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 저장고를 개조해 만든 아파트 30층 높이의 스카이타워는 뱃고동 음색을 가진 파이프오르간과 독특한 외관으로 여수박람회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의 이목을 끌었다.

“뿌~우” 지난해 5월 여수엑스포 개막은 거대한 뱃고동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여수 박람회장 내 가장 높은 곳에서 울린 이 소리는 더 이상 활용도가 없어진 시멘트 저장고에서 나온 소리였다.

아파트 30층 높이의 시멘트 저장 창고를 여수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스카이타워로 개조하고, 뱃고동 음색을 가진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했다. 스카이타워로 변신한 시멘트 저장고는 여수엑스포에서 단번에 명물로 주목을 받았다. 이 구조물은 영구시설로 보존된다

이렇게 산업시설 흔적은 때로는 장소성을 부각시켜주는 중요한 경관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지난 2008년 개장한 안양시 만안구 삼덕공원은 공원 곳곳에서 이곳이 이전에 공장부지였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삼덕공원은 삼덕제지 전재준 회장이 소음과 공장굴뚝 매연으로 시민들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의미로 2003년 안양시에 기부한 땅에 설립된 것이다.

안양시는 삼덕공원의 경우처럼 공장부지를 매입하여 시민들의 휴식문화공간으로 되돌려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석수동 (주)유유 안양공장은 부지내 보물을 그대로 두어 아예 미술관으로 리모델링됐다.

때로는 버려진 철로와 정수장이 새로운 발상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기능을 부여 받기도 한다.

서울시는 2000년초부터 정수장의 독특한 경관형태를 그대로 살리면서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서서울시민공원과, 선유도공원은 이렇게 정수장에서 시민공원으로 되살아 났다.

광주광역시 푸른길, 경의선 공원, 순천시 장대공원, 송파구 문정동 공원, 경춘선 폐철로 등은 할 일을 잃은 폐철선이 조경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시민에게 되돌아간 예이다.

이처럼 용도폐기된 산업시설부지가 더 이상 쓸모없는 공간만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정부기관 역시 이전하는 공공부지를 활용하는데 신경을 쓰는 눈치다.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는 공공기관 이전부지의 아파트 개발논란에 대해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폐선부지가 새로운 조경공간으로 탄생

광주광역시 남구 도심 가운데를 지나던 철도는 지난 2000년 도시발전 저해를 이유로 도시 외각으로 이설됐다. 철도가 이전하자 폐선부지 만큼의 공간이 생겼다. 광주시 푸른길은 이 빈 철로위에 만들어졌다. 기찻길이 공원으로 탈바꿈한 최초의 기록이다.

푸른길을 처음 구상한 것은 98년이었다. 이후 2년은 현장상황과 적합하지 않는 설계로 시민과 시가 의견이 충돌하는 시간이었다. 결국 구간마다 설계가 다시 이뤄졌다. 시민들의 바라는 설계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광주광역시 남구 도심 가운데 폐철선 위에 조성된 푸른길 공원. 사진 배석희 기자


처음 도시계획용도에서는 경전철이 폐선위에 설치된 교각을 통해 다니는 것이었지만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이 반대로 푸른길 공원조성이 채택됐다.

시민들은 사유지를 매입하여 좁고 긴 푸른길 지역을 넓히고, 워크숍 등을 진행하여 의도한 컨셉을 구간마다 적용시켰다.

시민이 참여하여 곳곳마다 컨셉이 다르다. 과정의 참여들을 통해 의견을 담아 만들어갔다. 시민들이 참여하여 구간마다 다른 컨셉을 보여주는 푸른길의 대표수종은 팽나무와 참나무이다. 야생숲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참나무를 식재했다. 기존 수목은 마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베지 않았다.

광주시 주민들은 푸른길 공원 조성을 위해 운동본부를 만들고 전국적으로 설계를 공모했다. 100만그루 나무 심기 운동도 벌였다. 이런 결과로 개인과 단체, 기업에서 조성금액을 기증받기도 했다. 옛광주역에서는 열차 두 량을 제공했다.

2004년 철거된 경의선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경의선으로 인한 소음·분진 등 각종 공해로 인한 인근 생활권 지역의 환경영향 최소화와 인근 철도변 시설녹지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경의선 연변 철도부지를 녹지로 지정하게 된 것이다.

철도정거장과 역세권 개발부지를 제외한 공원조성가능부지 총 6.3km중 현재 마포구 대흥동 지역 760m구간을 완공했다.

나머지 구역은 주거공간마다 4개의 존을 나눠 특성에 맞게 공원구성도 다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식재되는 수종도 달르다. 주민설명회에는 운동시설이나 파고라까지 주민과 논의된다. 이미 완공된 대흥역 구역은 일반시민 100여면이 참가하여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 백범로 옛 지형을 복원하며 공원으로 복원할 예정으로 공원, 녹지 등 주민편익시설조성과 관련하여 서울시와 협의중이다.

