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대(영남대 교수)
“아니, 어떻게 김교수가 그런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어?”

재구부산고동문회에 참석했더니, 날 보는 눈길이 달라졌다. 타지출신이 대구시 중책을 맡았다며 신통해했다. 사실 30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아직도 대구사람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런 대접은 어느 지역 어느 도시에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울만 빼고. 역설적이지만 신설된 본부장자리는 나같이 다소 객관성을 띈 사람이 더 적임이었지 싶다. 혈연, 지연, 학연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구의 전문직분야에서 아직 무색무취해서 이해관계에 매이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서울은 저런데 왜 대구는 조경교수가 하느냐는 시비도 들렸다. 아직도 디자인이라면 소위 미술이나 조형의 전유물처럼 간주되었던 것이다. 그럴 때면 자존심이 상했지만, 앞으로 보여 주겠다하고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나 경험했지만, 대구 사람은 간곡히 청해야 비로소 겨우 반응을 보인다. 어찌 보면 무덤덤한 듯 보이지만, 막상 일이 진행되면 듣지 못했다는 식에서부터 누구 마음대로 함부로 하느냐는 식까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기 십상이다. 그러니 여론수렴과 공청회는 매우 어렵다. 좋게 보면 경거망동하지 않는 것이지만 달리 보면 주인의식이 너무 강한 것이다. 그러니 전문가를 모시기가 간단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누락되면, “그래? 너희들끼리 잘해봐라.” 할 사람이 수두룩했다. 이러한 지역정서 속에서 디자인행정의 호응을 얻는 일이 하나의 업무가 될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 ‘신도시미학정립프로젝트’를 착수하게 된다. 여기에서 대구만이 가능한 도시발전의 방향을 가늠해줄 것이며 아울러 도시디자인을 유도하는 전략의 배경을 만들고자했다. 이는 곧 도시디자인행정 추진의 틀에서 제일 상위의 비전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의 생각을 모아서 정립하고자했다. 즉 전문가토론회를 통해서 최상의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다. 다만 ‘보여주기식’ 단발성의 자문회의가 아니라, 전문가집단 별로 연속해서 토론하고 의견을 모우는 방식을 취했다. 가능하면 많은 전문가를 모시려했다. 부득이 시간도 많이 걸렸다.

도시디자인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전문분야를 나누어보고 그에 따라 수에 관계없이 전문가명단을 작성했다. 윗사람에게 묻기도 하고, 아름아름 알아서 더하기도 하고, 기자나 가까운 지인 특히 그래도 믿을 만한 객관적인 사람들을 찾아 추천도 받았다. 5개 분야로 나누고 분야마다 10명 씩 명단을 완성했다. 이 집단에는 교수는 물론 시의원, NGO, 언론인, 전직공무원, 업계, 향토학자 등이 참여했고, 각 전공은 국학, 시인, 행정, 문화경영, 정보학, 미학, 법학, 동양철학, 지형학, 공연기획, 교육학, 언론, 지역개발, 도시설계, 건축 그리고 조경 등 다양했다. 이분들 중에는 나중에 대구문화예술계의 수장이 되기도 하고, 이름을 날리는 사람도 나왔다. 나름대로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이후 업무추진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적자원을 미리 개발한 셈이었다.

토론은 6개월 동안 설정된 소주제에 따라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토론회는 ①대구의 정신과 ‘대구성(大邱性)’은 무엇인가? ②대구의 도시발전은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가? ③대구의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④대구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⑤대구정신은 이미지로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가? ⑥종합토론 순으로 진행하였다.

첫 회의에서 당부를 드렸다. “여러분은 결코 각 분야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으나, 우리 대구를 위해 참여해주십시오. 소중한 의견은 절대 낭비되지 않도록 제가 직접 하나하나 챙겨서 만들겠습니다.” 그러면서도 ‘회복’, ‘모색’같은 용어를 자주 썼다. 전혀 새로운 것을 발명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라진 것을 들추어내고 잃어버린 것을 ‘재발견’하자는 것이었다. 나 역시 모르는 것도 많았으므로.

명분은 충분했다. 7~8명 정도로써 활발하게 논쟁을 이어갔다. 좀 느슨하다싶으면, 의도적으로 자극을 주고 격론을 유도했다. 때로는 각 참석자의 자존심을 조금 자극하면서 토로하는 기회로 여기게끔 했다. 사실 처음 뵙는 분이 많았다. 전문가라지만 사실 말을 가려하거나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자문비는 조금 주고 너무 많은 것 요구한다고 농담삼아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기생이 된 양 아양도 떨었다. 또는 너무 자기 입장만 내세우든가, 뻔히 아는 것을 자기만 아는 양 주장하는가하면, 별 것 아닌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혼자 다 쓰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되도록 대화식으로 유지했다. 유감없이 얘기를 많이 하도록 하고, 토론회 끝에 가서는 마무리를 주문했다. 그런데 기대 탓인지 아니면 내 전공인 탓인지 모르나 정작 디자인중심의 토론에서는 내용이 싱거웠다. 보통 서너 시간이 걸렸다. 마치는 대로 시청 앞 식당으로 옮겨서 계속 했다. 되도록 많은 것을 얻고 싶었지만, 직원들은 녹초가 되었다.

그리하여 몇 가지 소중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즉 대구 도시디자인의 큰 방향은 합리성과 이성(理性)에 바탕을 둔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로 가야한다는 것. 따라서 이러한 도시정책 하에 대구의 지역특성과 향토정신을 재검토하여 대구성을 회복하거나 혹은 재창조하여 미래지향적인 도시디자인의 새로운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멋’을 찾아내었다. 그것은 영남의 선비문화에 베인 수수하면서도 도도한 격의 표출이었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비록 헌 옷이지만 풀을 먹이고 다려서 고이 갠 의복에서 느낄 수 있는 정감어린 자존심과 같은, 그 어떤 정신적 풍요로움을 되살리고 싶었다. ‘합리와 이성의 현대적 조형언어화’룰 다소 거창하지만 향후 큰 과제로 삼는다. “대구사람은 올곧은 기질을 지녔다. 약삭빠르지 않고 듬직하며, 신뢰를 주는 언행과 생각하는 바를 부단히 지향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모양새다.” “그러한 대구의 정신으로 의협심, 정의감, 은근, 끈기를 들 수 있다.” 실로 소중한 결론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멋진 대구’란 슬로건이 나왔다. 어딜 가든 건배사로 선창했다. “우리 대구, 멋지게!” 조크 잘 하는 김시장이 놀렸다. “이제 대구에 놈팡이 많이 늘겠네!”

⑤ 배경주의 : Negativism 도시적 소통과 도시건축의 공존 조건

2. 아이디어
① 도시 제스처 Urban Gesture
② 건축의 공공적 면모 Public Face of Architecture
③ 도시경관차원의 스케일감 Urban Scale
④ 작은 조직구성과 분절 Fabric Segment
⑤ 수평적 녹지 켜 Horizontal Green Layer
⑥ 색채 집중과 전개 Color of Spectrum
⑦ 시간축적의 도시적 전개 Urban Accumulation
⑧ 인문학적 상상력과 문화지층의 형성 Humanistic Strata
⑨ 생태미 구현 Eco-aesthetics
⑩ 이야기와 도시조각의 터전을 엮기 Contents and 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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