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서울성곽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경복궁, 종묘, 사직단을 건립하고 정도전의 도성축조 계획에 따라 축조하기 시작하였다.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을 잇는 총 18km의 성곽으로 평지는 토성 산지는 산성으로 계획하여 1396년 2~3월과 7~8월 농한기를 이용해서 전국 19만7400명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이때 서울성곽에는 4대문과 4소문이 건립되었다. 4대문에는 동대문인 흥인지문과 서대문인 돈의문, 남대문인 숭례문, 북대문인 숙정문이다. 4소문은 동소문의 혜화문, 서소문의 소의문, 남소문의 광희문, 북소문의 창의문이 건립되었다.

이후 세종 때에는 흙으로 된 토성구간을 모두 성곽을 돌로 바꾸기 위하여 전국에서 32만 명의 인력이 동원되고 2천여 명의 석공을 투입하여 성을 완성하였다. 이때 서울의 인구가 1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역사적인 국책사업이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성곽을 쌓다가 희생된 사망자만 해도 872명에 이르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 후 영조는 성곽 동쪽 부근에 방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치성을 쌓았다.

서울의 성곽길은 내사산과 외사산으로 나뉘는데 내사산(內四山)은 서울성곽길로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으로 4대문 숙정문과 흥인지문, 숭례문, 돈의문 터와 혜화문, 광희문, 소의문 터, 창의문의 4소문을 지나는 21km의 성곽길로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체험하는 역사․문화 탐방로이다. 외사산(外四山)의 서울둘레길은 용마산, 관악산, 덕양산, 북한산으로 연결된다.

이번에 소개하려고 하는 길은 내사산의 북악산 코스 서울성곽길에 관한 이야기다.

서울성곽길 코스는 혜화문-와룡공원-숙정문-촛대바위-곡장-청운대-1.21사태소나무-백악마루-창의문으로 이어지는 약 4.7km로써 탐방에는 2시간25분정도가 소요된다. 북악산 서울성곽길을 찾아가는 길은 세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말바위 안내소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서 초록지선버스 종로02번을 탑승하여 성균관대후문에서 하차하여 10분정도 걸으면 와룡공원에 도착한다. 와룡공원에서 서울성곽길을 따라 20분 정도가면 말바위 안내소에 도착할 수 있고, 또 다른 방법은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출구로 나와서 초록색지선버스 08번을 탑승하여 명륜3가 종점에서 하차 후 10분정도 걸으면 와룡공원에 도착한다. 와룡공원에서 서울성곽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말바위 안내소에 이른다. 두 번째는 숙정문 안내소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6번 출구로 나와 초록색지선버스 1111번, 2112번을 탑승하여 명수학교 종점에서 하차 후 10분정도 걸으면 숙정문 안내소에 도착한다. 세 번째는 창의문 안내소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인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초록색지선버스 7212,1020,7022번을 탑승하여 자하문 고개에 하차 후 2분정도 걸으면 창의문 안내소를 만날 수 있다.

서울성곽길 탐방의 시작은 숙정문 안내소에서부터 시작하게 된다. 혜화문과 와룡공원을 지나 숙정문 안내소에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영주권, 여권 등을 제시하여 출입증을 발부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숙정문 안내소에서는 북악스카이웨이 탐방로와 침투루트길이 인접해 있고 삼청각과 길상사, 각국 대사관저가 한눈에 들어온다. 숙정문은 서울 성곽 사대문(四大門) 중의 하나로 본래 북대문(北大門)이라고도 했다. 경복궁의 주산(主山)인 백악산(白岳山) 동쪽 고개에 위치하고 있고, 숙정문은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서울 성곽 동서남북에 사대문의 격식을 갖추고 비상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졌기에 평소에는 굳게 닫아두어 숙정문을 통과하는 큰길은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1968년 1·21 김신조 침투사태 이후 청와대 경비를 위해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하다가 2006년 4월부터 서쪽 성곽 0.5㎞, 북쪽의 진입로 0.6㎞ 구간과 함께 다시 일반에 개방하게 되었다. 서울성곽길은 숙정문을 지나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다 보면 웅장한 촛대바위와 함께 전망대를 볼 수 있다. 전망대 주변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 도심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성곽은 성벽에 기어오르는 적을 방어하기 위하여 성곽을 자연 지세에 맞추어 돌출시켜 쌓는 방법을 치성 또는 곡성이라고 하였다. 치(雉)는 생김새가 꿩의 머리처럼 돌출되었다고 해서 붙인 말이며, 각이 진 것을 치성이라고 하고 반원형으로 굽은 것을 곡장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북악산에서 경복궁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청운대이다. 청운대는 서울의 진산(鎭山) 북쪽 최정상인 백운대(836m)를 본떠 청운대(293m)라는 상징성을 부여하였다고 한다. 청운대에 서서 조선의 건국과 한양의 천도 배경을 생각해 보고 경복궁과 그에 따른 풍수비보의 의미를 되짚어 보면서 풍수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느끼게 된다. 청운대에서 백악마루로 가는 길에 1.21사태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124부대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 들이 청와대를 습격할 목적으로 침투하였을 때 우리 군경과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때 수령 200년의 노송은 15발의 총탄을 맞아 총탄자국이 남게 되어 이 소나무를 ‘1.21사태소나무’라고 부르고 있다.

북악산은 서울의 주산으로 일명 백악산, 면악산, 공극산 이라고 불렀다. 백악산 높이는 342미터로 내사산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백악 마루라고 부르는데 '마루'는 정상꼭대기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서울성곽 길 탐방의 마지막 길에 접어들면 창의문에 이른다. 한때 풍수지리적 해석 때문에 평상시에는 폐쇄되었고 왕명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통행을 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한편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 때는 능양군(陵陽君:인조)을 비롯한 의군(義軍)들이 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반정에 성공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성곽길 걷기의 피날레는 창의문 안내소에서 출입증 반납함으로서 완료된다.

북악산 성곽길 관광코스는 1960년대 북한과의 냉전 상황에서 전면적으로 통제되었다가 2006년에 개방되었다고는 하나, 청와대와 인접한 관계로 여전히 군사보안 지역으로 개방시간은 하절기(4월–10월) 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입장가능하며, 동절기 (11월-3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입장가능하다. 또한 퇴장시간은 오후 5시이므로 기억해 두어야 한다.

북악산 서울성곽 길 탐방을 알차게 하기 위해서는 문화유산 해설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화유산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려면 말바위 전망대와 창의문 성곽계단 입구에서 각각 10시, 14시 2차례 탐방객 대상으로 동행 해설이 진행한다. 북악산 서울성곽길은 고도 한성 서울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과도 견줄 수 있는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서울성곽길은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서울의 저녁노을과 야경을 보며 드라이브 하고 있노라면 길에서 얻는 황홀한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곳은 계절별로 풍광이 다른 경관을 연출한다. 외국인들도 많이 오르는 서울성곽 길은 북촌마을이나 경복궁 창경궁, 인사동, 청계천과 연계가 가능하여 세계적인 도시문화 관광코스로 개발하여 명소화해야 하는 숙제를 지니고 있다. 서울 성곽 가는 길에는 성곽과 더불어 세련된 도시경관과 시스템조경이 좀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서울 4대문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조화가 이룰 수 있는 관광지이다.

호젓한 주말 문화해설사와 함께 한번쯤 서울성곽길을 걸어보면서 우리의 위대한 문화관광자원의 가치를 음미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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