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비에 전시된 판넬작품부터 꼼꼼하게..
▲ 이 작품은 어떤 내용일까?

 

 

 

 

 

 

 

 

 

 

 


지난 26일 오후 2시. 광주시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 모인 광주시민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대동홀 로비에는 광주중앙공원을 설계한 6개작품이 판넬로 전시되어 있었고, 시민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조경설계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저마다 판넬을 꼼꼼히 보면서 함께 온 지인과 작품에 대해 대화하고, 메모도 하고, 사진에 담기도 한다. 6개의 작품 판넬을 스치듯 넘어가는 시민은 없다.

이날 대동홀에 모인 광주시민 100명은 광주중앙공원 조성계획을 위한 ‘제3회 신진조경가대상공모전’에 2차 심사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1차 심사는 전문가심사로 진행됐으며, 우수작 6개와 가작 7개 작품을 선정했다. 이날 진행된 2차 심사는 1차 심사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6개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차 심사는 광주시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시민심사단이 작품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듣고 투표로 결정 방식으로 MBC TV의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 같은 방식이다.

 

 

 

 

 

 

 

 

 

 

 

 

 

▲ 운명의 시간...어떤 작품을 선정할까?

 

 

▲ 그래 결정했어.

 

 

 

 

 

 

 

 

 

 

 


로비에 전시된 판넬을 살펴보던 시민들의 진지함은 6개 작품에게 각 15분씩 주어지는 작품설명이 끝나는 시간까지 집중력이 흩어지지 않는다. 자리를 뜨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는 진지했다.

6개 작품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투표할 시간. 시민들은 고민한다. 6칸으로 구분된 심사표에 사인을 하면 되지만, 결정은 쉽지않다. 고심 끝에 사인을 한다.

 

 

 

 

 

 

 

 

 

 

 

 

 

▲ 기표를 마친 시민심사단이 기표함에 심사용지를 넣고있다.


이날 심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사전에 공모를 통해 모집한 298명 중 추첨으로 100명을 선정했다. 시민심사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해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했던 ‘광주공원 시민회관 재창조를 위한 설계공모’를 진행한 경험으로 이번 심사에 참여하게 됐다는 송정석 시간강사(공학박사)는 “건축가적 입장과 아이를 둔 입장에서 작품을 평가했는데,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디자인한 작품에 한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이같은 방식은 확대 되어야 한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 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됐으면 좋겠다”며 시민심사제의 확대를 주장했다.

전남대 건축학과에 다닌다는 박슬기 학생은 “이런 기회를 통해 지역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더 갖게 됐으며,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기쁘고 재밌게 참여했다”면서 “조경이나 건축 뿐만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시민심사제도가 도입되고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그녀는 “디자인적으로 맘에 드는 작품과 설명을 들은 후 맘에 드는 작품이 한 개씩 있었다”며 “고민 끝에 투표했다”며 전했다.

이에 비해 광주시민 김지인 씨는 작품의 방향성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번 주제가 ‘광주의 큰 숲, 중앙공원’이다. 즉 중앙공원을 숲이라고 생각하고, 숲을 복원하고 회복시키기 위한 리노베이션을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드는데, 6가지 작품은 공원을 단순히 리모델링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질의시간이 없었다”며 작품에 대해 그리고 진행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김 씨는 “그래도 숲이라는 컨셉트와 가장 근접한 작품에 투표했다”면서 “시민이 참여하는 이런방식은 투명성 차원에서도 매우 긍정적이며, 앞으로 이런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며 시민심사위원제도의 확대에 대해 덧붙였다.

이날 행사는 딱딱한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심사가 아닌 시민들이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오프닝으로 ‘아그리나 퀸텟’의 플루트와 클라리넷 공연이, 작품 발표가 끝난 이후에는 아날로그 밴드 ‘바닥프로젝트’의 공연이 그리고 시상식 이후에는 상일중학교 아카펠라동아리 ‘VOS’의 공연이 펼쳐 시민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날 심사결과는 바로 나왔다. 시민들이 선택한 작품은 박진구 씨의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577프로젝트’(5번작품)였다. 46%라는 시민들의 압도적인 선택으로 시민대상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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