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부터 4일간 총72시간동안 서울의 자투리 공간 10곳에 '의자를 설치하라'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72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정도의 시간동안 총 10개 팀이 서울 도시 곳곳에 변화를 가져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Urban Action in 72 Hour’에서 착안, 우리 상황에 맞게 서울시 조경과가 추진한 프로젝트로 조경계를 넘어 일반 시민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공간 조성 전문가들과 함께 조경문화를 공유하는 장으로 많은 기대 속에서 치러졌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우수한 작품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시민참여로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재미있다” “즐겁다”라는 표현을 누구보다 많이 했던 ‘Of'er’팀.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유원대 대표를 비롯해 11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오픈팩토리’라는 창작 소통 공간에서 활동하던 이들로 구성된 이 팀은 20~30대 초반의 젊은 팀으로 프로젝트를 축제처럼 즐긴 대표적인 팀 중 하나다.

제출된 서류에는 조경이나 건축 전문가라고 할 만한 멤버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실내디자인에서부터 시각디자인,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고 일반 회사를 다니거나 학교에 재학 중인 이들이 중심인 팀이다. 모든 구성원이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하고 건축전공자가 설계도를 그리고 언론홍보전공자가 팀의 활동을 SNS를 통해 알리고 보도지원까지 맞는 등 역할 분담도 철저했다.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일부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참여하는가 하면 인근에 직장이 있는 멤버들은 수시로 방문하며 참여하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가족과 이웃, 동료와의 소통의 장이 되기도 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지하도로에 색다른 의자를 설치한 ‘잠 못드는 금토일’팀은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이 총출동 했다. 최 대표는 “그동안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던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며 “또 학교에서만 보던 제자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소중했고 일로만 맺어져 개인적으로 친밀함을 겪어보지 못했던 협력업체 직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좋았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대상지를 통해 지역 주민과 소통이 이뤄지기도 했다. 팀 ‘40120’의 대상지가 그랬다.

동대문구 제기동 주택가 골목 어귀 공간에 나무만 덩그러니 심어진 이 자투리 공간은 당초 블록이 바닥에 깔린 공간이었다. 이곳에 편의점 테이블이 설치되자 노숙자나 취객들의 공간으로 변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이곳을 피해 보행하던 어린이가 자동차 사고를 당하는 변까지 생기면서 이 공간에 대한 주민들의 여론은 더욱 악화, 또 이곳에 휴게공간을 만든다고 하니까 주민들은 걱정부터 앞섰다. 

40120을 이끄는 손민희 팀장은 “처음에 주민들이 크게 반대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는 우리의 뜻을 주민들도 헤아려 작업 막바지에는 아이들과 주민들이 직접 작업 현장에 찾아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며 공간의 변화를 통해 주민과 소통한 사례를 전했다.

모든 시민들이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다.

성북구 길음역 인근 유휴공간에 ‘의자’를 설치한 ‘Zero’팀의 경우 주변이 아파트 단지다 보니 주민들이 ‘혹시 노숙자나 부랑자들이 모이지 않을까’라는 불안함으로 민원을 제기해 작업에 어려움을 주기도 했다. 대학로 작업팀(EAST4) 역시 대상지 인근 건물주의 반대로 곤혹을 치루는 한편 담당 자치구의 협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프로젝트 추진과 기획, 준비기간이 비교적 짧게 진행됨에 따라 대외 홍보 부족으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참여가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프로젝트 작품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인수 환경조형연구소 그륀바우 소장은 “조경이 단순히 나무를 심고 화단을 가꾸는 것만이 아니라 도시 전반의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도 본연의 역할이란 점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별취재팀 : 배석희 취재부장, 최병춘 기자, 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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