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며 TV앞에 앉았던 국민들은 짜릿한 쾌감과 자랑스런 마음에 행복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2년의 공백을 깨고 멋지게 복귀한 김연아 선수를 ‘여왕의 화려한 귀환’이라는 극존칭을 부여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였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섰을 때 수십 명의 캐나다 여성합창단이 우리말로 애국가를 부를 때 느껴지는 기쁨과 즐거움은 두고두고 새겨 봐도 유쾌한 일이다. 우리 애국가가 이런 호사를 누리게 해준 김연아 선수가 고맙다.

이렇게 국민의 행복한 엔돌핀을 솟구치게 한 김연아 선수가 우승을 만들어 내기까지 과정을 살펴본다면 모두들 애잔한 마음이 깊을 것이다.

김연아 선수가 뜨기 전까지 국내 피겨스케이팅계는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이 무료 입장할 정도로 비인기종목으로 설움을 받았다. 김연아 선수가 수많은 날을 빙판위에서 연습시간을 할애하고 체력 유지와 부상의 부담을 함께 하면서 눈물과 땀으로 지나온 시간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또래 친구들처럼 놀러다니며 즐기는 시간도 별로 갖지 못하는 인고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유명해져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니 심적인 부담도 많았을 것이다. 또한 선수생활 내내 따라다니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와의 라이벌 관계조성 또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세계정상에 우뚝 선 김연아 선수는 이제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희망이 되어주고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내년에 있을 소치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 출전권을 3장씩이나 확보한 우리나라는 이참에 ‘김연아 키즈’를 키울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의 뒤를 이을 만한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본은 아사다 마오 이전에 안도 미키가 있었고 이번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무라카미 가나코가 있다. 다른 나라도 세계 수준에 근접한 선수들이 많은 것을 보면 차세대를 기대하는 그들의 마음이 우리처럼 갑갑하지는 않을 것 같다. 김연아 선수가 이룩한 업적은 대한민국에서는 기적이 되거나 돌연변이 같은 경우에 해당되는 데 우리는 선수에 대한 투자나 육성에 열중하기보다는 계속 기적을 바라는 모습으로 비쳐져 안타깝다.

수영의 박태환 선수도 비슷한 길을 거쳐 왔는데 제2의 박태환 역시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선수에 대한 투자가 스타에만 집중되어 있는 독특한 대한민국만의 스타일인 것 같다.

이러한 척박한 환경을 경험한 선수들이 후배들을 위한 행동을 하며 귀감이 되고 있다. 홍명보장학재단, 최경주재단, 장미란재단이 그것인데 스타선수와 사회가 이런 꿈나무 후원을 위한 씀씀이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김연아재단’이나 ‘박태환재단’ 등도 생겨서 후배들의 멘토가 되어준다면 국민에게서 받은 사랑이 더 크게 발휘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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