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풍경이 조경수가 아름다운 공원이나 숲과 억새로 둘러싸인 호수라면 더 할 것 없이 좋겠지만 2015년 서울 송파구 풍경은 이와는 좀 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루가 다르게 하늘로 치솟고 있는 제2 롯데월드가 예상대로 2015년에 완공된다면 서울 송파구 주민은 하루에도 몇 번씩 123층 초고층빌딩을 마주보며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초고층빌딩과 생태적 풍경과의 공존은 현재로선 서로 상충되고 모순되어 보인다.

지난 2월 4일 도시전문가 2인이 초고층빌딩 설계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다만 이번에는 설계를 담은 곳이 도면이 아니라 화폭이라는 것.

도시전문가 2인은 바로 양윤재 전 한국도시설계학회장과 원제무 전 대한국토·도시계획 학회장이다. 여기에 이정순 이화여대 교수도 함께 미술관에 그림을 걸었다.

이 두 주인공과 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이정순 교수는 송파구 예송미술회관에 “초고층과 생태의 공존”을 주제로 그림을 내놨다.

본래 그림 그리는 것을 꿈 꿨지만 집안의 반대로 건축을 전공하게 됐다는 양 전 회장은 아예 미술재료를 일본에서 사가지고 왔다.

양 전 회장이 20년 만에 다시 붓을 잡고 그린 그림은 ‘한강에서 바라본 빌딩’ ‘전통적인 골목 풍경’ 등 총 4점이다.

“고층빌딩을 세우는 것은 주변의 가로등이나 나무와 같은 공공디자인에 영향을 주고 이것은 도시 모습을 바꾸는 일”입니다.

양 전 회장은 고층빌딩과 풍경이 어우러진 사진을 관찰하고 여기서 받은 인상을 캔버스에 옮겼다.

원제무 전 회장도 도시설계전문가에게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어버린 고층빌딩과 생태환경과의 공존을 ‘도시와 숲의 대화’ ‘고층으로 담은 꿈’ 등의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정순 교수는 초고층빌딩이 상징하는 어두운 면을 서정적인 모습으로 재현해냈다.

이 교수는 “초고층빌딩과 환경을 바라보는 시점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고층빌딩을 미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고층빌딩과 삶, 생태를 연계하여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 교수가 그린 고층빌딩의 모습을 보면 ‘높다’는 생각보다 ‘화려하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양윤재 전 회장이 극사실주의적으로 고층빌딩을 표현했다면 이정순 교수의 ‘초고층의 향연’이나 ‘높은 곳을 향하여’는 양 전 회장과 대조적으로 고층빌딩과 생태가 어우러져 생명력이 넘치는 모습을 상상하여 그렸다.

이처럼 생태와 초고층빌딩이 한 화폭에 담긴 모습은 상상력일까. 도시전문가의 도전이 될까. 전시는 이번 달 16일까지 이어진다.



▲ 양윤재 ‘창공의 미학’_ 한강에서 바라본 빌딩

▲ 이정순 ‘생태숲 풍경’

▲ 원제무 ‘도시와 숲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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