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대 영남대 교수
“컬러풀대구라지만 도시 전체가 전부 우중충하고 회색인데, 좀 더 컬러풀해야 될 것 아닙니까?” 은근히 꼬집는 지적에 답변이 궁했다. 이러한 지적은 의회에서든, 일반시민과의 자리에서든 심지어 일부 전문가모임에서든 자주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답은 알고 있었지만, 답하기가 변명만 같았다. 이론을 들먹이며 구구절절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행정일선에서 때로는 속으로 삭혀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은 일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공복의 입장에서 자기업무를 긍정적으로 방어하고 발전시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한다.

아무튼 대부분 사람들은 ‘컬러풀대구’라 하면, 대구 자체가 울긋불긋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었다. 심지어 거리의 비어있는 벽마다 화장하듯 벽화도 그리고, 시설물마다 색감이 있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나는 난감했다. 비록 거리예술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거리곳곳마다 특정한 주제의 원색그림으로 채워지는 것은 반대했다. 결국 ‘도시벽화’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화작품과 일반도색을 구분하고, 대로변 등 설치불가능한 곳을 만들어 가능하면 소규모로 특정 이면지대에 제작되도록 하는 내용을 주지시켰다. 그럼에도 여전히 ‘컬러풀대구’에 대한 오해 아닌 오해가 많았다.

대구의 도시브랜드슬로건인 ‘컬러풀대구’는 여러 차례 논의와 절차를 거쳐 이미 2004년 말 확정된 바 있다. 그 의미는 다양성, 젊음, 활력, 경쾌함을 뜻하며 발전적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특히 색채는 다양한, 다채로움을 의미하여 젊고, 밝고, 멋지고, 화려하고, 활기찬 도시이미지를 제공하여 다양한 모습의 발전적인 대구를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의 캐릭터로서 ‘패션이’가 개발되었으며, 이후 공동브랜드로서 ‘쉬메릭’, ‘대구스타기업’, ‘팔공이노벨리’, ‘나드리콜’, ‘대찬맛’, ‘메디벨리’, ‘컬러풀축제’ 등이 전담부서중심으로 속속 개발되었다. 더불어 시의 주요부서마다 추진하는 대형사업의 브랜드와 슬로건을 내세웠으니, 기본적으로 ‘녹색도시 대구’를 표방하되 첨단의료복합단지조성과 더불어 ‘메디시티 대구’가 내세웠고, 궁극적으로 대구시정의 비전으로서 ‘글로벌지식경제도시 대구’를 설정한 터였다.

이러한 와중에 도시디자인총괄본부 설치 2년이 지나면서, 나는 주무계인 도시디자인계를 도시브랜드계로 명칭을 바꾸는 소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활동하면서, 지방에서도 도시이미지와 브랜드도 관리가 크게 부각되던 시점이었다. 중요한 것은 도시브랜드라는 명칭을 우리 본부에 가져온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구시브랜드관련 업무가 기획관리실, 공보관실 그리고 본부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니 관리가 산만하고 효율이 낮았던 차에, 결국 조율하여 떠안았던 것이다. 직원은 마치 일이 더 늘어난 것처럼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는 시정전체를 아우르는 도시브랜드업무를 가져옴으로서 본부의 총괄기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대구광역시 도시브랜드 가치제고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이에 따라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도시브랜드위원회’를 구성하여, 각계 전문가를 모셨는바, 잠재력을 미리 알아본 덕인지 나중에 이 위원 중에 국회의원도 나오게 된다. 아무튼 여러 브랜드관련 시정을 자문하고 조율하는 한편, 대구광역시 도시브랜드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몇 이유로 우선 이 첫 계획은 각 기관과 부서에서 시행 중인 유관계획 또는 관련사업 중 대구의 브랜드를 드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수집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렇듯 브랜드관리처럼, 저예산사업 또는 소프트디자인프로젝트의 하나로 발굴하려는 것이 곧 이미지디자인이었다. 이는 기존이미지를 점검하고 보다 새롭게 강화하고 적극 관리하는 것이다. 도시이미지 관리는 내외에 긍정적이고 친밀적인 인상을 주게 되어,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도시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기존 시행 중이거나 개발 중인 사업을 기왕이면 도시이미지관리 관점에서 추가 작업을 해주면 된다고 보았으니, 이는 비예산사업으로도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본격적으로 대구이미지에 관한 시민의식조사결과와 관련연구를 찾아보니 부정적인 것이 더 많았다. 무엇보다도 대구지하철참사 탓에 대구를 사고도시, 심지어 ‘고담시티’로 매도하는 등 특히 온라인에서 부정적 인식은 매우 강하게 퍼져있었다. “도시사회적 낙인”이라할까 한번 문제도시로 ‘낙인’찍히듯 특정하게 인식되면 그것을 만회하기란 정말 어렵고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아무리 노력해서 만회하고 스스로 치유하여 새롭게 거듭나더라도, 옛날의 고정관념이 제대로 바뀌지 않는 탓만 같았다. 큰 원인 하나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았다. 대구에 대한 서울시민의 의식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도시이미지도 디자인하듯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롭게 재인식되도록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그것은 단순한 시정홍보수준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이미지개선의 그 시작이랄 수 있는 대구의 도시브랜드슬로건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았다. 시민은 물론 기자나 NGO, 심지어 전문가마저도 ‘컬러풀대구’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대구의 실체와 맞지 않고, 또 브랜드가 너무 많아서 헷갈린다는 지적이었다. 나는 속으로 반문했다. ‘하이 서울’에서 하이가 일본어로 예스 아닌가? 무슨 대한민국 수도가 그런 슬로건을 쓰는가하고 서울시민은 지적하지 않는지? ‘다이나믹 부산’이라지만, 다이나믹은 역동적인 뜻 이외에도 불안정한 의미도 있는데, 왜 부산에서는 대구만큼 논란이 많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아무튼 지적대로 대구라는 실체와 느끼는 이미지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알았다. 별도로 대도시인 만큼 여러 슬로건을 가질 수 있다. 만일 기업이면 하나의 브랜드에 총력을 기울여 마케팅을 하겠지만, 대도시는 다르다고 보았다. 다만 슬로건이든 브랜드이든 위계가 필요했다. 아울러 아무리 이미지관리가 좋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마케팅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시민을 위해서는 대구라는 도시 그 실체의 건전함이 제일 중요하고, 도시경관 자체가 그러한 속사정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보았다.

