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재 조경가든대학 강사
한해 일정을 거의 마무리 하니 여유로움이 찾아왔다. 이런 허허로움을 달래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기회로 뚜벅이 여행을 결심했다.

새벽 3시부터 준비에 나선 자신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오래전 나의 모습처럼 다가와 자꾸 웃음이 나오고 피곤한 줄도 몰랐다. 지리산 자락의 탑동에서 구례군 산림T/F팀의 서성기 팀장과 직원들이 미리 도착하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지리산 구례생태숲 조성 종합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숲으로 들어선 길은 뚜벅이 여행의 예상을 깨고 초입부터 산행길이었다. 던져 놓은 듯 놓아진 돌 하나하나, 바람이 어디선가 함께와 뿌려 놓은 들꽃들, 살기위해 거리를 두거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숲의 나무들이 “아름다운 조경이란 자연을 가장 잘 모방한 것”이라는 어느 분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걸었다. 지리산 산행길은 조경 교과서 같은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다.

오래 전 관리를 위해 콘크리트와 잡석으로 포장된 임도 그리고 길 옆을 따라 줄지게 심어놓은 단풍나무, 지난 태풍에 상처받은 나무들이 아직은 수목원의 느낌을 갖기에는 이른감이 있었고 지초봉 아래의 능선에 오를 때 절개지에 파종한 코스모스와 춘차국의 모습을 볼때는 조경인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산수유의 좋은 점이 알려지며, 구례의 고목들이 팔려나가 정작 구례의 산수유를 상징하는 고목들이 많이 사라지고 어린 나무가 많다는 설명에 두 번째 조경인의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 해에는 수 십 년 된 산수유 고목을 이식하면서 어떻게 이런 고목들이 시장에 나왔을까 궁금했는데 이곳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꽃이나 나무를 심고 돌 하나를 놓을 때도 단지 그 작업뿐이 아닌 나의 마음도 함께 놓아야겠다고, 그래서 누군가가 그 곳에 올 때에는 나의 정성 그리고 손길 과 마음의 온기도 함께 전할 수 있는 그런 창작의 작품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예술인 마을을 둘러보고 화엄사 경내를 걷는 동안에 다짐하게 되었다.

도시의 공원이나 산속의 수목원 그리고 곳곳에 들어서는 귀촌마을과 전원주택의 정원들이 보기만을 위한 하나의 장식이 아니라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나와 그들 그리고 주위의 주민들과 함께 공감하며 서로를 품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제는 조경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몫을 다 하기 위해서는 할 일이 무엇인가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것인가도 돌아오는 길 내내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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