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섭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연구팀장

 

“한번은 대형 암병원 요청으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식물 기르기를 하도록 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자문을 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어느 말기암 환자가 한달 여 시한부 삶을 남겨놓고 토마토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새싹이 나서 열매가 맺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더라는 것이다. 치료 개선효과와 생존의지가 커지면서 호전되었는데, 그 가치는 돈으로도 따질 수가 없다. 그래서 널리 전파하기 위해 가드닝을 도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송정섭 팀장은 그렇게 암병원 공간별로 원예치료 컨설팅을 하기도 했다. 그와 협업하는 파트너들은 원예·조경분야를 뛰어넘어서 문학·건축·임학·의학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우리나라 도시농업·원예조경 분야 국가 연구조직의 대표 수장인 송정섭 팀장을 상징하는 코드는 무엇보다 ‘소통’이다.

SNS에서 송 팀장은 이미 스타급 인사다. 페이스북 친구가 3700명을 넘어섰고, 매일 아침 그가 올리는 ‘오늘의 꽃’에는 수백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반가운 아침을 연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그룹인 ‘송박사의 꽃담이야기’는 더 열성적인 팬카페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오프라인 정모도 열리고 있다.

2006년까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장을 하던 시절에 도시농업연구팀을 분리·신설해 실용적이고 편리한 기술과 제도를 연구해서 보급하고 있는 송정섭 팀장은 ‘보존화’ 처럼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한번 죽어 영원히 살겠다는 의미이다.



‘도시농업연구팀’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우리 연구팀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화훼과에서 2010년 4월 1일에 분리된 책임운영기관이다. 현대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회,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식물·인간·환경의 관계가 중요해짐에 따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농업연구팀은 이런 기류에 맞춰 시민들이 도시에서 농사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즐기는 인간중심의 생산적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운영 및 유지 관리에 관한 기술개발과 매뉴얼을 만드는 기관이다.
한마디로 미래 그림을 그려가고 개발화 된 기술을 산업화되도록 서포트해주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팀 명칭이 왜 ‘원예’가 아닌 ‘농업’인가?
내가 2006년부터 화훼과장을 하면서 생활원예연구실이 있었는데, 과수와 채소 등 분야도 협업이 필요해 독립을 요청했다. 직제 변경을 위해 행정안전부에도 찾아가 설명도 하고 그랬다. 2010년 4월 1일 신설됐는데, 당시 생활원예연구팀 또는 도시원예연구팀으로 하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정체성 측면에서는 ‘~원예팀’이란 이름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크게 보면 원예도 농업에 포함이 된다.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농업이라는 이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전에는 화훼를 담당했기에 과수와 채소에 대한 전문가들도 함께하며 도시농업연구팀을 구성했다. 앞으로는 토양, 의학, 환경, IT 등과 공동연구를 하면서 ‘도시원예과학’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연구팀의 주요 성과를 소개한다면?
우리 팀에서 ‘새집증후군’을 연구해서 이를 제거하고 완화시키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연구는 올해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선정된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요새는 유명 브랜드APT들도 우리 팀에 와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늘었다.
또 옥상정원이나 벽면녹화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온도 차이를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녹색건축물에도 녹화기법이 더많이 도입될 수 있도록 자료 및 통계를 연구해서 관련 기관에 피드백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도소 수형자들에게 원예활동 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이들의 심리적 안정감, 분노조절 효과, 사회성 향상 등 원예치료 모델을 개발해서 많은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재 한국형 도시농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한국형 도시농업’이란 무엇인가?
도시농업은 중세시대부터 발생해서 도입기와 전환기를 거쳐 90년에 이르러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독일은 클라인가르텐이 있고 러시아는 주말에 체류하는 농장형 별장인 다차가 있다. 일본은 수많은 시민농원과 거리 한복판의 벼농사, 시민농원정비촉진법을 운영 중이다. 쿠바 역시 생태농업인 아바나가 있다. 한국은 도심에 높은 건물과 옥상이 많으므로 옥상농원과 자투리땅을 이용한 텃밭, 실내에서 가능한 베란다 텃밭이 어울린다. 또한 스쿨팜을 시도해서 학생들로 하여금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체험과 식물과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농업과 농촌농업의 차이점은?
농촌에서 하는 농업은 생산과 소득에 목적이 있다. 하지만 도시농업은 영리활동보다는 취미·교육·환경·여가 등을 즐기는데 주력한다.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리고 도시에서 하는 농업이라고 전부 다 도시농업은 아니다. 예들 들어 양재동 화훼농장이 도시농업일까? 이윤창출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구분하기 쉬울 것이다. 또한 도시농업을 통해 멀리까지 가지 않고도 가드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큰 장점이며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기회이다. 예쁘고 쾌적한 환경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가드닝의 초보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가드닝의 참맛은 식물들과 교감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을 이끌며 역점을 두고 있는 점은?
연구기관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서열화와 획일화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가치관도 차이가 있다. 우리 연구팀 14명은 모두 캐릭터가 분명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나 너무 편협한 사고에 빠져있으면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그들의 가치와 생각을 최대한 인정해주며 일하고 있다. 그들의 고유 캐릭터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조경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정원’에 1~10까지 있다면, 조경에서 1~5까지 한다면, 6~10까지는 원예가 하는 것 같다.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조경에서 처음 주인 성향을 파악하고 환경조사를 통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다. 조성된 이후에는 가꾸고 유지관리하며 즐기는 분야는 원예가 하고 있는 것이다.
업역별로 방어적인 것보다는 열어놓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도시농업 속에는 축산, 원예, 토양, 인공지반녹화, 가드닝 등 다양한 분야가 교집합을 만들고 있다. 서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다. 또한 가드닝을 할 때 시설물을 설치하고 식물을 투입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식물을 심어 놓고 그에 맞는 시설물을 설치하는 식물 입장에서 보는 조경도 필요하다. 가드닝의 개념은 설계부터 시작해서 사용자에게 힐링을 제공해주는 것까지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현재 우리나라의 급속적인 경제성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물질적 압축 성장에 비해 정서적으로는 많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정서적으로는 가난한 한국이라 생각한다. 꽃과 식물의 가치를 깨닫고 우리 모두 식탁 위에 꽃 한송이라도 꽂아 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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