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신문에서 매월 실시하는 뚜벅이 프로젝트가 3월에는 부여에 위치한 백제문화단지를 찾아갔다. 100만평 부지에 17년간의 공사기간과 7000억에 근접하는 공사비가 투입되었고 700년의 역사를 가진 백제를 1400여년 이후에 다시 복원한 거대한 작업이 완료된 시점이라서 뚜벅이의 기대가 매우 컸다.

백제는 고대 삼국시대의 한 국가로서 대한민국 중서부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유산를 간직하고 있으며 건국신화와도 연관이 있어서 백제 고도인 부여의 관광문화자원으로서 효자가 될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백제의 고도 ‘사비’의 흔적이 빛나는 역사의 길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해설을 들으며 정양문(正陽門)을 통과하면 타임머신을 타고 백제시대로 돌아간다. 비록 재현 해 놓은 건물이지만 나름대로 고증을 통해 만들었다니 이해를 하면서 돌아보는데 오해가 되는 부분이 여러 군데 눈에 띄어서 실망이 된다.

백제왕의 옥좌가 설치된 공간에는 왕이 입었다던 의복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시실 내부 커튼, 칸막이, 장식 등이 모두 왕의 의복과 같은 옷감으로 되어 있으니 백제시대에는 왕의 의복옷감이 이렇게 쓰여 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한 뚜벅이의 예리한 지적에 공감이 간다.

사비궁 옆 건물인 능사 내 대웅전 좌측 건물이 이상하다. 정면의 모습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건물이 균형을 잡고 있으나 좌측 건물의 뒤편을 보면 건물의 지붕끼리 충돌하여 좌측 건물의 기와가 잘려 있다. 잘못 지어진 건물을 이렇게 두어도 좋은지 창피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외국 관광객도 많이 오고 역사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들도 많을 텐데 우리 선조들은 궁궐을 짓는데 모서리 하나 제대로 못 맞추고 지었다는 얘기가 된다. 못난 후손들의 잘못이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고분 재현지역으로 가면 수직수간이 모두 잘려진 괴상한 소나무들이 서있는데 자세히 보면 인조목으로 만들어놓고 조명과 방송시설을 부착해 놓았는데 고분과의 부조화가 비호감을 연출하여 불쾌한 느낌마저 든다. 그 주위에는 그늘막을 제공하느라 현대식으로 제작된 접이식 막구조 파고라가 있는데 차라리 없었더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산벌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계백장군의 가옥을 재현한 모습은 백제 가옥의 특징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습이었고 생활문화마을을 조성해 놓았는데 집집마다 막구조 휴게소를 만들어 놓아서 과거와 현대를 섞어 놓으니 옛 모습의 정취를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는 이상한 경관을 노출하고 있다.

위례성이라고 재현해 놓은 성곽 내의 주거시설은 과연 백제시대에 이렇게 살았을까 하는 의구심에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백제문화단지 정면에 위치한 골프장은 백제문화단지의 신비함과 역사성에 대하여 불경스런 마음마저 든다.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백제왕의 옥좌를 향해 골프채를 휘두르는 후손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많은 시간과 예산이 투입된 백제문화단지가 지속적인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다시 한 번 정비를 제대로 해야 할 것 같다. 동행한 뚜벅이의 말이 아직도 귀를 때린다.

“뻥을 치려거든 제대로 쳐야지!”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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