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서울 모처에 있는 아동보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초등학생 A군은 방과 후에 인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놀곤 했지만, 그도 잠시 관리실 아저씨에 의해 쫒겨나고 만다. 아파트단지에서 쫒겨난 A군은 머뭇거리고 있다. 시설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공원을 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5분정도 머뭇거리던 A군은 놀이터 가는 걸 포기하고 시설로 다시 돌아간다. A군이 이처럼 놀이터를 찾아 헤메는건 한 달전(2015년 8월) 놀이터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2015년 8월 3일 이후가 되면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중이 A군과 같이 방과후 어린이공원을 찾아 헤메는 아이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3일. 개정된 아동복지법과 하위법령이 공포됐다. 공포된 아동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동복지시설의 설치기준에 의거해 아동복지시설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던 규정을 삭제했다. 즉 아동시설에 어린이놀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놀이터 의무화 삭제에 따라 재정이 열악한 아동보육시설들은 놀이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놀이터를 폐쇄하지 않으려면 개보수를 해야하는데 개보수하자니 돈이 없고, 폐쇄하자니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니,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보건복지부는 왜 놀이터 의무화 규정을 삭제했을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앞으로 아동복지시설의 규모를 축소화해서, 가정위탁 방식으로 방향을 잡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에 필요했던 놀이터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의무화에서 제외시켰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그는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상처를 받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놀이터보다는 심리치료실이 더 필요하다”며 “놀이터 대신 심리치료실을 의무화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가령 시설을 그룹홈 위주의 소규모 시설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더라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설들은 그대로 유지될 텐데, 시설의 규모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놀이터의무화를 삭제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 소규모 시설을 배려하고자 했다면, 일정 규모 이하의 시설에 한하여 놀이터 의무화에서 제외한다는 단서조항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놀이터보다 심리치료실가 더 필요하다는 말 또한 100% 공감하기 힘들다. 심리치료도 중요하겠지만 야외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노는 시간은 그 자체가 아이들에겐 치유의 시간이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클 것이라는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동복지법의 놀이터 의무화의 삭제 배경에는 2015년 1월 27일부터 시행예정인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시행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한다.

2015년에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이 시행되면 2008년 이전에 설치된 놀이터는 설치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사를 통과하려면 개보수를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놀이터가 폐쇄조치된다.

문제는 2008년 이전에 설치된 놀이터는 대부분 설치검사를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졌다. 때문에 전국에 있는 2008년 이전에 설치된 놀이터들은 새 기준에 맞게 개보수를 하지 않으면 폐쇄될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동보육시설에 2008년 이전에 설치된 놀이터 역시 개보수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시설에서는 자금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놀이터의 개보수를 위해서는 대부분 정부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몰라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동복지법 유예기간인 3년이 지난 후 2015년 8월 3일 전후해서 아동시설 내 놀이터가 폐쇄하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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