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예부터 고을에는 가게가 죽 늘어서 있는 저잣거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서민들의 생활필수품들을 물물교환하거나 살 수 있는 만남의 장터였다. 또한 저잣거리에서는 무리를 지어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노래와 춤, 꽹과리를 치면서 품을 파는 남사당패 공연장이기도 하였다. 영화에 있어서도 연산군 시대에 광대가 왕을 희롱한 ‘왕의 남자’와 무능한 조정과 부패한 권력을 풍자한 ‘광해 왕이된 남자’가 거리공연을 벌인 곳이 바로 저잣거리다. 따라서 저잣거리는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또한 전통문학 소설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주인공 허 생원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떠돌이 신세 장돌뱅이다. 메밀꽃 필 무렵에서 등장하는 봉평 5일장은 허 생원이 20년 전 헤어졌던 여자에 대한 회상과 그 사이에 생겼던 아들을 만나는 것으로 장돌뱅이 생활의 애환을 그린 문학작품으로서 시골장터는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장터는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생활문화의 근원으로서 그 지방의 볼거리와 살거리, 먹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시골장터의 모태가 된 옛날 저자거리에서는 비단이나 소금, 식량 등 거래가 일어나는 곳이며, 나그네가 숙박을 할 수 있는 주막이나 음식점이 있어 외부사람과 소통하며 세상을 읽는 곳이었다. 이러한 저자거리는 조선말 개화기를 맞이하여 전통시장인 5일장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5일장은 읍, 면소재지 별로 5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여는 시골의 잔칫날이기도 하였다. 장날이 되면 곡식이나 채소 등 농수산물과 소나 돼지 닭 등 가축들을 내다 팔고 필요한 생활필수품들을 구입하는 간이역이기도 하다. 장날이면 시골사람들은 장에서 인근 동네 사람들을 만나서 그동안의 소식을 전하고 장날 이리저리 돌아보는 장돌뱅이가 되어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주막에서 사발에 막걸리를 한잔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또한 소장수는 즐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간 고등어 한 춤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옛 모습은 그야말로 자연을 벗 삼아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정겨운 장날의 모습 이였다.

1960년대 들어서 경제발전으로 점차 시골 5일장은 지역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고, 5일장의 규모가 커지고 취급하는 품목도 1차 산업인 농수산물 중심에서 의류 가공식품 등으로 현대화 되어갔다. 따라서 지금의 전통골목시장은 시골이나 도시에서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게 되었으며, 시장마다 그 지역의 독특한 산업과 문화를 담아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재래시장은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의 난립으로 수난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역 상권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은 점차 쇄락의 길을 걷게 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전통재래시장을 살리려고 많은 투자와 지원을 계속해오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화개장터


관광객이 되어 시골장날을 한번 돌아보자! 전통재래시장이 서는 장날 입구에 들어가면 뻥튀기 아저씨가 반갑게 관광객을 맞이하고 약장수 아저씨는 익살스런 입담으로, 엿장수들의 흥겨운 각설이 타령은 장날 시장을 흥겹게 한다. 또한 고무신장수와 시골 할머니와 아낙네들이 편하게 입는 통 넓은 바지 가게도 시골장의 정취를 더욱 고취시킨다. 장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래순대와 구수한 소 머리국밥, 찌그러진 주전자에 퍼주는 막걸리와 도토리묵을 안주삼은 왕대포 한잔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전통재래 시장에 취하게 한다.

봄이면 냉이나 달래, 쑥 등 각종 산채나물이 향긋한 봄 냄새를 풍기고, 전국의 항구나 어촌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들이 시장바닥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강아지나 토끼들도 따듯한 양지에서 하품을 하며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은 시골장임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오골계나 토종닭, 오리 등 가금류는 물론 각종 애완용동물과 새, 금붕어, 등을 비롯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산물이 장날에 거래된다. 장터에서는 즉석 어묵과 따듯한 손 두부, 파전 등은 재래시장을 찾는 이들의 입맛을 돋우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게와 찐빵 집 아주머니는 시골장터에서 방문객들에게 정을 나누어 준다.

더욱이 봄철에는 야생화 꽃나무 등 각종 묘목이나 채소류 등은 전통시장에서 봄 냄새를 물씬 풍기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시원한 꿀수박과 참외, 포도, 복숭아, 자두, 살구 등 여름과일들이 풍성하게 관광객을 맞이하고,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은 우리민족의 넉넉함을 더해준다. 가을이면 밤, 대추, 감, 사과, 배, 곶감 등과 송이․능이․느타리․표고 등 각종 버섯류와 산삼, 인삼, 당귀, 향기 등 각종 약초장사들도 장날이면 손님들을 기다린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면 대규모 대목장이 서기도 한다. 겨울이 오기 전 김장철에는 농민들이 직접 들고 나온 태양초 고추와 신선한 배추, 열무, 파, 무 등 김장거리로 채워지고, 겨울이면 추위와 싸우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군밤, 군고구마 장수들은 겨울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한 재래시장에는 붕어빵, 풀빵 등도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전통재래시장의 5일장은 그야말로 서민들의 삶의 현장이다. 장터에는 슬픔과 기쁨, 사랑과 애정이 함께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재래 장터에는 전국에서 장사꾼들과 구경꾼들이 모여들기도 하여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되기도 한다. 장터에 가면 풍성한 인심이 있고 값을 흥정하면서 물건을 사는 재미도 있다.

전통재래시장은 관광객에게는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 곳에 가면 그 지방의 인심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싼 값에 신선한 채소며 과일이며 지역특산품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만물상인 셈이다. 따라서 전통재래시장은 관광객에게는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모든 것을 살 수 있어 좋고, 매력적인 생활문화가 있어 좋다. 특히 외국관광객들에게는 전통재래시장에 대하여 매우 관심이 높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전통재래시장은 현대화 되고 대형화된 할인마트나 슈퍼마켓에 밀려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지역관광을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 하려면 지방의 유명한 자연관광지나 리조트, 휴양지와 전통재래시장을 연계하여 지방문화를 관광객들에게 이해시키기고, 지역생산품 판매를 촉진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지역관광의 명소로 만들어야 하며, 전통재래시장을 필수 여행코스에 포함한 여행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전통재래시장이 지역의 관광명소로 되려면 상인들이 친절한 관광마인드를 갖추고, 시골스러운 정을 파는 행복의 장터가 되어야 한다. 재래시장에 가면 관광객들은 즐거움이 있고, 정겨운 시골스러움 있어 즐겨 찾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서비스정신 향상과 품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고 재미난 볼거리가 있는 시골장터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 전통시장을 지역관광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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