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 고정희 지음 / 나무도시 펴냄 / 303쪽 / 값 1만 6800원

 

이 책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한 식물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16세기에 이르러서야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튤립부터 2억 7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은행나무에 이르기까지 사람들 곁을 한결같이 지켜온 식물들이 인류의 삶과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세심히 살피고 있다.

수로부인의 진달래, 마고여신의 복숭아나무, 유화부인의 버드나무, 심청의 연꽃처럼 우리의 신화와 전설에 담겨있는 식물은 물론,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라는 누명을 쓰게 된 사과나무와 비너스의 눈물이 변해서 생겨난 양귀비, 게르만 족에게 거의 유일한 나무로 추앙받았던 마가목 등 서구문화권에서 주목 받았던 식물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인류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신화와 예술 작품, 이를 테면 그리스 신화와 셰익스피어의 희곡, 삼국유사와 심청전, 보티첼리와 푸생의 그림,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등에 등장하는 여러 식물들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분석은 식물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되돌아보게 하고, 문화의 원류가 무엇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또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영원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에게 식물은 어떤 존재일까, 아니 식물에게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라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을 지은 고정희 박사는 “식물은 내게 학문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정원이라는 공간을 만들고, 정원에 대한 책을 쓰는 내게 식물은 언제나 삶의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들이 두런두런 들려 준 이야기는 참 경이로웠다. 그 신비로운 속삭임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자 고정희는?

1981년 독일 유학길에 올라 베를린 공과대학 조경학과에서 Water-City 개념이론으로 석사학위, 20세기 유럽조경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베를린 자유도시개발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10년간 도시설계 및 조경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독립하여 녹색 엔지니어링 사무소를 창립했으며, 2004년 귀국 후에는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고정희 조경설계연구소’와 ‘Third Space’를 운영했다. 현재는 다시 독일에 머물며 집필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