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목사, 정치인, 체육인, 예술인, 유명강사, 고위공무원, 가수라는 직업군이 공통으로 사회에서 지탄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표절이다. 대통령비서실장, 장관, 경찰청장이 청문회에서 학위 논문 표절에 대해서 시비가 잦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박사학위에 목을 매는 지경이 됐는지 한심스럽다. 정직과 윤리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목사와 교수가 스펙 쌓는데 혈안이 되어 양심을 무너뜨리고 남의 지식을 훔치는 일이 무감각하게 행해진 것이다.

작년 4월 동유럽 헝가리의 슈미트 팔 대통령의 박사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더니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자신을 속인 사람은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을 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사학위를 수여한 대학 총장도 사임했다.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절반이 좀 넘는 나라가 추잡한 모습을 유지하기가 창피해서 최소한 자존심을 지키는 행동을 했다. 어느 여자 인기 연예인이 석사논문이 표절 논란이 있자 쿨하게 석사연예인임을 포기했다.

표절박사라는 오명이 따라다녀도 박사라는 호칭이 영예스러운지 그냥 안고 사는 박사들이 존재하는 나라에서 바르게 자라라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말하기에 너무 부끄럽다. 문제가 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국회의원은 아직도 버젓이 국회를 드나들고 모 예술대학의 교수 여러 명은 표절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표절교수에게서 수업을 듣고 시험답안지를 제출하고 평가를 제대로 받는지 의심스럽다.

외국의 예술대학에서는 교수를 채용할 때 석·박사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예술은 학문과 다르다는 이유이고 예술가의 역량은 예술성에 있다는 이유다. 기술계통에서는 기술이 뛰어나고 경력이 많은 기술자가 학위가 없어도 교수로 활동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야 전문분야에 대한 인정이고, 기술이나 예술을 배우려는 후배들에게 제대로 전수해주는 것이다. 학문은 학문으로 기술은 기술로 구분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얼마 전 서울대 교수가 논문표절로 사직했고, 고려대 총장이 취임 두 달 만에 사퇴했는데 아직 표절을 안고 사는 철가방이 많다고 한다.

우선 고쳐야 할 것이 우리 사회의 박사 신드롬이다. 너도 나도 박사가 되어서 학력 인플레가 되어 잘살게 된다면 좋겠지만, 박사 이면에는 여러 가지 사연과 정책이 맞물려서 학문보다는 스펙용으로 전락이 되어버리는 것이 문제다. 일부 대학에서는 유명인을 학위과정에 유치하는 것이 전리품인 양 선전을 하고 학위장사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으니 순수해야 할 상아탑이 표절 때문에 병들어가고 있다.

자기 논문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도 모르고 틀린 토씨까지 베끼는 ‘Ctrl+c’ 박사는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해친다. 아무리 좋은 결과가 나왔더라도 과정이 불합리하고 도덕성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골프 경기에서 타수를 속이거나 오기를 하면 곧바로 실격 처리되고 다음 경기에 나갈 수가 없다. 왜냐면 정직하지 않으면 공정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표절논문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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