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병(아썸 대표, 생태학박사)
비가 온다. 7월 초부터 가뭄과 폭염이 한반도를 달구더니, 어제 밤부터 전국에 비가 내린다.

40여 일간의 가뭄과 20여 일간의 열대야를 동반한 폭염에 사상 초유의 한강과 낙동강을 덮친 녹조에 온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한반도를 뒤덮은 북태평양 고기압은 적도의 더운 공기덩어리를 몰고 와서 일본열도와 한반도를 포함한 북태평양 상공에서 꼼짝 않고 40여 일을 버티었다.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된 엘리뇨와 라니냐 파동은 전 지구적 기상이변을 가져왔고 이는 한반도의 가뭄과 폭염을 초래하였다.

엊그제 군산지방의 400mm의 국지성 호우를 몰고 오더니, 지난밤부터 전국적인 비가 내린다. 단비 소식에 각 지자체의 상수도 사업본부와 4대강 사업본부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녹조현상이 어찌 한강과 낙동강에만 왔겠는가? 금강, 영산강도 물론이었고 전국의 18000개에 달하는 댐과 저수지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녹조는 녹조현상(water bloom)을 일컫는 용어이다. 녹조현상은 주로 여름철에 호수나 하천에서 식물플랑크톤(phytoplankton)의 일종인 남조류(藍藻類)가 번성하여 수체의 표면을 초록색으로 뒤덮으며 물비린내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민물에 사는 조류(藻類, algae)는 수중에서 부유생활을 하며, 엽록소를 가진 단세포 식물로서 겨울철에 물색을 커피색으로 물들이는 규조류(diatoms)와 여름철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blue green algae)가 대표적이며 인편모조류, 쌍편모조류 등이 있다.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음의 4가지 인자가 있다.
1.부영양화 : 인구증가와 산업발전 등으로 인한 하폐수의 유입, 비료와 농약의 과다 사용, 가축의 대량사육 방식에 의한 축산폐수의 유입 등이 장기간 계속되어 부영양화의 핵심 물질인 질소(N)와 인(P)의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이다.
2.햇빛 : 조류는 물속에서 광합성을 하는 생태계의 1차 생산자이다. 수면조도가 3-5%의 보상점 이내인 수표면에서 서식가능하며 일조량이 긴 여름철에 증식속도가 빠르다. 가뭄이 7일 이상 계속되면 극성을 하게 된다.
3.수온 : 여름철 폭염으로 수온이 20도 이상 지속되면 극성기를 초래하여, 세포분열의 최적온도인 26도를 넘어서면 2시간 마다 2배 증식속도를 보이며 가히 하루 동안에만 7회의 세포분열을 하여 2의 7승(144)배의 무서운 Bloom 현상을 보일 수도 있다.
4.유속 : “고인 물은 썩는다” 는 말이 있듯이, 저수지나 댐에서는 여름철 녹조현상이 많이 생기더러도 일정한 유속이 있는 하천이나 계류에서는 좀처럼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Bloom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녹조가 물 흐름에 의해 흘러가기 때문이다. 흐르는 강물을 댐이나 보로 막아 유속을 느리게 했을 때 녹조현상은 피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낙동강 수계의 경우 4대강 공사이전 평균유속 40cm/sec이던 것이 금년에 2cm/sec로 느려졌다고 한다.

이제 지구온난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인지도 모른다. 기상이변은 도처에서 과학자들의 예측을 앞서가고 있다. 인간에 의해 초래된 현상이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매년 한반도 넓이만큼씩 확장되는 사막화 현상, 미국 옥수수 곡창지대의 가뭄으로 인한 곡물가격의 폭등, 인도와 아프리카대륙의 대가뭄 등 눈만 뜨면 전 세계의 기상이변 보도가 눈을 어지럽힌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은 속일 수 없다. 오늘 내리는 이 비가 당장의 녹조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해 주겠지만, 비가 그친 다음 추석까지 계속될지도 모르는 폭염과 가뭄은 또 어찌할 것인가. 자연에 대한 무차별적인 착취에 기초한 서구의 인간위주의 자연관은 인류문명의 종말이라는 자연의 되돌림을 받을지도 모른다.

자연을 병들게 하면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함께 병든다. 바이러스가 숙주의 몸속에 들어가 이기적 무한증식을 계속하다가 결국 숙주가 사망하면 바이러스도 같이 사망한다. 이것이 자연의 평범한 이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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