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코스모스가 길가에 화사하게 웃고 있던 지난 주말 나는 학생들과 MT를 다녀왔다. 양평 어느 농촌체험마을에서 1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에 있는 두물머리와 세미원을 방문하였다.

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합쳐지는 곳. 옛부터 두물머리는 서울로 들어가기 전 하루를 머물러 가는 쉼터였고, 강원도 산골에서 물길을 따라 온 뗏목과 나무들이 이곳에서 쉬어 가고 사람도 같이 쉬었다 갔다고 한다. 두물머리 포구에는 주막집이 늘어서고 50가구가 넘게 살면서 서울로 오가는 길손들로 북적거리는 마을이었으나 1973년 팔당댐이 생기면서부터 뱃길은 자동차가 대신하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완전히 포구의 역할은 상실하게 된 것이다.

두물머리와 세미원을 이어주는 ‘배다리’는 정조대왕이 사도세자의 능에 행차하며 강을 건널 때 배다리를 만들어 건넜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60여척의 배 위에 다리가 놓아진 형태의 다리다.

먼저 소개하고자 하는 ‘두물머리’는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려오는 북한강과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의 두 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곳은 두 물이 만난다고 해서 ‘양수리’라고도 한다.

이곳이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넓지 않은 우리 국토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가꿔갈 것인가 실험하는 장소였고 한강을 명실공히 민족의 젖줄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두물머리는 이른 아침의 물안개가 피어나는 평화스런 곳이며 강으로 늘어진 수양버들은 물의 나라 양평을 의미하는 듯하였다. 또한 드라마 ‘첫사랑’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 남녀가 재회하는 곳도 이곳의 느티나무 아래다. 또 드라마 허준에서 나왔던 그 황포돛배가 정박하여 있어 풍광이 드라마 속으로 몰입하게 하기도 하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게 된다.

특히 일교차가 큰 봄가을이면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매우 경이롭고 수변은 경관이 아름다워 웨딩·영화·광고·드라마 촬영 장소로 자주 이용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4만9500㎡의 대지에 조성한 생태학습장인 애벌레 생태학교가 생겼다. 곤충과 풍뎅이 온실을 하나씩 세우면서 생태학교가 생겨났다고 한다.

다음으로 세미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미원은 두물머리와 접해 있는 자연생태공원이다. 세미원(洗美苑)이란 이름은 ‘장자’에서 따온 말로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關花美心)이라 하는데, 그 뜻은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옛 말씀에 근거를 두고 누구든지 이곳에 오면 흐르는 한강물을 보며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콘셉트로 정원을 조성하였다.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으로서 면적 18만㎡ 규모에 연못 6개를 설치하여 연꽃과 수련·창포를 심어놓고 6개의 연못을 거쳐 간 한강물은 중금속과 부유물질이 거의 제거된 뒤 팔당댐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하였다. 세미원은 불이문을 통해 들어가면 30여개의 연못과 세계수련전시관, 연꽃박물관, 세한정, 배다리, 석창원, 그리고 두물머리로 연결되는 종합생태공원이 연출된다.

양평에서 가장 이름난 곳인 두물머리 바로 맞은편에 조성된 배경도 흥미롭다.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상류에서 떠내려 온 부유물들로 가득한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불모지와도 같은 이곳에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작은 노력이 시작되었는데 먼저 쓰레기를 수거하고 그 곳에다 수질 정화능력이 뛰어난 연을 가져다 심었다. 이러한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곳을 묶고 있던 규제를 정비하고 지자체가 조성사업비 100억원을 지원해서 세미원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세미원은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개념으로 조성되었다. 작은 갤러리는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듯 예술적 정결함이 배여 있다. 분수대가 하나의 청자로 표현되고 ‘시등(詩燈)’이 설치되어 자연과 문학과 미술이 함께 용해되어 새로운 조경의 시도로 보여 지는 대목이 이채롭다.

두물머리 생태관광지는 한강을 주제로 하는 생태관광의 상징적인 지역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지역주민과 협력하면 얼마든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미원 또한 수련과 연꽃을 주제로 한 수생정원은 한강의 수질을 보존을 위한 몸부림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환경적인 면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화 활동을 위한 시설 도입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면 물과 안개, 연꽃을 주제로 한 연극이나 문화이벤트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최소한의 방법으로 편의시설도 좀 더 확충하면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연장시키고 관광객 서비스향상에도 기여 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2%를 보완 한다면 남이섬과 같은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주제공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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