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비 (주)도시피앤디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과장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SIT (special interest tourism)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동시에 전통문화와 생태, 재활용공원에 대해 “어? 뭐지?, 검색, 보러가자!” 이 과정을 통하여 관심이 있는 공간은 꼭 찾아서 가보게 된다. 그러던 중 이번 뚜벅이 프로젝트를 만나게 되었고, 시간, 비용, 공간 등 여러 상황들이 퍼즐 맞추는 것처럼,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백제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일이고, 지방에 살고 있는 직장이기에 특별시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상황도 많이 있지만, 이번 뚜벅이답사 장소는 시간을 내서라도 꼭 가보고 싶은 매력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2번 고민하지 않고, 참가신청을 했다. 

우리팀은 광주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백제문화단지에서 합류하기로 했고,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부산을 떨었는데, 생각보다 가깝고 찾아가기 쉬운 곳이었다. 오는 내내, 답사지의 정보를 미리 출력해 온 것을 읽고 대화하며, 책으로 암기하는 것보다 더 즐겁게, 뇌 속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 뿌듯했다.
광주에서 벗어난지 1시간 반정도 지났을까?.. 백제문화단지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주차장 내 버스 2대가 제 자리를 찾는다. 우리가 합류하기로 한 서울팀이 버스에서 내리고,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이 사람, 저 사람 안내도 앞에 모두 모이고, 생각지도 않은 낯익은 얼굴도 보이고, “백제문화단지는 100만평 부지에 1994년부터 2010년까지 총 17년간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에 조성된 곳...” 설명이 이어진다.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백제에 관심 있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았다. 혼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한 곳 한 곳을 설명과 함께하니 한 번 더 둘러보게 된다. 둘러보는 동안 바람 넘어 이야기가 들려온다. 직업적 마인드로 어떤 분은 시공하자를 찾고, 어떤 분은 인공구조물에 대해 논한다. 또 어떤 분은 전시관 내 참여기술자를 보며 조경기술사가 없다는 말도 한다. 바람 넘어 들려오는 이야기로 나 역시 일과 연관을 한 번 지어보게 된다. 어떤 공간을 계획하려면, 자료, 현황분석 속에 답이 있다고들 한다.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잘 알고 공간을 만든다면 10년 후 다시 만드는 공간보다는 그대로 보존해야 가치가 올라가는 공간이 조성될 거라 생각하는데, 백제 문화단지 역시 그런 공간으로 10년, 20년, 30년 후 더 가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생각에 잠겨본다. 

점심을 먹고 부소산성 입구에서 만난 해설사 도움으로 백제 마지막 도읍지 사비, 지금의 부여 낙화암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부소산성 이야기를 듣는다. 운동부족의 현실을 느끼며, 무리지어 삼삼오오 이야기를 하며 부소산에 오른다. 몽우리를 머금고, 봄을 맞이하는 나무를 보며 “산수유다” 라고 하는 직업병도 나오고, 저만치 멀리서 오르다, 후배가 뭔가 억울하단 표정으로 내게로 달려온다. “언니, 산수유가 먼저 펴요? 매화가 먼저 펴요? 우리 기사 시험 문제자나요” 앞에서 산을 오르다 논란이 있었나보다. “꽃 축제를 생각해봐. 광양매화축제가 먼저야, 구례산수유축제가 먼저야?” 이렇게 대답 아닌 물음표를 주고, 생각해보니 조경문제들의 많은 답은 기사 책이 아니라 답사 속에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소통을 하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 먹으면 3년이 젊어진다는 약수로 유명한 고란사에 도착을 하고, 후배들이 “고령자 언니부터!” 라며 물 한 가득 내민다. 젊어지는 것은 모르겠고, 백제의 맛(?)은 아주 달았다.
그러나, 우린 왔던 오르막 길을 다시 돌아가야하기에 고란수 단맛의 댓가는 너무 가혹했다. 백마강 위에 떠 있는 유람선을 멀리하며 우린 다시 오던 길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 후, 다음 장소로 향했다. 

다음의 뚜벅이 장소는 정림사지, “절 발굴시 ‘定林寺(정림사)’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판이...” 설명과 함께 전시관을 먼저 둘러보고 정림사지 5층 석탑 앞에서 “전형적인 일탑식 배치로...” 정림사지 5층 석탑을 설명 하신 후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제가 설명하는 것을 보고 정림사지 5층 석탑은 얘야 그건 사실이 아니란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이 말을 들으며 조경인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형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한다는 선배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이렇게, 저렇게 “지금은 백제입니다!” 를 만끽하는 동안, 시간은 꾸준히 흘러 갔고, 이제 뚜벅이 마지막 장소만 남았다. 

궁남지에 도착하자마자 “삼국사기에 의하면 3월에 궁 남쪽에 못을 파고 물을 20여 리나 되는 긴 수로로 물을 끌여들여 주위 물가에는 버드나무를 심었으며 못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을 상징...” 조경학과를 졸업하였다면, 수도 없이 들었을 이 말, 너무 친근감있었다. 궁남지의 로맨스까지 들으며, 2013년 03월 09일, “지금은 백제입니다”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고, 현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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