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조경’ 전담부서 신설 필요
관광프로젝트, 조경가 처음부터 참여해야
조경의 디테일 찾아나서는 노력




“인터뷰 예정시간을 정확히 맞췄네요”

11시 50분. 아마도 그는 업무에 쫓기고 있거나, 인터뷰에 대한 기대가 큰 것처럼 보였다.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관광학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85년 한국관광공사에 입사해 서남지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영본부 CSR센터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희대 사회교육원에서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주로 관광상품 컨설턴트를 해왔다. 현재는 마케팅 쪽에 중심을 두고 업무를 진행 중.

이상은 점심식사를 하며, 인터뷰이가 직접 밝힌 약력이다. 점심을 함께 하며, 그에 대한 호칭이 위원님에서 박사님으로 바뀌었다.

“자~ 박사님 인터뷰 장소로 가실까요?”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3층 묘향산 실에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그가 또 웃었다. “하하하, 제가 고종화입니다”

그렇다. 이 분은 한국조경신문 ‘지금은 관광시대’ 지면을 지난 5월부터 책임지고 있는 칼럼리스트 고종화 집필위원이다.

고종화 박사는 얼마 전 강원도 양양에 여행을 다녀왔다. 아니 정확히 설악산 대청봉 5색 케이블카 사업 타당성 자문 차 다녀왔다고 하는데도 고 박사는 굳이 업무가 아니라고 했다.

“사업타당성 컨설팅을 해주었던 곳에 법 제도가 수립됐다고 하니 자문도 해줄 겸 행정 관계자를 만나 어떻게 사업을 실행할 것인지 자문한 것입니다”

이것이 업무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설악산을 구경하기 위해 연간 30여만 명이 등산로를 오르내리지만, 이 중 노인과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배려차원에서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습니다. 스카이라인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케이블카 설치를 양양군 관계자와 논의했습니다”

고종화 박사는 지난 2009년 ‘한국을 움직이는 차세대 리더’ 관광부문 1위로 선정된 적이 있다.

두서없이 한류관광에 조경분야를 접목하기 위한 기막힌 아이디어를 부탁했다.

“한국 조경도 한류바람을 타고 훨훨 날 수 있습니다. 조경은 이제 시설분야에만 머무르지 말고 하나의 문화로 재탄생해야 합니다”

어렵다. 쉽게 다시 설명을 부탁했다.

“조경한류의 성공은 한국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조경에 도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옛 마을공동체 골목길에는 담이 있고, 조경수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또, 마당과 전통정원이 있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경은 담 밑에 봉선화가 피어있는 모습입니다”

고 박사는 “한국적인 전통조경을 상품으로 연계하는 연출가적 능력이 요구되는 때”라며 “한류조경의 개념 정립은 아직 옛 모습이 남아있는 농어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발전이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 다시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농촌지역 조경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 콘셉트에 맞는 경관 스토리와 문화를 표현하는 연출을 시도하고, 한국적인 조경인프라를 구축하는 캠페인을 펼쳐 조경인 스스로 조경디자인을 꾸미는 코디네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람용이 아닌 관광객이 체류하면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즉 관광의 첫째 목적인 낯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조경마을이 나와야 합니다. 관광객이 여기서 문화적 충격을 받고 감흥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고 박사는 가치가 높은 작은 주제공원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공원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 조경마을까지 발전할 수 여지가 많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한류관광 콘텐츠는 조경이 담당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선도사업을 시행하여 지자체에 모범이 되는 모델마을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곳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보다 한 두 곳만 성공시킨다면 파급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발한 한류관광 아이디어 한 가지만 묻는다는 것이 어느새 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

한국조경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게 된 계기는?
관광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을 넓혀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점점 조경분야가 관광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고 있고, 전문관광인으로서 조경발전에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으로 칼럼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칼럼을 통해 한국 관광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이제부터는 본인이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관광과 조경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혀갈 계획이다. 조경은 이미 실버관광, 농어촌관광, 도시관광 등 관광정책 이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따라서 조경은 시설분야에서 벗어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소설책도 작가 사인이 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달라지듯이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의도적으로 조경에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황지해 작가의 DMZ정원이 광주가 아닌 실제 DMZ에 조성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조경의 가치가 어느 장소에 부여되느냐에 따라 국제적인 관광코스가 되고 상품가치 역시 무한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분야에서 현재 조경의 역할은?
현재 많은 조경 요소를 환경부에서 다루고 있다. 조경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부분은 또 다른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다. 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데, 이제는 조경인들도 프로젝트 진행시 처음부터 같이 기획하고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관광조경, 관광도시조경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관광조경사업전략부 또는 유사한 산업부서과 정도는 나와야 한다. 파급효과로 지자체에도 부서가 생기게 될 것이다. 국토해양부 조경업무도 전문 조경인이 맡아야 한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중에 전문 조경인의 역할이 별로 없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관광 소비자 입장에서 본 조경의 역할은?
관광지에 가치 있는 조경이 있다면 관광 상품의 질도 같이 높아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축가나 조경가나 크게 관계없는 일이다. 누가 잘 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조경인들도 이제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 건물 내부공간 꾸미기를 건축 분야로만 인식하지만 조경이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부분은 정확히 공략해 나가야 한다.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테마마을은 생각보다 효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집을 이루는 전문가적 시야가 부족해서이다. 이렇게 디테일한 업무부터 조경인이 찾아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상품성을 갖추기 위한 디테일한 공정과정에 조경인들의 섬세한 손길이 요구되고 있다.

관광사업 관리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전문가는 왜 정책이 실현되어야 하는지 타당성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타당성 논의만큼 개발 이익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하지만 정책 논의에서 이 분야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개발 이익은 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개발이익을 종자돈으로 마을이 발전하고 마을산업이 일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관광정책에서 흔히 전문가들을 마을에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농어촌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은 이렇게 생겨난 것이다. 마을 관광정책사업은 정주민들의 마을사업에 대한 개념을 투기가 아닌 투자로 전환하는 교육과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사업 후 떠나면 그만이지만 사업관리는 마을사람이 주도해서 해야 한다. 관광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없으면 흉물이 되기 쉽다. 관광은 곱셉법칙과 같다. 관광성공 요소 10가지 중 한 가지만 제로가 나온다면 영이 되는 원리이다.

관광사업에 스토리는 어떻게 입혀야 할까?
조경수에는 어떤 이의 손때가 묻었는지, 단청은 누가 어떤 스토리로 만들었는지 등과 같이 스토리가 재밌는 곳이 곧 관광명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해설자를 통한 서울시내 관광지 스토리 전개과정은 너무 어렵다. 역사적 사실이나 의미만 부여하려다 보니 학습효과만 있고 재미가 없다.

관광지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관광객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만을 설명하는 맞춤형 해설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해설사 수준을 현재보다 더 높힐 필요가 있다. 서울시내 성곽길을 소개하려고 한다면 서울경관만 보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 전개와 이로서 문화적 충격까지도 줄 수 있는 작업이 중요하다. 마음에 와 닿지 않은 스토리텔링과 현상만 이해하는 것으로는 절반의 만족밖에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웃음으로 시작한 인터뷰가 끝났다. 인터뷰 전 관광분야에 얼마나 조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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