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다 마사아키 씨가 일본 주차장의 녹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산업 폐기물이라고 치부했던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덩어리에서 식물이 자라거나 처리하기 곤란한 깍고 남은 잔디나 호수에 죽어 떠다니는 수초가 퇴비가 돼 땅을 건강하게 해준다면?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자 휴양녹지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다기능 주차장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이는 현재 일본에서 연구되고 있거나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도시 생태계 복원 기술 사례들이다.

생태계적응관리기술연구단(단장 이동근, 서울대 교수)이 6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도시환경에 적합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연구’ 국제세미나에 직접 일본 연구진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도시 생태계 기술을 소개했다.

일본 에코사이클연구소의 나카노 유우지 씨는 우리가 산업폐기물이라고 여기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가 식생에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나카노 씨는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또는 굵은 자갈 등 충분한 이격공간을 가진 성분들에 기술적으로 개량된 흙을 섞거나 위에 덮어 토양층을 형성해 녹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팔트 위에 조성된 녹지 사면이나 콘크리트 조각들을 이용한 옥상녹화 사례들을 직접 공개했다.

나카노 씨는 “식물의 생장에 중요한 것은 토양의 깊이가 아닌 구조”라며 콘크리트 조각이나, 바위, 암반 등을 사용할 경우 투수율이 높을 뿐 아니라 식물이 뿌리를 내리거나 탄소와 수분을 흡수율이 크게 높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카노 씨는 “인공적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도 결국 돌이다. 인공물이나 쓰레기 등을 다시 재활용한 토양 구조와 식생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도시생태계 복원에서 토양의 구조와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마크솔루션나우(악취가나지않는 유기폐기물 컨설팅)의 토양분해 전문가 나까무라 토미오 씨는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기술로 유기폐기물이 양질의 토양으로 변화하는 기법을 소개했다.

나까무라 씨는 “도시녹화에서 토양의 미생물 환경을 중요시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순환 재생하는 토양 만들기 위해 토양 미생물군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양 속 미생물이 수분의 저장 능력을 높여주고 식물 뿌리 노폐물을 먹이로 삼아 더 좋은 영양소를 만들어 주는 순환체계를 이룬다.

또 오염물질이 토양에 스며들어 미생물을 분해하고 정화된 물이 지하수로 흘러드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나까무라 씨는 “급격한 생활환경 변화로 유해가스, 인구 집중으로 인한 쓰레기와 생활악취,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토양 미생물 활용으로 이러한 문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본의 토양 분해 전문가인 나까무라 토미오 씨가 발효기술로 토양이 변화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옥상녹화메니지먼트서비스의 마에다 마사아키 씨는 일본 주차장의 인공지반녹화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고밀도의 도시에 새로운 녹지 공간 확보 쉽지 않다”고 말문을 연 마에다 씨는 “대부분 녹화돼 있지 않은 주차장의 경우 아름다운 도시 경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실외 주차장 바닥과 벽면 등에 조성된 녹지가 열 저감 효과가 높다는 조사결과도 공개하며 경관 뿐 아니라 도시 생태계 복원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강조했다.

주차장을 녹지공간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쓰나미나 지진 등 자연재해 대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기능형방제주차장 연구 진행사항도 공개했다.

이 같은 신 개념 주차장을 소개하며 “재해대피 뿐 아니라 채소농장이나 공원화 조성을 통해 휴게 및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활용할 수 있는 동시에 유지 관리비 절감, 친환경 시설 효과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생태계적응관리기술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동근 서울대 교수는 ‘생태네트워크로서의 토양네트워크 제안’ 연구 자료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토양으로 우리 도시 생태계 문제점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도시화로 단절된 토양층의 연계와 이를 통한 순환체계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능·구조적으로 토양 층을 연결할 수 있다면 생태적 기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환경정책과 기술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식물 생존만 생각한 지금까지 토양 복원 개념에서 더 나아가 토양 자체의 구조 및 질적 향상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복원계획도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의 토론자로 나선 김영자 한국환경산업기술원(EI사업실 전문위원) 박사는 “토양에 대한 R&D 재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토양에 대한 R&D 과제를 많이 만들어가야 겠다”고 말했다.

함께 토론자로 참석한 김선미 한국토지주택공사 녹색경관처장은 “LH도 주차장 녹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학술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반가웠다”며 “이 같은 기술들이 실제로 적용할 수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볼 필요 있다”고 밝혔다.

 

▲ 세미나에 참석한 청중들이 한국과 일본의 연구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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