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하송리은행나무 진단서2
▲ 영월하송리은행나무 진단서

 

 

 

 

 

 

 

 

 

 

 

 

며칠 전 어머니께서 집에서 넘어지시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일주일 가량 입원해 계시면서 입원치료를 받으면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 처리를 위해 진단서를 발급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수수료가 2만원이란다. 얼마 안되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2만원이라는 수수료를 지불하려니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단서가 이렇게 비싼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나무병원에서 발급하는 진단서 비용은 적당한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 토양분석 종합성적표

 

보통 나무병원에서 발급하는 진단서 비용은 몇 십만원에서부터 100만원 이상까지 무척 다양하다. 단순히 진단서 한 장 써 주는데 이렇게 많은 비용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폭리이다. 그런데 전후사정을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선 진단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직접 진단해야 한다. 그런데 나무는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가야 한다. 진단을 한번 나가면 기본이 3-4 시간이다. 지방으로 나가면 소요 시간은 더 많다. 어떤 날은 진단하는데 10분 걸린 반면 찾아가는데 4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이렇게 현장을 찾아가 진단을 하는데 다행스럽게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현미경 검경이라든지 실내 자료조사를 해서 확인해야 하는 일이 태반이다. 아직 우리나라에 기록이 안된 해충이나 병원균을 동정하기 위해서는 몇 시간 아니 몇 일을 소비하기도 한다. 거기에 근거를 찾기 위해 몇 년치 기상청 자료를 찾는가 하면, 국내외 논문을 수십 권을 찾기도 한다. 수목생리, 생태, 기상, 토양, 농약, 등등 기본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이 수두룩하다. 그런 결과에 따라 자료 사진과 첨부하면 비로소 진단서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어떨 때는 한건에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진단서를 쓰는 일은 힘든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즐거운 일이다. 왜냐하면 진단서에는 꼭 처방전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치료를 하면 된다는 방법이 쓰여 있기 때문에 처방에 따라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져 회복되면 나름 자부심과 긍정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진단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갈까? 아직 우리나라에는 통일된 진단서 양식이 없다. 몇 몇 단체에서 만든 양식을 이용하는데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적용한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것은 대상, 위치, 수종, 주수, 수고, 흉고직경, 수령 정도이다. 기본사항을 적고 진단받는 나무의 현재 상황을 이어서 적는다. 잎이 조기낙엽진다든지, 잎뒷면에 하얀 가루같은 것이 뭉쳐져 있다든지, 둥근 원형으로 반점이 나타난다든지 현재 피해 받고 있는 상황을 그대로 적는다. 다음으로 피해 원인을 적는다. 사실 이것이 진단서의 주목적이다. 피해원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 처방이 잘못 되기 때문에 가장 신경써서 적어야 한다. 피해원인은 생물적인 원인에 의한 것 일수도 있고. 기상과 관련될 수도 있고. 아니면 토양이나 기타 다른 주변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인에 대한 처방을 적는다. 어떻게 하면 나무를 치료할 수 있는지 방법을 적는다. 덧붙여서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명시해주도록 하고 관련 사진을 첨부하면 진단서가 완성된다.

 

▲ 영월하송리은행나무 사진도면1

 

 

▲ 영월하송리은행나무 사진도면2

색깔있는 나무의사
이태선(솔뫼나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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