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슬로시티(slow city)’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으로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Greve in Chiantti)의 시장 파울로 사투르니니가 창안하여 1999년 10월 포시타노를 비롯한 4개의 작은 도시 시장들과 모여 슬로시티 운동을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슬로시티(slow city =citta lenta = cittaslow)는 ‘느리게 잘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슬로시티의 출발은 ‘자유로운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의 영어식 표현이다. 1986년 패스트푸드(즉석식)에 반대해 시작된 슬로푸드(여유식) 운동은 전통과 자연생태를 슬기롭게 보전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 나가는 도시라는 뜻이다.

슬로시티 CI를 보면 작은 달팽이가 도시를 등에 지고 가는 모양을 봐도 슬로시티는 느림의 총채인 것이다. 이와 같이 슬로시티의 목적은 진정한 미래의 행복을 위하여 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전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사람 냄새나는 삶을 추구한다. 슬로시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웰빙(wellbeing)과 같은 의미로서 안녕, 복지, 행복을 지양하는 참살이 행복의 시골도시이다.


슬로시티에 가입 하려면 인구가 5만 명 이하인 지역으로서 도시와 주변 환경을 고려한 환경정책이 실시되고, 유기농 식품의 생산과 소비, 전통 음식과 문화 보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적이며, 자연에서의 에너지개발, 차량통행 제한 및 자전거 이용, 나무 심기, 패스트푸드 추방 등을 실천해야 한다. 속도가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슬로시티운동이 인간에게 불편을 안겨준다고 해서 비현실적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현재 슬로시티에 가입한 곳이 25개국 150개 도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지킬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도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마을, 장흥군 유치면,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와 경남 하동군 악양면, 충남 예산군 대흥면, 전주 한옥마을, 남양주시 조안면, 청송군 파천면, 상주시 이안면 등 10곳이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에 소개할 한국의 슬로시티는 ‘신안군 증도면’에 관한 이야기다.

증도면은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마치 갯벌이 사막과 같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으며, 1004개의 섬들은 바다에 뿌려놓은 분재와도 같아 황홀함과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또한 이곳은 세계 6대 갯벌로서 소금밭 염전에는 세계최고의 천일염이 생산되고 있다. 송홧가루가 날리는 5~6월 어느 날 비가내린 후 염분이 낮은 해수에서 얻게 되는 소금은 그야말로 명품인 것이다.

한때는 화학소금에 밀려 천일염, 갯벌소금이 외면 받는 시절에는 폐염전이 방치됨으로서 환경문제로까지 부각되기도 하고 페염전을 골프장으로 전용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소금을 생산하는 사람들은 홀대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점차 현대인들은 염분이 사람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비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됨으로서 천일염과 갯벌소금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슬로시티연맹은 증도의 갯벌염전의 세계적 가치에 주목하고 갯벌염전이 인류의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위해 반드시 보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됨으로서 신안군 증도면은 슬로시티로 지정받게 되었다.

증도면 슬로시티에 가면 국내 유일한 소금동굴 힐링센터와 소금레스토랑, 소금박물관이 있어 소금의 역사와 가치에 대하여 알아볼 수 있다. 그 옛날 버려진 소금창고를 개조해 만든 소금박물관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우리나라는 전국 갯벌의 50% 이상이 사라진 지금 갯벌과 염전 그리고 습지가 공존하는 증도는 세계적으로 희소가치가 높은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증도갯벌은 갯벌도립공원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UNESCO Biosphere Reserves)으로 지정되고 국가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세계적인 해양생태지역이다. 증도의 갯벌에는 천년해송의 숲, 우전해변, 짱뚱어 다리, 게르마늄 갯벌 체험장, 신안갯벌센터·슬로시티센터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그곳에 있는 태평염전(140만평)과 소금박물관, 소금레스토랑과 소금힐링센터인 소금동굴, 소금박물관, 60여 개의 소금창고는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귀한 문화재가 있다.

따라서 증도슬로시티는 감성체험, 해양·도서관광을 즐길 수 있는 ‘블루투어리즘(blue tourism)’의 대표적인 해양생태관광지이다. 증도슬로시티에서 만들어지는 미네랄이 풍부한 명품소금은 태양과 공기, 바람, 물, 흙을 품은 갯벌과 해풍은 시간이 빗어내는 걸작품인 것이다. 오랜 시간 속에서 얻어지는 증도소금은 우리나라 전통 발효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전통 한류슬로푸드의 문화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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