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미정(서울시 도봉구청 공원녹지과)
나는 조경신문과 함께 성장한 독자 중 1명이다. 조경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시절에 조경신문이 창간되는걸 보았고, 설계회사 학생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도, 취업면접 준비때도, 심지어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조경신문을 틈틈이 챙겨보고 내가 걷는 이 분야에 대한 감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짧지만 오랜 기억이 난다.

공원이 좋아 걷기 시작한 이 길.. 학생 때는 “나도 언젠가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큰 공원을 만드는게 꿈이다”라며 되새기곤 하였다. 몇 번 설계회사 실습생으로 업무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땐, “공원을 디자인하는데는 수목과 시공재료를 바탕으로 설계에 대한 많은 지식이 필요하구나” 라고 느꼈고 다시 원론부터 공부하고 싶단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리고 취업면접 준비 할 때는 조경신문 기사를 매번 꼼꼼히 체크하면서 녹지정책의 흐름이 이러하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려 애썼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한 지자체에서 공원팀 업무를 한지 갓 1년이 되어간다. 공원을 만드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공원팀에 소속된 것이 매우 기뻤고, ‘공원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곳이다’라는 신념이 있기에 앞으로 나는 평생 즐거운 일만 하게 될꺼라 생각하며 시작했으나, 그것도 잠깐! 현실과 생각은 달랐다. ‘공원에는 행복한 사람만 오는 걸꺼야’ 라고 생각한게 착각이었다.

어쩌면 그동안은 공원에서 일어나는 좋은 모습만 보았고, 또한 좋은 것만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을 청소하며 얼마 안되는 금액이나마 받으시며 생계를 꾸려가는 어르신분들부터, 갈 곳이 없어 공원에서 머물며 악취와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고, 공원용지 토지보상 받으려 애쓰는 사람도 있고, 집 앞에 공원이 생기면 불량청소년이 늘어나 동네가 슬럼화 된다고 공원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 까지도.. 이런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 힘이 쭉 빠진다. 이 사람들도 공원에 머무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너무 이상만 꿈 꿔 왔구나?” 또, 공원에서 당연히 전기수도 요금이 나간다는 것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 이런 것들도 있구나.

학생 때였을까? 설계과제를 하면서 포토샵으로 공간콜라주를 하게 되면, 항상 예쁜꽃이 만발하고 수목은 푸르르며 가족끼리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는 사람만 잘라서 넣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것이 그동안 내가 공원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공원은 당연히 그래야한다” 라고. 어쩌면 공원에 어떤 기대치를 부여하고 그에 걸맞기를 강요한 것만 같다. 공원도 사람과 같아서, 태어난(조성) 후에도 돈도 들고 또 아플 수도 있는데, 그걸 어르고 달래서 키울 생각을 못하고 다 큰 아이처럼 좋은 면만 보이길 바랬으니, 내가 생각이 짧았다 싶어서 아차! 싶다.

나는 아직은 공원을 만드는 일 보다는 ‘공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것을 주로 하고 있다. 공원에 사람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들을 처리하고, 공원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구매하고,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들. 처음에는 이러한 것들이 많이 낯설고 정이 가지 않았다. 예쁘고 멋진 공원을 만들고 싶었던 내가 꿈꾸던 것과는 달라서. 공원을 잘 꾸려나가려면 결국은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마주대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사람 상대 하는 일이라 피곤하다고 느껴졌었다.

그러다 문득 이러한 공원 속 사람살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고 나서야, 나도 내손으로 공원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예쁘게 만들기만 하면 뭐해, 더 좋은 시설물을 놓으면 뭐해, 이 공간에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하고 시뻘건 철골과 목재가 뒤틀린 흉측한 공간이 되겠지. 그러니 이 공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고 사랑해야 겠다!” 라고 스스로 되뇌어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공원은 풍경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다. 또 사람이 머물면서 쓸수록 낡아져가는 주택과는 다르다. 사람의 손이 닿아 가치를 얻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나는 생명력 있는 존재이다. 가슴이 벅차다! 그만큼 나도 성장하고 싶다!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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