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지낸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식이다. 고인이 살아온 인생을 추모하고 존경하며 남아있는 가족들과 위로와 작별을 고하는 숭고한 의식인 것이다.

각 나라마다 장례를 치르는 문화는 많은 차이가 있으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의미로 행해지고 있다. 영원한 안식을 가지는 곳이 자연이라는 뜻일 것이다.

2009년 10월 27일 새벽 2시에 40여명의 사람들이 대구 팔공산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화장된 29기의 유골을 하얀 한지에 싸서 캄캄한 밤에 달빛을 조명으로 누가 볼세라 몰래 구덩이를 파서 묻었다. 그리고 ‘죄지은 듯 이렇게 몰래 모실 수밖에 없어 죄송하다’며 추도문을 읽고 소리 죽여 눈물을 삼켰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일이 소문이 났고 인근 주민들이 관청에 대한 항의가 거세지자 관할 관청인 대구시는 이 일을 주도한 사람들을 고발했다. 이어서 이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사건 이후 3년 4개월 만인 지난 2월 7일에야 무죄로 판결 받아서 사건이 종결됐다.

‘이 사건은 자연공원을 훼손했다고 볼 수 없고 묘지 외 구역에 매장을 금지하는 장사법을 어겼다고 볼 수도 없다. 매장과는 구별되는 자연장으로 봐야 한다’는 무죄 판결이 지난 2월 7일에 내려졌다.

이는 10년 전 2월 18일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의 유가족 일부가 피고인이 되어서 벌어진 애절한 내용이다.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한 대구 지하철 참사는 10년이 지났어도 유가족에게 그 후유증은 조금도 경감되지 않은 채 응어리로 남아 있다.

참사 발생 4개월 뒤에서야 합동장례식이 치러지고 희생자 추모사업이 추진되었으나 대지 선정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대상지로 거론된 곳마다 주민들이 반발하여 5년을 넘게 지체하다가 겨우 시민안전테마파크와 안전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세워졌다. 하지만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는 끝내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기다림에 지친 유족들은 제각각 유골을 묘지나 납골당, 선산 등에 모시게 되었다. 나머지 유족들은 공원에 수목장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하여 대구시는 희생자 숫자와 같은 192그루의 나무를 심고 추모공원을 조성하려 했으나 이것마저도 주민의 반발로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의 안식처를 갈망하던 유족들이 안전테마파크에 몰래 수목장을 했다가 법정다툼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무죄판결 전까지는 희생자들에게 죄지은 마음으로 살았던 것이다. 법원 판결이 나오고서야 주민들도 반대가 수그러진 상태로 보인다.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므로 추모시설 설치는 동의하지만 내 주위에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이 이처럼 유족들의 상처를 오래도록 자극하게 만들었다.

어느 방송 장면에서 시골에 사는 촌로께서 ‘우리는 모두 흙밥이다’며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보면서 똑같이 ‘흙밥’이 되는 인간들끼리 왜 그리 생각이 옹졸한지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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