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보라(청주대 환경조경학과 3학년)
‘너무나 인간적이지만 현실감각 없는 당신에게’

요즘 읽고 있는 발타자안 그라시안 책 제목입니다. 저는 2011년의 연장이자 2013년 복학을 앞둔 4학년 환경조경학과 학생입니다. 복학을 앞두고 너무 생각이 많아 밤잠까지 설치고 있어 조경인들께 제 생각을 조금 털어놓아볼까 합니다.1년 후 졸업을 앞두고, 4년이 지나버린 2009년 입학식에 서있는 어리숙하고 풋풋한 제가 생각납니다.

입시스트레스에 시달릴때면 공원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린아이처럼 뛰어놀던 입시생이자 입학생이었던 그때, 만들고 그리는 걸 좋아했던 저로서는 조경이란 이름 앞에서 누구보다 설레고 두근거렸던 것 같습니다. 한주에 한번 있는 학부생의 환경조경학개론은 그런 막연한 기대에 현실적 상상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이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반짝이던 신입생들은 이학년이 되어 기초공간설계 수업을 들으며 현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가만히는 가르쳐주지 않는 자기주도적 수업방식과 밤낮으로 일주일도 턱없이 부족한 과제 앞에서 저는 너무 힘들었고 조경에 대한 기대, 설렘, 두근거림 모든 잃은 것 같습니다.

삼학년이 되어 도시조경설계 수업과 실시설계 수업을 들으며 이학년은 이유없이 바빴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더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래도 세번째 겪는 설계수업에서 어느새 설계 요령을 깨달았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설계가 지겨워 진 것 같습니다.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과제하는 기계가 된 것 같았습니다.

무력감과 의욕저하 앞에서 저는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저에게 생각하고 한숨 쉬어갈 휴식과 진로에 대한 여유를 주고 싶었습니다. 주변사람이 우려할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느끼자”며 무모하게 휴학을 결정하였습니다.

휴학한 후 가장 먼저 한국조경신문에서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진행하는 뚜벅이 투어에 참가하였습니다. 담당자분들이 직접 설명해주시는 답사지의 이야기와 함께 참가한 분들과의 이야기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같은분야에 있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는 수업 밖 주위에서 발견하는 조경이야기였고 이로인해 학문으로 조경을 배우던 학생이였던 저에게 일상에서 조경을 발견할 수 있는 시선의 전환과 흥미를 주었습니다.

2012년 4월, 저는 여수세계박람회에 운영요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4개월간 함께 일하며 사람들의 다른 개성과 가치관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과 주변의 관광지와 명소를 다니면서 전공적지식과 더불어 다양한 교양과 경험도 중요하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8월, 박람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유럽여행준비와 기사실기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돈을 조금 더 모으고 시험을 보기위해 11월초, 비행기를 끊고 아르바이트와 실기공부, 영어회화를 병행하였습니다.

여행은 25일 일정으로 주 방문지는 잡지책에 나온 공원과 주요관광지로 정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베를린 ‘글라이스드레이크파크’에서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은 국가적 이익이다. 이 공원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은 창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고 자유로운 생각 속에서 중요한 인재가 될 것이다. 이런 공간을 만드는 조경가가 되어야겠다.”라고 드디어 꿈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준비하고 경험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되찾았고 많은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12월, 많은 깨달음으로 돌아왔을 때 기사 또한 합격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쁨 또한 맛보았습니다. 저는 2012년 주변의 우려와는 다르게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정한 목표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달성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력서를 정리할 때 제가 일 년간 한 것은 기사 하나였습니다.

2013년 목표는 이력서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의 취득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캐드, 포토샵, 엑셀, 워드 자격증과 토익, 오픽처럼 숫자화 되는 결과들. 시험일정을 정리해보니 매달 시험을 봐야 했기에 바로 포토샵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전부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었고 그 중 포토샵은 내용과 기출문제가 너무 쉬웠습니다. 문득 의미없는 일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만의 필살기는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장기적 자기개발과 취업을 위한 단기적 스펙쌓기 사이에서 어떠한 절충점도 찾지 못하고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만 늘어갑니다. 제 인생에 정말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지혜와 패기를 불어 넣어 준 경험이 의미 없게 느껴지고 제 자신이 너무 작고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가진 오류에 대해 충고해 주셔도 좋고 괜히 움츠러든 제 마음에 짧은 격려를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발타자안 그라시안의 책 제목처럼 따끔한 조언과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한국조경신문을 구독하시는 선배님들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부끄럽고 가장 낮아진 지금 용기를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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