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문경새재’는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를 잇는 백두대간 옛길로 유명하다. 주흘산, 조령산, 이화령고개가 있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식생 경관과 옛길 계곡과 폭포, 수림터널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경관 가치가 뛰어나 그야말로 생태관광지이다.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때 이후로 약 500여 년 동안 한양과 영남을 잇는 가장 번듯한 길이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초점(草岾)으로, 동국여지승람에는 조령(鳥嶺)으로 기록된 길로 조선시대 영남도로에서 충청도 한강유역권과 경상도 낙동강유역권을 가르는 백두대간을 넘는 주도로의 역할을 했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억새풀이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 새로된 고개라는 뜻으로 새재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문경새재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관도로 경상도 선비들의 과거길로서 수많은 설화가 내려오고 있는 등 역사적, 민속적 가치가 큰 옛길이다. 이번 호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그중 ‘문경새재 과거길’이다.

문경새재 과거길은 조선 태종 14년 1414년에 개통된 관도로 영남지방과 충청도, 경기도 지방을 잇는 영남대로로 한양에서 영남으로 부임하는 관리들의 행차가 이 길을 넘었고, 옛날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기 위해 청운의 뜻을 품고 한양으로 다니던 과거길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경상도를 지나 한양 까지 가는 방법으로는 문경새재 길을 넘거나 추풍령 고개 길 또는 죽령을 넘어야 했다. 과거길에 오르는 선비들이 문경새재 길을 이용하면 보름정도 걸린 반면에 추풍령과 죽령은 넘는 길은 이보다 하루 이틀 더 걸리는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선비들이 유독 문경새재길 고집하였고 한다. 추풍령고개를 넘으면 추풍낙엽처럼 과거시험에 떨어진다고 믿고 있었으며, 죽령고개를 넘으면 대나무처럼 미끄러진다는 미신이 있어 문경새재를 택했다고 한다.

문경새재 과거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만큼 관광자원으로서도 가치가 높다. 문경새재 과거길이 관광상품화된 구간은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제3관에 이르는 9km 구간에 해당된다.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을 비롯해 마패봉 등 백두대간 봉우리를 감싸 안은 성문과 성곽은 조선시대로의 여행을 떠나는 관문이다. 조선시대부터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가장 큰 길인 문경새재 옛길은 예로부터 영남과 한양을 잇는 길목이자 군사적 요충지, 문물의 교류지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문경새재에는 3개의 관문이 있다. 대표적인 관도(벼슬길)인 제1관문 주흘관, 제2관문 조곡관, 제3관문 조령관이고, 나그네의 숙소인 원(院)터, 주요 관방시설과 정자와 주막 터, 성황당과 옛날에 산불을 막기 위하여 세워진 한글 표석 ‘산불됴심’비 등 각종 비석이 옛길을 따라 잘 남아 있다. 3개의 관문이 세워진 이유는 1592년 임진왜란 때 왜군이 한양을 향해 진격할 때 당시의 명장 신립장군이 이곳에서 대적하자는 부하들의 의견을 뿌리치고 충주 탄금대에서 왜군을 맞아 싸웠으나 중과부적으로 패한 사연이 있는 곳으로 방어의 목적으로 세웠다 한다. 주흘관과 조곡관은 남쪽에서 침입하는 왜적을 방어하기 위해 성문이 남쪽을 향하고 있는데 조령관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 북쪽에서 침입하는 오랑캐를 방어하기 위함이었다.

문경새재 과거길 주변에는 수안보온천휴양관광지가 있고, 속리산·월악산·소백산 등 유수의 국립공원이 지척에 있어 문경새재는 생태관광과 건강치유를 하기 좋은 물 좋고 공기 좋고 심신을 단련하기 좋은 건강휴양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시가 흐르는 옛길로 유명하다. 길옆에는 서거정·김종직·김시습·이언적·주세붕·이황·이이·김성일, 류성룡, 이수광, 김만중, 정약용, 김정희 등 시대를 풍미했던 묵객들의 시가 목석에 새겨져 있다. 주흘관 문을 지나면 왼쪽으로 태조 왕건 세트장이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사극 촬영장을 지나면 조선시대 관원들의 숙식 장소인 조령원터는 김주영 소설 객주의 무대이기도 하다. 조령원터 건너편에는 새재고개를 넘던 장사치와 선비들이 국밥 한 그릇에 시장기와 여독을 풀던 주막이 있다. 주막 인근의 ‘교귀정’은 경상감사가 교체될 때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정자가 이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지나던 김종직은 이름 없던 정자에 이 이름을 붙이고 ‘교귀정’에 올라앉아 하늘과 땅을 벗 삼아 시 한수 읊었다고 한다. 문경새재 고갯길은 그야말로 시가 흐르는 옛길이기도 했다.

1관문에서 3관문에 이르는 문경새재 옛길에는 황토길로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과 역사체험의 현장 역할을 똑똑히 하고 있다. 문경새재 고갯길이 비포장길로 보존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문경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6년 국무회의에서 ‘문경새재 고갯길은 절대 포장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일화도 전해져 오고 있다. 황토길을 따라 물박달나무가 장원급제하여 돌아오는 선비를 반기듯 일렬로 도열해 있는 듯 보이고, 충청북도 경계까지 물박달나무와 아름드리 소나무가 산재해 있어 길 주변은 그야말로 조형화된 생태관광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고 황토 길은 맨발로 걸어 갈 수 있어 건강 체험코스로도 용이하다.

문경새재 과거길에서는 문경시가 옛길 걷기 체험, 과거길 재현 등 옛길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 행사가 매년 개최되고 있어 현대인들이 조선시대 옛길 문화 및 선비 문화를 향유하고 체험할 수 있다. 문경새재는 그 옛날 새들도 날다가 쉬어간다는 높고 험준한 고개였으나 지금 가장 아름다운 옛길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문경새재 과거길은 학문의 길이요 심신을 단련하는 건강의 길, 치유 휴양의 길로 각광받고 있다. 문경새재 과거길에는 선비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스토리가 있고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이 있어 자연을 벗 삼아 휴양하기에 안성맞춤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은 태조 왕건 세트장이 있어 한 해 100만 명 이상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높기는 하지만 아직은 당일관광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지역이 휴양지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이루어 져야 하고, 문경새재 과거길에 대한 세련된 스토리 개발과 관광해설사 육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태조 왕건세트장을 이용한 주막을 활성화하여 살아있는 체험 장으로 변모시키고, 문경새재 과거길 주변지역에는 건강과 치유, 레포츠, 문학을 테마로 한 휴양지로 조성할 경우 더욱 시너지 효과를 거두어 매력적인 명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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