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다.

아름다움은 종류의 유무형을 막론하고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근 건축가 승효상 선생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라는 책에서 오래된 건축물과 경관에 대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 내재된 지혜와 정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외국의 경관에 대한 소개와 함께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축물과 정원에서 선조들의 향내 나는 삶의 품격을 살리고 도시 풍경에 취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우러나오게 하는 것이 현대인에게 주는 시사점이라서 매우 좋았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채움과 비움의 조화에서 삶이 풍요로워지고 아름다워진다. 설치된 구조물과 식물이 가진 물성과 미적가치 뿐만이 아니라 그곳에 깃든 정신과 의미가 더해질 때 더 큰 가치를 지닌 장소로 재탄생하게 된다.

지금 서울시내에 자그마한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선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서 기획한 ‘Take Urban in 72 Hour’ 프로젝트가 서울시내 10개소에 설치되어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심의 자투리 공간에 대한 관심도 제고와 공공성 확보를 위하여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공간을 재창조하는 의미를 두고 있으며 미션을 ‘의자를 설치하라!’로 부여하여 주어진 72시간 내에 설계부터 시공까지 완료한 것이다.

추첨을 통해 각 팀마다 부여된 장소로 이동하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모습부터 자재의 조달과 공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작은 것도 참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사물은 완성된 결과로 보여지지만 그것이 지닌 스토리가 생명력을 가지게 되면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하게 된다. ‘의자를 설치하라!’ 프로젝트는 사전에 계획 설계되고 면허를 가진 시공업체에서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전문가, 학생 등이 Task Force Team을 구성해 참여하고 소통하면서 제작·설치했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동료와 가족, 이웃 등이 참여하고 종래의 의자 모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설치된 의자가 조경에 대한 시민의 인식 제고와 새로운 문화로서 자리를 하게 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프로젝트는 대성공이다.

문제는 이런 프로젝트의 연속성이다. 금년 한 해만 행사를 하고 만다면 아니함만 못하다. 해마다 도심 속 유휴공간이 이런 형태로 계속 변화되고 새로운 모습을 갖는다면 조경분야가 친환경적이고 따듯한 소통의 공간 창조자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고 한 줄기 문화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72시간동안 자투리 공간에서 창의적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완성되는 의자제작 과정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꾸어야 할 바람직한 모습으로 느껴진다. 기존의 틀을 깨고 지나가는 시민까지 참여시키는 재기발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사흘을 지켜보면서 작은 축제처럼 느껴졌다.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의 자투리공간이 생겨날 수 있을 지 자못 기대가 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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