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병두 대구대 교수는 한국경관학회 특별세미나에서  “대도시의 특정 경관들과 장소의 변화는 ‘시간과 장소성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 집단의 요구와 중앙 및 지방 정부 정책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순환을 위한 역사적 경관의 파괴와 재창출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역사경관 복원사업들이 시민들의 의식이나 가치보다는 자본 순환과 지배 권력을 위해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 사회적 장소들의 경관인식과 대응’을 주제로 지난 29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 열린 특별세미나에서 최병두 대구대 교수는 이 같이 지적하며 “상당한 시간을 두고 이뤄진 인사동의 경관과 장소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지고 있고, 서울 청계천 복원사업은 2007년 완료된 후 많은 이용자들에게 도심 휴식공간을 대신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 경관의 역사성과 생태성을 무시한 대표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대도시의 특정 경관들과 장소의 변화는 ‘시간과 장소성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 집단의 요구와 중앙 및 지방정부 정책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경관 보전이나 복원은 기억의 속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도시의 경관과 장소들이 자본주의적 도시개발 과정에서 자본과 권력에 의해 어떻게 파괴 또는 재창출되는지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즉, 특정 경관에 근거를 두고 형성된 개인의 경험과 기억은 공동체 내 다른 구성원들의 경험과 기억으로 공유되며 집단적 기억을 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최근 기업주의적 도시 전략에 따라 대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들은 엄청난 규모의 도시 건조 환경과 구축을 통해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고 유휴자본의 해소와 투기적 이윤을 얻고자 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르네상스사업이나 인천의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등이 그 예다. 이러한 사업들은 기존의 도시 경관이나 장소와는 다른 모습의 경관과 장소를 창출하고자 했지만 결국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정부 재정의 한계로 중단되거나 부실한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고 부연했다.

안재락 (사)한국경관학회장은 “도시는 오랜 역사적 경험을 거쳐 사회, 경제, 정치적 체계가 완성된 문화적 장소이고, 도시경관은 도시의 문화적 표층이다. 최근 역사를 통한 도시재생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자칫 자본과 정치의 선전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전했다.

발제자로 나선 홍순민 명지대 교수는 ‘육조거리 – 광화문 광장의 경관’을 주제로 조사와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진행되는 문화재 복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홍 교수는 “복원을 하는 목적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채 복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문화재-문화유산을 복원이라고 해 놓았으나, 차라리 복원을 하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는 것이 보존이라는 측면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보존 관리가 아니라 적극적 활용을 위해 복원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그것을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을 비롯한 무언가 이득을 얻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만 활용하려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문화와 문화유산을 다루는 태도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김한배 서울시립대 교수는 “경관은 앞으로 단순히 미적대상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인식의 대상, 사회통합의 자원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한배 서울시립대 교수는 “오늘 세미나 자리는 전문가, 또는 학자로서 그동안의 경관인식과 대응 방법을 반성하고 논의하는 자리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나타났던 경관은 시대적 요구에 맞춰 갑론을박하며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시민을 위해서라기보다 권력의 영향으로 경관의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경관은 앞으로 단순히 미적대상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인식의 대상, 사회통합의 자원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석 수원대 교수는 “1900년 이후 근대 경관이 어떤 배경에서 변해왔는지를 안다면 10년 후 경관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도 예측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홍순민 교수는 “경관 관리나 복원 프로세스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복원 기준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원을 기술적으로만 서두르는 것은 대상을 파괴하기 쉽다. 남대문 복원처럼 회계연도를 정해놓고 기술적으로 복원을 완성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 남대문이 가지는 500년의 역사성이 되돌아 올 수는 없다. 충분히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복원을 미루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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