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가 지나면서 자선냄비의 온정이 목표액을 상회하며 마감됐다. 자원봉사자와 소액부터 거액의 기부를 해준 이름 없는 천사들의 온정에 많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이어졌다. 우리는 이것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영화가 있었다. 1914년 1차 세계 대전 중 프랑스 북부 독일군 점령지역에서 100m도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숨 막히는 접전이 일어나던 중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던 중 영국군 병사가 백파이프로 연주하며 잠시나마 전장의 긴장을 늦추고 이에 뒤질세라 독일군은 노래로 화답하며 크리스마스 단 하루를 위한 휴전을 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내용이 실제로 밝혀진 편지가 공개됐다. 영화 내용과는 달리 벨기에 격전지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독일병사 한명이 총격으로 죽을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영국군 참호 쪽으로 다가와 크리스마스에 교전을 중단하자고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어 독일 병사들이 참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자 영국 병사들이 ‘참 반가운 신도여’라는 노래로 화답을 했다고 한다. 양측 병사들은 서로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고 중간지대에서 담배를 교환하기도 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승전국인 영국군이 먼저 화해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표현됐지만 실제로는 패전국 병사가 먼저 용기를 낸 것이다. 여기서 누가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내밀었는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이 가져다 준 전장 속의 기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스토리의 ‘웰컴투 동막골’이란 영화가 있다. 순수한 동막골 사람들의 보호와 치료아래 연합군, 국군, 북한군 병사들은 사상도 이념도 무의미해지고 등등하던 살기도 없이 웃음과 눈물의 의미를 되찾고 인정성이 깃드는 과정과 동막골을 지켜내려는 공동노력이 흐믓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두 영화에는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
역사적 사실로 밝혀진 ‘메리 크리스마스’는 화해의 손길이 잠시의 휴전으로 이어지고 누군가가 참호 밖으로 축구공을 차내자 영국군과 독일군 병사들이 함께 축구경기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로 교전이 없었다. 반면 ‘웰컴투 동막골’은 잠시동안 평화가 있었지만 오해와 자기주장으로 인하여 자기들끼리 총 쏘고 막고 하다가 결국엔 다 죽었다.
제 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결정이 났다.
선거운동기간에 치열하게도 선거운동을 했다. 진흙탕 선거판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말과 흑색선전도 있었다. 따라서 양쪽 진영 모두 피해도 많았다. 그래서 이대로 덮고 지나가기엔 국민의 상처가 너무 크다.
모든 것이 결정된 지금 국민들은 승자들의 진정한 포용력을 기다리고 있다. 51.6%가 아닌 100%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새 지도부에 크리스마스가 지나면서 ‘정치적 기적’을 바라는 것은 모두의 마음일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