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공원이 1년 반 만에 또다시 건축물로 둔갑했다.

지난 2월 5일자 동아일보 1면과 8면에 실린 ‘전문가 100명이 뽑은 한국현대 건축물 최고와 최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선유도공원을 최고 건축물 3위에, 광화문광장은 최악의 건축물로 선정됐다고 당당하게 보도했다. 선유도공원과 광화문광장을 건축가들이 한국현대 건축물로 선정한 것이다.

이는 지난 2011년 6월 26일자 조선일보 2면에 ‘건축가들에 한국대표 건축 물어보니…선유도공원 1등, 광화문광장 꼴찌’ 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내용과 같은 내용이다.

그 당시 조경계는 ‘어떻게 선유도공원이 건축물이냐“며 즉각 반발했고, 단체차원에서 조선일보에 항의 공문과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 성과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래서 인지 이번 동아일보의 보도 이후 조경계에서는 불만과 한탄의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이전과 같이 즉각적인 대응 움직임은 포착되고 있지 않다.

이번 동아일보의 보도는 건축전문지 월간 ‘SPACE’와 함께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건축 관련 4개단체(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새건축사협의회)에서 추천한 80명의 건축가와 건축전문 사진작가 및 칼럼니스트 등 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내용은 광복 이후 지어진 현대건축물 가운데 최고의 건축물 5개와 최악의 건축물 3개를 각각 추천받아, 최고의 한국 현대건축물 20개소와 최악의 현대 건축물 20개소를 선정해 공개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에 공간사옥(김수근)이 1위, 프랑스대사관(김중업)이 2위를 차지했으며, 선유도공원(조성룡+정영선)이 3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최악의 현대건축에서는 서울신청사(유걸)가 1위, 예술의 전당(김석철)이 2위, 종로타워(삼우+라파엘 비뇰리)가 3위를 차지했으며, 광화문광장(서안+삼우)이 14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왜 건축가들은 공원을 건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선유도 공원은 서안의 정영선 대표가 총괄책임자로 참여했으며, 조성룡 건축가는 선유도공원의 일부인 홍보관, 카페테리아 등 건물을 설계했다. 그럼에도 동아일보는 크래딧을 선유도공원(조성룡+정영선)으로 표기해 마치 건축이 중심으로 작업을 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주객이 전도됐다. 우습게도 최악의 건축 14위를 기록한 광화문광장은(서안+삼우)로 되어 있다. 이는 피상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조경설계업을 하는 관계자는 “공원이라는 큰 틀속에 건축이 일부 녹아 있고, 공원 조성시 총괄책임자로 조경가인 정영선 대표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원을 부정하고 건축이라고 우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건축가들이 공원을 건축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음을, 나아가 조경을 건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다”며 건축가들의 조경에 대한 인식부족을 지적한다.

사실 선유도공원은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2004년도 미국조경가협회(ASLA)가 수여하는 ‘2004 Professional Award’에서 전문가 부문 최고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세계조경가협회 동부지역대회(IFLA APR)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조경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기도 했다.

또 다른 조경관계자는 “선유도공원은 우리나라에서보다도 해외에서 더 알려진 공간이며, 중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공원의 선진사례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면서 “이런 공간이 건축으로 단정을 지어지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고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선유도공원과 광화문광장을 설계한 조경설계 서안 관계자는 “선유도공원에 대한 크래딧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며, 이런 설문조사와 결과가 나온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하면서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또한, 그는 “작품선정 시 판단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상이나 철학에 중점을 뒀는지, 이용 편의성에 중점을 뒀는지, 어떤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작품 선정에 대한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동아일보 보도를 계기로 조경계 내부에서 적극적인 대응의 필요성과 대국민적인 홍보 및 마케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원의 가치, 조경의 가치를 조경인과 예비조경인을 대상으로 교육할게 아니라 일반국민을 상대로 한 대국민적인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는 한 조경가의 제안에 힘이 실린다.

한편, 동아일보는 격주로 최고 또는 최악으로 선정된 건축물을 소개할 계획이며, 건축전문지 ‘SPACE’는 3월호에 이번 내용을 보도할 계획이다.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20
순위 건물(추천인 수.명) 설계 완공연도
1 공간 사옥(55) 김수근 1977
2 프랑스대사관(33) 김중업 1962
3 선유도공원(31) 조성룡+정영선 2002
4 경동교회(30) 김수근 1981
5 쌈지길(24) 최문규 2004
6 절두산순교성지(18) 이희태 1967
7 이대ECC(15) 도미니크 페로 2008
8 다음 스페이스닷원(14) 조민석+박기수 2011
9 환기미술관(12) 우규승 1994
10 웰콤시티(10) 승효상+플로리안 베이겔 2000
11 리움미술관(10) 마리오보타+장누벨+렘콜하스 2004
12 삼일빌딩(9) 김중업 1970
13 어반하이브(8) 김인철 2008
14 꿈마루(7) 조성룡 2011
15 포도호텔(7) 이타미 준 2001
16 미메시스미슬관(7) 알바로 시자+김준성 2010
17 의재미술관(7) 조성룡+김종규 2001
18 윤동주문학관(6) 이소진 2012
19 수졸당(6) 승효상 1993
20 인천공항(6) C.W.Fentress J.H.BRADBURN & Associates+McCLIER Corp.+
KBHJW컨소시엄
2008

 

한국 최악의 현대 건축 20
순위  건물(추천인 수.명) 설계 완공연도
1 서울신청사(39) 유걸 2012
2 예술의전당(19) 김석철 1993
3 종로타워(17) 삼우+라파엘 비뇰리 1999
4 세빛둥둥섬(17) 해안 2011
5 동대문디자인플라자(15) 자하 하디드 2014
6 국회의사당(11) 김정수, 이광노, 안영배 1981
7 청와대(8) 김정식  
8 용산구청사(8) 공간 2010
9 타워팰리스(7) 삼우+SIA+SOM 2002
10 중앙우체국(7) 공간+희림+한길+
DeStefano Keating Partners
2008
11 교보 광화문사옥(7) 시저 팰리 1981
12 독립기념관(7) 김기웅 1987
13 아이파크타워(7) 다니엘 리베스킨트+하우드+
서혜림,김준성
2005
14 광화문광장(6) 서안+삼우 2009
15 국립민속박물관(5) 강봉진 1968
16 강남을지병원(5) 차영호 2009
17 국립중앙박물관(4) 박승홍 2005
18 세운상가(4) 김수근 1968
19 전주시청사(3) 김기웅 1981
20 충현교회(3) 최환+최동규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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