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 식재 시 고무밴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조경수 식재 시 고무밴드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 연구원의 보고서가 발표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학계, 심지어 환경부에서까지 ‘고무밴드가 조경수 고사나 생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는 ‘유해물질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음에도 ‘제거하지 않은 고무밴드’ 자체를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리 부실이나 천재지변으로 고사한 조경수마저도 ‘고무밴드 미 제거’를 원인으로 몰아 억울하게 하자책임을 져 왔던 조경시공 업체들에게 답답한 소리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특히 이번 발표는 지역의 정책반영 근거가 될 연구 보고서가 ‘고무밴드의 유해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9월 대전발전연구원은 ‘조경수 굴취, 이식시 결속재료인 고무바 제거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무바 사용에 따른 수목고사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고무 바 사용 및 이식 시 제거해야 하는 가에 대한 명확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가 자문을 통한 고무바 사용의 타당성 및 조경수의 효율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연구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무밴드는)수목이 활착을 위해 뿌리를 뻗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이후 생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근분 밖으로 자라나온 뿌리가 굵어질 때 고무바나 철사와 접촉하는 부위가 가늘어져 결국은 수목의 고착력을 약화시키게 된다”며 “고무바나 철사, 화학적으로 처리된 마대나 끈 등 분해에 장기간이 걸리는 결속자재는 이동 후 식재할 때 완전히 제거하거나 뿌리가 주로 자라는 토심인 30cm까지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즉 ‘고무밴드는 조경수 성장의 장애요인이니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것이지만,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할 실증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보고서에서 ‘고무밴드, 철선과 같은 결속재료가 수목 생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근거로 수목 고사를 고무밴드 탓으로 몰아부친 일부 언론보도를 보고서 상당부분을 할애해가며 소개하는 한편 국내외(한국, 일본, 미국)의 일부 지침에서 근분 결속재 제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언론보도를 연구 보고서 근거로 내세운 것도 문제이겠거니와 뿌리분 결속재 제거 여부를 놓고 찬반 논리가 분분한 미국 학계의 다양한 연구 중 일부(Colorado State Univ. Whiting , 2011)만을 근거로 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무밴드 영향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보고서 내에서는 고무밴드가 수목 생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구체적 연구사례는 확인할 수 있었다.

박현 박사의 2007년 연구논문 ‘조경수목 이식시 고무밴드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 고찰’을 인용, “고무밴드가 수목의 활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과 “활착이 완료되기 전까지 강풍의 피해를 완화시키므로 오히려 고무밴드를 제거하지 않는 것이 활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보고서 결과로 도출된 ‘고무밴드가 수목 생장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과 관련된 실증적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연구 및 결과들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미 환경부가 지난 2009년에 내놓은 유권해석에서도 고무밴드나 철선에 대해 “조경수목 생육을 위해 제거하지 않은 경우에는 폐기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환경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특히 최근 국토부 연구용역으로 마련된 ‘공동주택 하자판정 기준(안)’에서도 “고사되지 않은 수목의 뿌리분 결속재 미제거는 하자로 보지 않는다”라며 고무밴드 미제거가 조경수의 직접적인 고사 원인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또 연구서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천연 고무밴드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천연 고무밴드의 경우 특히 인장력 등의 성능이 떨어져 기존 고무밴드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높게 일고 있다.

한 조경업계 관계자는 “천연 고무밴드는 안 하니만 못하다”며 “고무밴드의 대안이 될 수 없음에도 자꾸만 대안으로 제시하고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문제”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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