년만 하고 다 퇴사한다. 한마디로 일을 하게 만들어 놓으면 나가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중요한 것이 공간감을 가르쳐야 할텐데 요즘 신입사원들을 보면 포토샵만 배워서 오는 것 같다. 설계에 따라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른다. 차라리 건축학과 출신 학생들이 공간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한 것 같더라.

 

▲ 박상규 수풀리안 대표

박상규 : 우리도 마찬가지다. 직원을 뽑으면 창의적이지도 않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적이지도 못한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패기 없이 무엇인가에 움츠려든 느낌이 든다.

 

김동수 : 최근에 복리후생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많은 돈과 경력을 쌓는 것보다는 정시에 퇴근시켜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 대해 이해하기에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왠지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설계 분야처럼 야근이 만성이기도 하고.

김정윤: 그렇지 않다. 그런소리하면 큰일난다.(웃음)

안승홍 : 학생들은 사회에 처음 나갔을 때 혼란을 느끼고, 업계에서는 ‘대학에서 뭘 가르쳤나?’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는 취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만을 가르칠 수는 없다. 또한 기사자격증을 위해 공부해야할 과목도 있고, 조경대전 등에 관련해서도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학교와 업계의 간극을 줄이고자 교과목을 개정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감리도 못하고 설계변경은 뒤죽박죽. 높으신 분들 참견 좀 그만”

김정윤 : 공공프로젝트와 기업프로젝트는 다르다. 기업에서는 성과가 있다면 확실한 지원을 해주지만 공공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설계자가 도면을 제출하면 끝났다고 생각하고 현장에 오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또한 실시설계 감리권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 온수진 서울시 선유도공원관리사무소장

온수진 : 감리권을 주는 것은 아직까지는 조금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선유도 공원을 설계했던 정영선 대표와 같이 일부를 빼고는 일반적으로 설계하는 사람들은 감리권이 없이는 자신이 설계한 공원에는 오고 싶지 않아하는 게 사실이다.

 

또 다른 문제는 많은 돈을 들여서 설계를 마쳤는데 다시 설계를 해야 하는 경우, 다른 설계자에게 일을 줘서 결국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처음부터 하는 문제도 있다.

김정윤 : 우리도 비슷한 사연이 있다. 설계를 끝냈는데 시민단체와 기타 단체들이 반대여론을 형성하고 결국은 설계변경이 됐다. 결국 담당공무원도 바뀌고 다른 설계자에게 넘어갔다. 설계의 가치가 좀 더 중시될 필요성을 느꼈다. 또한 원설계자가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설계변경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 콘셉트는 항상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설계를 지키려 자비를 들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지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박상규 : 조경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는 지자체장이다.(일동 웃음) 설계변경 너무 쉽다. 공간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 각 시마다 시장이 좋아하는 나무를 많이 심는다. 환경에도 적합하지 않아 결국 고사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좋아하는 나무는 항상 심어야 한다. 그 다음 전문가는 공무원이다.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은 지역사람이만 결국은 공무원들의 자의로 행해지는 경우도 많다.

 

▲ 정대헌 한국조경신문 편집국장

정대헌 : 5년전 조경신문을 창간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감리문제였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선 언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박상규 : LH공사엔 신기술·특허기술이 들어가지 못한다. 정부에서 중소기업에 신기술을 개발하라고 돈을 주면서, 또 다른 정부단체에서는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시민참여, 정원, 도시농업 등 새로운 키워드 주목하라”

안승홍 : 조경계의 양적성장이 거의 끝나가고 조경시장이 많이 위축됐다. 이제는 조성의 시대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경의 주 고객이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민간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시민들은 아직까지 조경은 나무 심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시민들에게 조경을 알리기 위해선 ‘정원’이란 키워드가 중요하다. 조경분야에서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지금 드러난 가장 쉬운 길은 ‘정원’인 것 같다.

김정윤 : 시민참여는 굉장히 중요하다. 결국은 그들이 이용해야 하는 시설인데 지금에서야 말하는게 오히려 잘못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시민들은 조경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나무를 심는 것은 쉽지만, 어디·어떻게 심고, 생태적 영향을 따지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이런 것은 전문가가 해야 한다.하지만 재능기부란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설계자의 아이디어를 착취하는 건 문제다.

