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전통조경학회에서 주최한 ‘2012한중일 국제심포지엄’이 ‘세계문화유산 역사마을-변화하는 가치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지난 2일 서울대에서 열렸다.


2010년 7월 생활유산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주시 양동마을. 그러나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인한 기쁨도 잠시, 양동마을은 지금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증하는 관람객으로 인해 주민들 삶의 패턴이 깨지면서 마을공동체가 분열되고 생산활동이 붕괴되면서 관광지 민속마을로 전략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양동마을은 문화재로서 원형보존이라는 원칙의 틀 속에 2012년을 살아가는 주민들 의 현실적인 삶과의 괴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주민불만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양동마을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취하고 있다.

(사)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 홍광표)는 지난달 30일 ‘세계문화유산 역사마을:변화하는 가치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한중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강동진 경성대 교수는 ‘양동마을의 실험적 행보: 주민자력형 마을보전의 실천과 고민’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내부적인 갈등과 변화의 과정을 걷고 있는 경주 양동마을을 소개했다.

양동마을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인해 주민들은 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내부적인 갈등까지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인해 양동마을은 더 이상 농업생산 활동으로 생활하는 마을이 아닌 관광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양동마을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강동진 교수

 

 

강 교수는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식당을 비롯해 상가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제 벼농사를 생활하는 주민은 상당부분 줄어든 상태”라면서 “양동마을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건축물의 원형보존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주민들이 농촌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교수는 “가령 양동마을에 유기농, 친환경재배, 친환경농업 등 도입을 통해 농업이 지속될 수 있길 바래보지만, 역사마을로 지정된 양동마을에서는 그 부분이 끼어들어 갈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역사마을의 지원에 대한 융통성을 주문했다.

그런 과정에서 양동마을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자발적인 주민협의체인 ‘양동마을 운영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앞으로 양동마을의 모든 변화에 따른 결정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당장의 변화는 방문객 감소를 위해 입장료 4000원을 내년부터 징수키로 한 것이다.

입장료 징수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강 교수는 “입장료 부과로 인한 방문객 감소는 가능하겠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시스템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양동마을의 가치는 전통적인 외형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양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생산체계의 지속성에 있다. 다시말해 ‘살아가는 정주형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핵심인 것이다.

이런 양동마을이 갖고 있는 가치을 보전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강 교수는 “우선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운영위원회의 자율적인 운영과 공평한 경제적 배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사례로 노부쿠로다 일본 츠쿠바대 교수가 일본의 갓쇼주리쿠 가옥으로 알려진 시라카와고의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시라카와고는 갓쇼주쿠리 가옥의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역사마을이며, 시라카와고 역시 유산등재 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농업와 양잠 중심의 마을에서 관광업으로 생활하는 마을로 변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간 수익격차가 발생하기도 하고, 문화유산지구와 비문화유산지구와의 격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시라카와고 주민들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19여년 전 인 1976년 ‘시라카와고 자연환경을 지키는 모임’을 발족해 갓쇼주쿠리 가옥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 왔다. 시라카와고 역시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관람객의 급증으로 인해 혼란을 겪으면서 관광지로 변해갔다.

노부쿠로다 교수는 “시라카와고는 더 이상 농촌이 아니라 관광지다. 주민들은 더 좋은 관광지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문화유산 등재시 인정받았던 기능과 생산적 가치에 대한 진정성 측면에서 고민해봐야 한다”며 관광지로 변해가는 마을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시라카와고는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는데 노력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에는 17회에 걸친 주민회의를 통해 ‘세계유산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문화유산을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마스터플랜에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세계유산으로 인재를 양성한다는 크게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시라카와고의 모습은 1950년과 2012년 마을의 경관은 거의 변화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일본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라카와고 인구는 유지되고 있으며, 아이들 역시 갓쇼주쿠리 가옥을 보존해야할 유산으로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노부쿠로다 교수는 “시라카와고의 성공은 유산등재 이전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고, 주민들 스스로 힘을 키워나가는데 있다”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시라카와고의 비결임을 강조한다.

중국 사례는 푸동난 중국도시계획설계연구원 연구위원이 중국의 이지분지에 대해 발표했다. 푸동난 연구위원은 “역사마을은 보전하면서 인근 주변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등 역사마을을 중심으로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 박소현 서울대 교수는 “중국 이지분지의 사례는 역사마을과 주변지역이 어떻게 접근하고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좋은 사례”라면서 “양동마을도 주변지역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한중일 공통으로 농업에서 관광마을로 변해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그럴 때 문화유산에 등재했을 당시 인정받았던 생산활동으로의 가치에 대한 진정성이 변화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곽창용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사무관은 “문화재 보전과 주민들 삶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실천방향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며 주민들에 대한 지원 및 보상체계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 주제발표 이후 열린 토론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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