폐철도는 공원으로 재활용 될 뿐 아니라 보행로나 자전거도로 등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순천시는 경전선과 전라선의 폐철도를 이용하여 순천에서 여수와 광양을 오갈 수 있는 보행로 겸 자전거 도로 개설 방안을 추진중이다.

총 12km에 이르는 이 구역은 시민공원으로 조성된다. 용당동-조곡동 장대공원 구간 1.6㎞(전라선)는 문화 및 근린공원으로, 금당-광양읍 경계 구간 3.4㎞(경전선)는 보행로 및 녹지공간으로, 금당-율촌면 구간 7.0㎞(전라선)는 자전거도로 및 녹색 보행로 등으로 꾸며진다.

순천시는 도시공원 및 녹지 조성을 위해 장대공원에서 정원박람회 부지 간 동천변에 녹색길과 자연학습장 조성, 편익시설 설치 등 도시 숲을 조성해 죽도봉과 장대공원 순천만을 연결하는 녹지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상비 IC에서 율촌 산단 사거리간 국도 17호선 도로 부지에 수목을 심어 산업단지 오염물질 차단으로 대기 환경 개선과 생태수도 순천의 이미지를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폐철도 위에 공원을 조성중인 곳으로는 1983년 철도부지로 지정된 이래 방치된 송파구 문정동 폐철도부지가 있다. 문정공원은 폭 30m, 면적 4만9972㎡로 서울시가 2004년부터 공원을 조성해왔다.

이곳 1.7㎞는 28년 만에 숲터널길이 있는 녹색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숲터널길은 이팝나무길과 계수나무숲을 지나 대왕참나무숲까지 이어져 도심에서 울창한 숲길을 활보 할 수 있으며, 수목으로 둘러싸인 구간에는 주민들을 위한 운동시설과 야외공연장도 마련된다.

문정역에서 바로 들어서는 진입광장은 송파대로와 인접한 공간으로 수경시설 및 휴게시설 등 주민들의 커뮤니티공간으로 조성된다.

약속장소나 지역 상징물이 될 분수대와 소통의 장소인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소나무와 배롱나무, 은행나무 등을 심어 숲이 터널을 이루는 그린웨이가 구축된다.

공원의 종착점에는 분수와 잔디마당, 소나무숲 등이 조성돼 문정역까지 시민들이 울창한 숲길을 걸어 출퇴근 할 수 있게 된다.

서울과 춘천시를 연결하던 경춘선 폐철로는 자전거도로로 본격 조성중이다.

1939년 개통된 경춘선 폐철로는 2010년까지 운행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남양주와 가평 및 춘천 북한강변의 경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정수시설 활용 공원조성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과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에 걸쳐 있는 능골산 자락에 서서울호수공원이 있다. 원래는 신월 정수처리장이 있던 곳이다. 2003년 9월 이후 역할이 사라진 이곳은 2009년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공원 군데군데 자리한 정수장 구조물들이 그때의 흔적을 대변한다. 현재는 철 구조물들을 사이로 얕은 물이 흐르고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비행기가 지나가면 호수에 뿜어져 나는 물줄기는 장관이다.

몬드리안 정원으로 꾸며진 침전조가 있던 지하공간에는 색색의 꽃밭이 펼쳐진다.

 

 

▲ 정수처리장이 서서울공원으로 재탄생하며 침전조가 있던 자리는 정원이 조성됐다.


지난 2002년 조성된 선유도공원은 과거의 정수장 건축구조물을 재활용하여 국내 최초로 조성된 환경재생 생태공원이자 ‘물 공원’이다.

선유도일대 11만4천㎡의 부지에는 정수장 건물과 어우러진 수질정화원, 수생식물원, 환경물놀이터 등 다양한 수생식물과 생태숲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선유도 이야기관와 시간의정원 등 생태교육과 자연체험의 장을 제공한다.

기존의 정수장을 활용하여 만든 수생식물원에서 수생식물들이 물을 정화시키는 과정을 볼 수 있고, 백련과 갯버들, 금불초 등 다양한 종류의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선유도에는 200여 종의 대부분 자생종인 다양한 식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온실에 도입되는 식물은 수질정화 수로에 이용되는 난대, 열대성 수생식물 이외에 호랑가시나무, 다정큼나무 등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상록관목들과 멀꿀, 백화등 같은 덩굴성 식물들로 이루어져 하나의 특별한 식생공간을 구성한다. 수질정화 수로는 기존 침전지의 스테인리스 수로를 재활용하고 있어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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