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열 고렴골마을만들기협의회 회장 자택에 조성된 옥상텃밭에 상추와 고추 등 갖가지 채소와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다. 

“주민이 함께 만들고 소통할 수 있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원룸 건물 옥상에 상추가 풍성하게 자라고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으며, 색색의 야생화가 아름답게 수놓은 곳 옥상 한켠에는 테이블과 그늘막이 손님을 반기고 있었다.

수원시 권선구 곡선동 일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옥상텃밭 만들기’를 주도한 신성열 고렴골 마을만들기협의회 회장의 옥상 풍경이다.

최근 친환경 웰빙바람과 더불어 마을공동체 의식이 커지면서 도시농업, 옥상텃밭에 대한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원시도 지난해 7월 시민이 주도적으로 살고 있는 마을을 주민 스스로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민공동체 회복운동인 마을르네상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첫 선정사업으로 ‘고렴골 마을만들기협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옥상텃밭 만들기’가 공동체 활동에 모범사례로 집중 조명받고 있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원룸형 임대주택이 집중적으로 들어선 삭막한 도심 골목이 주민들의 ‘옥상텃밭’ 꾸미기로 인정 넘치며 사람사는 ‘녹색마을’로 변모했다.

옥상텃밭 조성을 통해 마을공동체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신성렬 고렴골 마을만들기협의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편집자 주> 

▲신성열 고렴골마을만들기협의회 회장

“명품도시 위한 주민 노력 ‘옥상텃밭’으로 실현”

처음에는 회원들 각자 화초나 텃밭 가꾸기에 관심을 갖고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가 지난해 시에서 마을르네상스 사업 공모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6개가구와 함께 방치된 원룸주택의 옥상을 이용해 텃밭을 만들기로 한 것이 지금까지 온 것이다.

원래 봉사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곳에 온지 5년쯤 됐는데 이웃 간 소통이나 왕래는 없고 개인주의가 너무 팽배한 것 같았다. 뭔가는 꼭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웃 주민들과 함께 다른 도시와 다른 깨끗하고 풍성한 명품도시로 만들고자 고민해왔고 그 중 한 방법으로 ‘옥상텃밭 가꾸기’를 실천하게 됐다.

“언제든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옥상텃밭”

1년이 지난 지금 처음 6가구가 이제는 23가구로 늘었다. 신입 회원들에게 노하우도 전수해주고 즐겁게 함께 텃밭을 일구고 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원룸촌에서 옥상텃밭을 한다는 사실에 반신반의 했지만 이제는 너도나도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회원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수확한 것은 이웃과 나누고 텃밭을 함께 꾸미고 누구나 방문할 수 있도록 개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옥상 텃밭이 설치된 집은 아무 때나 올라가면 된다. 우리만큼 다른 집 옥상에 많이 다닌 사람 없을 것이다. 하하하~ 

▲ 신성열 회장이 조성한 옥상텃밭에서 재배되는 갖가지 채소들.

“개인 아닌 주민이 함께 꾸미는 텃밭”

 

 

옥상텃밭은 회원들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꾸민다. 주로 상추나 고추, 배추 등 채소를 가꾸는 텃밭으로 조성하고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취미였던 야생화도 함께 꾸미고 있다.

처음에 시에서 지원해 주는 옥상텃밭에 대한 교육을 받고 알음알음 배워나간 것을 직접 실천해가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공동으로 의논해 화분이나 플렌트도 만들어 텃밭을 조성하고 있다.

목재 플랜트, 2가지 형태의 채소 아파트, PVC플랜트, 심지 형태로 물을 주입하는 기능성 박스 등 준비된 5가지 형태를 주민들이 직접 제작해 각자 특성이나 취향에 맞게 나눠주고 함께 옥상 텃밭을 꾸며나가고 있다.

회원끼리 매월 정기적인 만남의 시간을 갖고 마을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하고 정보도 교류하는 자리를 갖는다. 회비는 1만원 정도 받고 있다. 주민들이 모였을 때 채소는 여기 있으니까 고기 사먹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고렴골마을만들기협의회의 한 회원 옥상에 PVC를 이용한 플랜트에서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이웃 소통과 나눔실천 큰 수확”

 

 

이웃들이 같은 취미생활을 통해 서로 대화하고 왕래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결실이다. 이제는 ‘옥상텃밭’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생기게 되다보니 이웃끼리 서로 알게 되고 야채도 나눠먹고, 이집 옥상도 가보고 저집도 가보고 서로 왕래가 잦아졌다.

수확된 채소로 나눔활동을 펼칠 수 있다. 일부 채소는 주민센터를 통해 판매해 주민들도 나눠먹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판매한 수익금으로 노인정을 찾아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옥상에 채소가 크고 자라는 재미로 주민들 일상도 풍성해졌다. 아이들 교육에도 너무 좋다. 우리 회원 옥상에는 매주 유치원 아이들 견학도 이뤄지고 있다.

또 올해 무더운 날씨였는데 옥상에 식물이 자라다 보니 다른 건물보다 더위가 한결 덜 하더라. 다른 옥상보다 한 3℃이상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겨울에 덜 춥고 여름엔 덜 덥다는 것을 실감했다.

▲원룸건물이 집중 조성된 전형적인 도심 골목인 수원시 권선구 곡반전동이 '옥상텃밭'사업으로 크게 변하고 있다.

 

“잘만드는 것 아닌 함께하는 과정 중요”

 

인근에도 크게 옥상텃밭을 조성하는 곳이 있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곳은 기존 제품을 사다가 씨앗을 심고 물주는 것에 그치고 있다. 이웃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없다. 우리는 주민이 함께 플랜트를 직접 짜고 텃밭을 만들고 있다. 주민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만드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함께 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다르다.

매일 주민센터를 통해 이곳을 견학하고자 하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내일도 그렇고 다음 주에도 20명이 견학을 하러 올 예정이다. 오시는 분들에게 하나부터 열 가지 모든 우리의 노하우를 전해준다. 특히 ‘목적이나 성과만 가지고 하지 말라.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고 강조한다.

“깨끗하고 살기좋은 마을 주민이 만들어”

옥상텃밭 만들기 사업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성 사업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앞으로 견문을 더 넓히기 위해 좋은 사례를 보러 견학도 열심히 다닐 예정이다. 또 옥상텃밭이 조성된 건물에는 사진이랑 푯말 등을 부착해 마을 특성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올해 하반기 마을르네상스 사업 공모에 ‘고렴골 화합잔치’ 신청을 해놨다. 추석전으로해서 마을주민이 직접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코자 한다.

또 유휴지 텃밭 조성하기나 거리에 조성된 화단 정리 등을 추진해 우리 마을을 보다 깨끗하고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하고자 한다.

 

▲ 고렴골마을만들기협의회 신성열 회장 옥상에 다양한 야생화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수원시 고렴골마을만들기협의회의 한 회원 옥상텃밭(위), 표주박이 풍성하게 열렸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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