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7일 한국과한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조경 40년 기념식 및 심포지엄'에서 종합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우리의 조경은 미국과 비교하면 무려 100년여 가까이 차이가 난다.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조경은 압축적인 성장을 보이며 40년이 흘러 이 자리까지 왔다”

“하지만 오늘 우리 조경은 위기를 말하고 있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올해 조경 탄생 40주년을 맞아 조경인들이 한데 모인 기념식 자리. 수많은 조경인들은 조세환 한양대 교수가 던진 이 말에 귀를 기울인다.

끝이 없어 보이는 불경기. 산림, 환경, 건설 각 분야에서 무차별적으로 조경의 자리를 뒤흔들자 조경인들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이 물음에 27일 한국과학기술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조경 40년 심포지엄’에서 해답을 찾고자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위기에서 살아남는데 머물지 않고 더욱 도약하기 위한 지혜를 모색하기 위한 이 자리에서 다양한 제안과 충고가 쏟아져 나왔다.

어느 조경학자의 ‘전략’

조세환 한양대 교수 “조경, 자기조직적 혁신 이뤄야”

 

▲ 조세환 한양대 교수

“조경의 위기, 어떻게 풀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들고 첫 발제자로 나선 조세환 한양대 교수는 조경단체들의 자기조직적 혁신을 촉구했다. 다양한 단체를 신설하는 한편 모두를 통합할 수 있는 연합화를 추구해야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서 조경이 스스로 변화할 것을 요구했다. 조 교수는 이를 위해 조경계에 자기조직적 혁신방안, 새로운 녹색질서 구축, 새로운 조경의 창·문·영역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계 맵시 변화해야한다. 한국조경학회 하나만으로는 모든 영역 점유할 수 없다”

조 교수는 현재 조경의 다학문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기존 학회의 맵시를 변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첫 변화로 기존 학회 명칭 변경을 제시했다.

한국조경학회는 한국국토·도시조경학회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전통조경학회는 한국역사문화학회로,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는 한국환경복원기술조경학회로 변경할 것을 제시했다.

또 한국경관조경학회, 한국정원학회, 한국산림조경학회, 한국관광조경학회, 인공지반녹화조경학회 등 새로운 학회 창립도 요구했다.

조 교수는 “조경은 워낙 다양한 분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국토부, 환경부, 산림청 등 각계 각층에서 협력해 나가는 전략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시적 ‘두뇌조직’과 ‘자기조직적 세력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재)한국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는 상시 연구 시스템을 갖춰 환경부의 생태복원 사업 등을 경영사업 수행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고 한국공원녹지재단을 설립해 국토부의 경영사업을 수행하는 식이다.

또 한국조경연합회를 설립해 연합세력을 형성하고 그 산하에 녹색하천유역위원회, 녹색도시재생위원회, 녹색건축위원회 등 씽크 탱크 조직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관련분야와의 관계 맺기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시·건축·임학·IT·토목 등 다양한 분야와의 교육·기술적 융합 전략, 국토부·환경부·문광부, 산림청 등 다양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조직과 다양한 이름으로 접근하는 행정적 다양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시민단체와 거버넌스 구축 또는 제3의 시민단체 조직화를 통해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조경 이슈화 및 정책 세력화를 추진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치적 세력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어떤 조직이, 어떻게 혁신적 녹색 질서 구축을 수행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남는 다”며 “결국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건가하는 문제”라며 조경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했다.

새 시대 조경학자의 ‘일침’

최정민 순천대 교수 “서구 것 따라하는 것이 세계화?”

 

▲ 최정민 순천대 교수

2012년도를 휩쓸었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열풍이 조경계에도 불었다?

 

최정민 순천대 교수는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며 “서구의 조경을 쫓아 흉내 내는 한국 조경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기 어렵다”고 조경계 일침을 가했다.

싸이의 성공 비결을 ‘우리의 것’을 잘 표현 한 것으로 분석하며 이를 현재 조경 현실을 빗대며 정체성 문제를 겨냥했다.

그렇다고 서구 조경을 무시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오히려 최 교수는 세계회란 명목으로 한정된 틀에 갇힌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개념과 가치를 ‘재정립’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지역성을 살린 ‘차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싸이는 있는 그대로의 강남 모습을 담아낸 뮤직비디오로 크게 성공했다”며 한국 조경도 서구의 권위에 기대기보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 한국 조경도 중심과 주변, 도시와 자연, 문화와 생태가 공존해서 만들어내는 호혜적 정체성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 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조경이 스스로 주변성을 극복하고 서구조경과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세계적 수준으로 나갈 수 있는 바탕이다”며 한국 조경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제언했다.

