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쑥부쟁이가 논쟁의 중심에 섰다.
정치적 입장을 달리한 시인 김지하와 문학평론가 백낙청 사이에 벌어진 일인데 상대방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더니 시인이 문학평론가를 향해 ‘한류-르네상스 가로막는 쑥부쟁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특별기고를 통해서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구경 중에 불구경 싸움구경이 재밋다고 하는 데 정말 그랬던 것 같다.
그 중에 글 싸움 이라고 하는 문학논쟁이 세간에 화제를 더한 적이 있다. 1930년대 안함광 백철 사이의 농민문학논쟁이 있었고 1960년대에 유명했던 선우휘 백낙청의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의 논쟁이 있었다. 이어령 김수영 사이의 ‘자유’ 대 ‘불온’의 논쟁도 흥미와 관심을 자아 냈고 최근에는 김휘영 진중권의 영화와 인문학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러한 논쟁은 문화논쟁에 갈증이 났던 식자층 사이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예전에 논쟁의 중심에 섰던 평론가 백낙청의 상대로 이번에는 시인 김지하가 나섰다. 문학이나 문화에 대한 논쟁이 아닌 대선을 코앞에 두고서 정치적 입장에 대한 논쟁과 비평으로 비쳐지더니 지금에 와서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서 두 분을 흠모하던 독자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다.
더군다나 ‘쑥부쟁이’라는 식물을 비유해서 ‘못난 쑥부쟁이’ ‘못된 쑥부쟁이’ 라는 표현을 상대방에게 ‘바로 그 쑥부쟁이다’라고 비난을 했다.
또한 원주 부근의 손곡이란 지역에 위치한 법천사와 거돈사의 거리가 가까운데 그 사이에 ‘시퍼런 독초와 독거미풀만 무성하다’는 표현을 했다.

쑥부쟁이는 국화과 식물로 산과 들에서 자라는 다년생초본인데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청초하고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꽃말이 ‘그리움’을 의미하여 가을 분위기를 잘 전해주고 있으며 어린 순은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는 유익한 우리나라 야생화이다. 얼마 전 4대강 공사 때 멸종위기의 ‘단양쑥부쟁이’ 서식지가 훼손된다고 해서 야단법석을 피운 바가 있다. 그만큼 우리와 친숙하고 반가운 식물이다. 그런데 이 식물이 시인에 의해서 폄훼되고 말았다.
두 절 사이에는 ‘독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쁘고 소박한 야생초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초가 약초가 되고 있으며 거론된 ‘독거미풀’이라는 식물은 아직 식물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름이다.

자기 생각에 대한 표현은 자유이다. 그러나 사회적 명망과 지명도가 있으면 그 표현이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할 수 있다. 김지하 시인의 경우에 더욱 그렇다. 유신시대에 독재에 저항하던 시인으로 존경받고 생명을 찬양 했는데 뜻밖의 식물 비하 표현은 식물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쑥부쟁이 같이 길목을 막고 버틴다’는 표현이나 ‘손곡 쑥부쟁이가 스스로 사라지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은 뜻밖에도 많다’는 표현은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 사람의 입장이 아닌 쑥부쟁이의 입장에서 보면 답이 나온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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