결국 먼저 도시브랜드를 점검하고 도시마케팅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구도시브랜드마케팅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용역을 발주하였는데, 과업 자체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이 과제는 경영과 마케팅과 디자인의 세 분야의 협업으로 겨우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용역이 진행되면서 유창하고 화려하며 과대한 제안발표 내용에 비하여 실제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대안과 아이디어가 도무지 부족하였다. 협업은커녕 제대로 역량발휘가 되지 않았다. 결국 책임자가 이대 박교수로 바뀌게 되고 소통은 좀 나아졌지만, 막상 계명대 권교수나 대구가톨릭대 김교수 등 지역대학의 전문교수들은 여전히 불신하였다. 즉 대구이미지와 브랜드가치의 실태와 그 진단부분이 현실적이지 못하였고, 진단에 따른 발전목표설정, 즉 포지셔닝 자체에 합의가 따르지 못했으며, 무엇보다도 발전대안 자체에 참신함이 부족하였거나 너무 비현실적인 것이 많았던 것이다.

몇 차례나 자문회의와 워크숍을 열었지만 논쟁은 오히려 확대되기만 하였다. 듣고 보니 심지어 브랜드마케팅과 도시브랜드마케팅 마저 서로 달랐으니, 경영과 마케팅과 디자인의 각 전문성 차이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둘러보면 한마디로 도시브랜드마케팅의 전문가부재였던 것이다. 결국 나는 오랜 시간을 들여서 담당직원과 함께 연구하며 수정보완을 지시하고 협조까지 구하며 스스로 만들어나갔다. 그리하여 진단에 따라 타깃을 설정하고 그 수행전략과 세부아이디어를 발굴 정리하였다. 이는 향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행정과제로 남는다.

어느 날 또 요청이 들어왔다. 경부고속도로의 북대구IC 인근부지에 태양열발전타워가 시범적으로 들어섰는데, “대구시 입구에 무슨 주차빌딩이냐?”하며 항의를 했던 것이다. 실재 외관이 연회색 패널로 되어 그 높이하며 영락없이 주차빌딩같아 보였다. 본부 강주무관을 시켜 외관에 색채디자인을 입혔다. 더 이상 별다른 지적이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비록 칭찬은 없더라도 대구는 이러면 성공이다. 이 타워는 기존의 부정적인 요소를 최소비용을 들인 색채디자인을 통해서 도시진입경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든 이미지디자인사례라 생각한다.

나는 조경실무는 물론 연구부문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 경영과 마케팅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브랜드와 이미지관리는 기본적인 생존을 가능케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디자인을 디자인이 되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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