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호 (사)한국경관학회 사무국장
‘아, 이렇게 좋은 날씨에 여기 있으면 안 되는데…’

얼마 전 부터인가 점심 먹으러 회사 밖을 나올 때면 살가운 바람과 햇살이 너무나도 좋아 매일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이번 뚜벅이 프로젝트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배우는 답사도 중요하지만 나에게는 기분을 달래주는 여행의 목적이 더 컸던 것 같다.

 

목적지는 경남 진주. 하루 만에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이 아니었지만 뚜벅이 여행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가는 동안 창을 통해 보이는 무르익은 황금 들판과 농촌의 모습을 감상했다. 김광석의 노래가 참 잘 어울리는 편안한 풍경들이었다.

어느새 진주에 도착하고 잠깐의 산행을 한 후, 경남과학기술대로 이동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앉아 점심을 함께 했으며, 나누는 정에 기쁘게 배부를 수 있었다.

경남과학기술대의 교정을 돌아보면서, 역사가 있는 학교는 조경수의 모습들로 알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다. 수목원에 와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울창하게 조림되어 있었으며, 점차 가을의 모습을 띄기 시작하고 있었다. 또한 교내의 높은 빌딩에서 본 진주시는 화려하지 않은 색채의 건물들과 가로지르는 남강과의 조화로 따뜻함을 더해 주었다.

남강변의 대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유등축제 현장의 모습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밝은 대낮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고 활발했다. 그리고 진주성으로 올라갔다. 진주성 내에도 재미있는 유등들이 많았으며 밤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성 내의 넓은 잔디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휴식의 모습은 내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었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 때 진주시 전체 인구에 육박하는 7만 여명이 모두 순국하게 되어 이를 기리기 위해 남강에 유등을 띄우기 시작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아름답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깊은 역사도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았다.

깊은 밤이 되었을 때의 검은 강 위에 밝게 빛나는 유등의 모습들은 먼 곳에서 찾아온 보람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조용히 강가에 앉아 감상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하였기에 그럴 수 없어 아쉬웠다. 아마도 다음에 또 오도록 만드는 일정이지 않았나 싶다.

‘뚜벅이’의 타이틀에 맞게 많이도 걸었지만 보는 즐거움에 힘이 절로 나는 여행이었다. 학생을 벗어나 직장을 다니면서 느낀 뚜벅이 여행의 모습은 좀 더 정겹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번 참가할 때마다 좋은 인맥들을 알아가는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려운 건설경기 속에서 더욱 두텁게 결속할 수 있는 계기가 앞으로도 이 뚜벅이 여행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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