박상규 : 조경이 시민참여로 시민과 함께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숲을 만들 때 완벽한 모습을 꿈꾸지 말고, 앞으로 커가는 것을 예상하고 거기까지만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조경가는 사람들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조경의 키워드는 ‘소통’이다. 장기적으로 조경이 ‘시민단체’의 마인드로 다가가 사람들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할 것이다.

도시농업은 밥그릇 싸움인 것 같다. 원예를 하는 사람들은 일자리에 한계도 있고 시장도 작기 때문에 도시농업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고, 도시농업을 처음 주도했던 시민단체 또한 도시농업에 혈안이 되있다. 이렇기에 조경에서 도시농업에서 앞장서기는 어려움이 있다. 도시농업과 마찬가지로 산림 쪽에서 하고 있는 도시숲에서도 조경이 끼어있는 입장인 것 같다. 이러한 점은 우리가 극복해야할 문제점이다.

온수진 : 시민참여가 다양해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조경인들의 재능을 이런 다양한 행사에 기부해서 시민과 함께 하는 사례가 좀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도시농업은 정원산업과 밀접하다. 도시농업을 발전시키면 정원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생산’의 기쁨을 맛보게 되고 이런 행위에 즐거움을 찾는다면 텃밭은 물론이고 꽃을 심는 정원도 당연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사람들에게 생산을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모든 공원에 작은 텃밭 만들기를 주장하고 있다. 작은 공간으로 시작하더라도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결국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조경에서 도시농업을 끌어안지 않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 안승홍 한경대 교수

안승홍 : 도시농업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무엇이 좋다, 나쁘다고 하기 힘든 사항인 것 같다. 또한 조경에서도 도시농업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아직 초기단계이고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농업의 경우 이렇게 생각한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광교 도시공원을 예를 들 수 있다.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공원에 텃밭을 설계했다. 하지만 의외로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그 이유는 타 지역사람들이 몰려서 차가 막히고, 고가의 소나무가 아닌 텃밭을 조성한 것이 아파트가 가격을 떨어뜨리고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행위라는 것이었다.

원론적인 접근도 좋지만 아직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선진국만큼 높지 못하기에, 부동산에 민감한 한국인의 마인드에 맞춘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현재 서울시에서 자투리땅에 조성하는 텃밭은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농업’이 ‘조경’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시농업을 도시농업처럼 보이지 않도록 특색있는 농업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동수 : 텃밭의 경우에는 운영이 중요하다. 또한 운영콘텐츠를 누가 만드는가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도시농업은 생산적인 측면보다 배움의 측면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도심에서 배우고 교외로 나가서 실천하는 것이 옳다.

“조경의 미래, 건전해지고 소통해야”

김정윤 : 조경의 태생적인 선함에 주목하고 이전의 반성할 부분을 반성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조경계가 건전해야한다. 설계분야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야합이나 무리지어 행해지는 것들이 사라져야한다.

건축계에서는 서로 건전한 비평이 존재하지만 조경계에서는 서로간의 비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조경신문이 앞으로 좀 더 강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온수진 : 조성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이제는 관리의 시대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 연구하는 교수님이 적은 것도 문제이다. 조경신문에서는 시민단체들을 재조명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시민들에게 좀 더 알리는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김동수 : 오세훈 전 시장 때 디자인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들이 시설물업계에 많이 뛰어들었다. 이전부터 존재하던 회사들은 크게 반대했었지만 결국 제품의 질에 있어서 많이 성장했다. 결국 시장이 커진 것이다. 조경도 다른 분야와의 연계를 통해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경신문은 항상 부지런히 보고 있다. 색다른 시각에서 조경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는 것같다. 앞으로도 재미있고도 진중한 신문이 되길 바란다.

박상규 : 조경의 미래는 ‘소통’에서 찾아야한다. 조경을 시민운동가의 정신으로 접근한다면 그 영역을 더욱 넓히고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다.

또한 박람회를 공원에서 개최했으면 좋겠다. 굳이 실내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조경신문에서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공모전을 더 자주 개최해줬으면 한다.

안승홍 : 2007년부터 지금까지 조경법을 만들기 위해 여러 교수님들과 업계의 많은 분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과를 가지고 반대를 하는 조경인들도 생기고 있지만, 조경을 지키기 위해선 조경법이 꼭 필요하다.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을 해주고 좀 더 지켜봐줬으면 한다.

조경신문이 이런 뜻깊은 자리를 좀 더 자주 만들어서, 앞으로도 다양한 목소리가 현장까지 들릴수 있도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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