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우리나라의 정권도 바뀌었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가들의 정권도 바뀌었다. 조경분야의 주요 단체장들도 대거 바뀌었다. 2년 임기의 조경단체들인 환경조경발전재단, 한국조경학회, 한국조경사회, 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의 회장이 모두 바뀌었다.

지난 1월18일 ‘조경인 신년하례회’에 참석하여 새로 학회장 겸 발전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한배 교수의 정책적 아젠다를 들었다. 건설업 전반에 불어 닥친 찬바람 탓인지 참석자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어려운 시기에 조경 산업 전체를 끌고 갈 중책을 맡은 리더의 고심과 의지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재단 이사장의 정책 기조에서 매우 중대한 결함을 발견하여 이를 지적하고자 이글을 쓰게 되었음을 밝힌다.

첫째, 김 교수가 학회장 출마 시에 공약했던 ‘발전재단을 학회와 분리하겠다는 약속’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애초 2004년 발전재단이 발족할 때, 당시 조경학회장이었던 임승빈 교수가 주축이 되어 준비를 해왔고 잠정적 합의로 학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겸직키로 하여 이로부터 박종화 교수(2대), 김학범 교수(3대), 조세환 교수(4대), 양홍모 교수(5대), 현재 김한배 교수(6대)로 이어져 왔다.

필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재단을 구성하는 6개 단체장 중의 1인(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장)으로서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였다. 당시 주요 이슈는 ‘조경기본법 제정’이었다. 입법추진과정의 진행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재단 이사회의 일원이었던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소수의견을 개진하였다. 입법추진의 가능성과 접근 방법에 관하여 보다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초한 실현가능한 방안을 찾을 것을 주장하였으나, 당시 주류의견에 밀려 소수의견에 그치고 말았다.

2009년 9월에 법·제도 위원회 산하 조경기본법 추진 소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여러 차례 조경일반인들의 참여를 촉구하기 위한 공개 추진설명회가 소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되었으며, 허천 의원(한나라당)의 의원입법으로 가닥을 잡아갔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애초에 신법으로 ‘건설기본법’이 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본법으로 추진방향을 잡았던 것이 무리수였음이 밝혀진 셈이다. 또한 입법 절차에 대해서도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혼선과 판단 미숙을 거듭했다. 필자는 조경 산업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을 추진하는 것이니, 당연히 처음부터 법률전문가의 철저한 자문을 받아서 추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으나 당시 집행부는 명분에만 집착하여 실리를 잃는 우를 범하였다.

이때부터 이사회를 비롯한 많은 조경인들의 의견은 재단 이사장은 덕망과 지도력을 겸비한 적합한 인물로 학회장과 별도로 추대되어야 한다는 여론으로 모아졌다. 이에 김한배 교수가 학회장 출마시 공약으로 이를 제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다시 이러한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되겠기에 김 교수는 본인이 약속한 공약을 반드시 임기 내에 이행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둘째, 김한배 교수가 취임하면서 발전재단을 공동이사장 체제로 운영하기로 하고 추대한 복수의 이사장 체제를 철회해주기 바란다. 재단의 이사장을 공동대표제로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며 따라서 이를 시행하려면 이사회 의결만으로는 안 되고 사전에 반드시 정관개정을 거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동이사장으로 추대된 분은 과거 조경기본법 제정 추진 실패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입장에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재단 이사회는 현행의 6개 단체장과 학회 회장단에 국한하지 말고 이사의 범위를 넓혀 모든 조경관련 단체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각종 단체들을 최대한 포용하여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에 따라 현재 6개 단체가 부담하고 있는 연간 부담금도 줄여줘야 할 것이다. 현재의 6개 단체만으로 한정하는 것은 자칫 편협한 기득권 세력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을뿐더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상황을 간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설시장의 추락에 따른 조경단체들의 재정적 어려움도 고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대선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공약들도 허무하게 물거품으로 돌아간 사례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온 우리들은 어쩌면 약속불이행에 대한 불감증에 걸려있는지도 모르겠다. 학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겸하는 현재의 제도에선 전임 회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후임 회장이 승계하지 않을 수 없고,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사안을 바로 잡기도 힘들다. 따라서 잘잘못에 대한 시비와 책임을 물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그러므로 재단 이사장은 범조경인의 존경을 받는 분으로서 덕망과 경륜, 그리고 지혜와 추진력을 고루 갖춘 분을 모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조경 40주년을 맞이한 우리 조경인들은 즐거운 자축파티만 할 수 없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리더그룹이 타성에 젖어 현실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시장변화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우리 모두라도 두 눈 똑바로 뜨고 그건 아니라고 각성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권오병(전 한국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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