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공원과 관련된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센트럴파크에 한 기업가가 1억달러(약 1100억원)를 기부한 내용인데 아무 조건없이 센트럴파크의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 통 큰 기부의 주인공은 미국의 억만장자 펀드매니저 ‘존 폴슨’ 이다. 폴슨은 ‘아기 때부터 지금가지 자신은 물론 가족, 그리고 뉴욕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 센트럴파크의 소중함에 비하면 내 기부금은 큰 돈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센트럴파크는 그의 할아버지가 1920년대에 첫 데이트를 한 장소이며 어머니가 그의 유모차를, 그 역시 여동생의 유모차를 몰던 곳이라 한다. 이런 센트럴파크는 1970년~1980년대 초 공원시설이 부서지고 경관이 혼란스럽게 되고 마약과 범죄의 소굴인 상태를 경험하였다. 오죽하면 센트럴파크에서는 낮에는 미합중국대통령이 대통령이지만 밤에는 마피아두목이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존 폴슨은 센트럴파크가 지난 33년 동안 주민과 기업, 재단 등이 모은 7억 달러로 망가져가던 공원이 변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기부에 대한 생각을 한 것이다. 공원에서 형성된 품성과 시민의식이 다시 공원에 보은을 하는 격이 되었다.

이처럼 공원에 대한 추억은 유년기와 성장기 뿐만 아니라 성인에 이르기까지 즐겁고 유쾌한 향수까지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살펴보자. 도시개발과 함께 공원이 이전보다 많이 들어서 있으며 기업에서 기업이윤의 사회적 환원 차원으로 공원을 조성한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중앙정부에서는 공원정책을 지자체에 넘겼다는 이유로 예산배정을 안하고 있고 지자체는 업무만 오고 예산이 안 왔다는 핑계로 효율적인 공원관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공원은 훼손된 상태가 지속되고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의 사각지대로 전락되는 곳이 많다.

공원에서 건전한 여가활동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성숙된 시민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투자를 미룰 일이 아니다. 공원이 안전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유지관리가 적극적으로 돼야 한다.

100년이 지난 센트럴파크의 추억이 창출해 낸 무형의 성과가 1억달러의 기부를 비롯해서 세계 초강대국의 국민을 양성한 원동력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자꾸 줄어드는 공원녹지 예산을 보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유보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원의 추억은 유형·무형의 국부를 창조하는 위대한 경험이라는 것을 잘 인식해야 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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