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에 깔린 은행나무잎. 지난해 서울 송파구에서 기증된 은행나무잎으로 더욱 정취있는 가을 풍경을 연출하게 됐다.

직장인 김진주씨는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가 심어진 거리는 되도록 피한다. 은행열매에서 나는 냄새도 독할 뿐 아니라 잘못 밟는다면 미끄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처럼 악취를 풍기며 보행로를 더럽히는 은행나무 열매를 처리하기 위해 전담반을 두고,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수거하여 복지시설에 기증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 중이다.

각 자치구별로 고소작업차 등으로 수확된 은행열매는 보건환경연구원의 중금속검사를 거쳐 경로당이나 사회복지시설에 기증된다.

현재까지 가로변의 은행나무는 각 지자체 소유다. 은행열매를 무단으로 채취하거나 나무에 손상을 입힌다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서울시에서는 시민이 은행열매를 주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구, 성동구, 강북 등 11개 자치구에서 은행열매 줍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처치곤란한 것은 길거리에 떨어져 악취를 풍기는 은행열매만이 아니다. 독성이 강한 은행나무잎은 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2년 정도는 썩지 않아 퇴비로 사용하기도 어렵다.

이에 서울 송파구는 지난 2008년부터 강원도 춘천시 남이섬에 매해 11월이 되면 송파구 지역 내 가로변에 떨어진 은행잎을 모아 무상으로 기증하고 있다.

남이섬은 추위가 일찍 찾아오는 지역 특성으로 낙엽이 빨리 지기 때문에 남이섬에 찾아드는 관광객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는 오히려 가을정취를 더 해야 할 낙엽이 부족해지기도 했다.

이처럼 도심에서 홀대받던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경관을 이뤄 조경수의 역할을 다하기도 한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 은행마을은 은행나무 축제를 개최하며, 은행나무가 마을의 보물이 됐다.

청라면 은행마을 축제는 은행나무가 골칫거리만이 아니라 지역축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청라은행마을은 수령 100년이 넘는 토종 은행나무가 3000여 그루 식재된 우리나라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로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선정하는 농어촌축제와 충남의 자랑할 만한 관광자원으로 선정돼 올해 처음으로 축제가 개최됐다.

지역주민이 주축이 된 은행마을 축제는 올해에도 1만 5천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모았다.

특히 1백여년 된 은행나무로 둘러싸인 신경섭 전통가옥에서는 고택과 은행단풍과의 멋진 풍광아래에서 마당을 가득매운 400여명의 관광객이 음악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축제가 개최된 은행마을은 전국 은행 생산량의 10%를 생산할 만큼 전국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로 알려졌으나 최근 은행가격이 하락하면서 큰 은행나무가 베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축제가 개최돼 은행나무가 마을의 보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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