젊은 조경설계자의 당찬 ‘요구’

김정윤 오피스박김 소장 “조경이 주도하자!”

 

▲ 김정윤 오피스박김 소장

“조경은 당연히 도시를 잘 만들 수 있다.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원에서부터 도시설계까지 익히고 다뤄온 조경은 그 어떤 업역 보다 도시를 잘 만들 수 있다”

 

김정윤 오피스박김 소장이 발제 ‘미래를 위해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우리가 주도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기존 도로설계 이후 공원과 주거단지가 들어섰던 것과 달리 공원체계에 따라 토지경계를 바꿀 수 있게 했던 동탄2신도시 워터프론트 설계경기 지침을 예로 들었다.

김 소장은 “앞으로도 조경의 저력을 믿고 우리가 주도하는 ‘판’이 열렸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날 김 소장은 조경의 미래가 될 설계사무소에게 ‘우리가 주도하자’는 내용을 포함해 ▲당장 돈이 벌리지 않는 프로젝트에 투자하자 ▲수행프로젝트 수보다 설계저력에 기회를 주자 ▲자진설설계감리를 하자 ▲업역간 협업 습관화하자 ▲안해봤던 것을 시도하자 ▲설계를 통해 지식을 생산하자 등 7가지를 제안했다.

김 소장은 “역사가 40년 밖에 안되는 젊은 조경의 지금 위기는 한국 조경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라며 “조경도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진정한 실력대결이 펼쳐지는 것이 결국 자생력을 키우는 길이다”고 말했다.

어느 공무원의 ‘부탁’

배호영 서울시 조경과장 “조경, 시민참여 이끌어 달라”

 

▲ 배호영 서울시청 푸른도시국 조경과장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시의 푸른도시 정책’을 말하기 위해 나선 배호영 서울시 조경과장은 조경 40주년 행사에 참여한 이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한국조경사회와 같은 조경전문가 단체가 시민참여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시민이 참여하는 녹지 조성 및 관리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지금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녹지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배 과장은 공공주도의 녹지조성과 관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참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배 과장은 과거 서울시 녹지정책이 “공공주도 녹지정책에 한계가 있다”며 행정과 주민사이의 매개역할을 하는 역량 있는 민간단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배 과장은 “그동안 민간단체로 많은 역량 발휘해온 서울그린크러스트와 함께 경쟁단체로 활동한 시민단체 출연이 필요하다”며 “재능기부 형식과 같이 조경사회 등 전문가 단체가 이러한 역할 수행할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 과장은 “이는 조경분야 영역 확대에 중요한 기회 될 수 있다”며 “사회기부를 통해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신뢰도가 점차 증대될 것”이라고 시민단체로서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했다.

토론자로 나섰던 이춘희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 회장도 “조경의 민간과 시민 참여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공감하며 시민 의견수렴을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는 배과장의 제안에 대해 “지금까지 조경 전문가로서 정체성 생각해 봐야하지 않겠나”라며 그동안 미흡했던 조경계의 시민참여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상생의 길 모색하자"

4명의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도 조경의 발전을 위한 조언이 이어졌다.

이춘희 회장은 “조경 위기 새해부터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며 조경과 산림분야와의 상생의 길 모색과 일몰제 대비를 통한 도시공원 조성 활성화 등을 기대했다.

양기방 한국건설신문 대표는 “조경업계는 힘이 약하다. 정치력이 없다고 한숨만 쉬고 업역전쟁에서 속수무책 패하고 말 것인가?”고 질타하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자”며 조경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양 대표는 법규와 이슈를 선점할 씽크탱크 상설화와 함께 대외활동 강화, 조경 특성 살린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업계 영세화 극복 방안 등을 요구했다.

반면 서울대 환경대학원 손용훈 교수는 “맞서 싸우기 보단 우리 강점을 가지고 접근해야할 것”이라며 “조경의 뿌리에 대한 조경학 연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 조경이 무었인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현 단국대 교수는 “향후 조경의 ‘방재기능’, ‘물’에 대한 연구와 이를 근간으로 조경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공원, 정원, 녹지, 옥상정원 같은 대상만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해 조경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 지난달 27일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장에서 열린 '한국조경 40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김학범 한경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춘희 전국시·도공원녹지협의회 회장,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 양기방 한국건설신문 대표, 김현 단국대학교 교수, 손용훈 서울대 교수 등이 종합토론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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