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지해 작가의 DMZ정원


2012년 첼시플라워쇼는 한국의 황지해를 위한 행사였다.

지난 26일 끝난 ‘2012년 첼시플라워쇼’에서 ‘침묵의 시간:DMZ 금지된 정원’을 출품한 황지해 작가가 쇼가든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데 이어 전체 작품을 대상으로 한 최고상인 ‘영국왕립원예협회(RSH)장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올해 신설된 왕립원예협회장상은 정원·원예·플라워쇼 등 부문 구분없이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최고작(Best)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황지해 작가가 첫 번째 수상하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황지해 작가(뮴 대표작가)는 지난해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아티즌 부문에 출품해 금상과 베스트를 수상해 2관왕에 오른데 이어 올해에도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황 작가의 RSH회장상 수상은 세계적인 정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이름 조차 들을 수 없었던 한국의 정원이 무명의 작가에 의해 2년만에 세계 최고의 정원으로 우뚝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엘리자베스 뱅크스 왕립원예협회장은 “황지해 작가의 작품은 DMZ가 담고 있는 의미와 이야기를 훌륭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면서 “최고의 작품”이라고 DMZ정원의 최고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엘리자베스 회장은 “황 작가만의 독보적인 식재연출 기법으로 창조된 식재 조합이 환상적이며, 60년간 지켜온 DMZ 원시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빠진다”며 DMZ정원에 대한 찬사를 덧붙였다.

영국 왕실의 에드워드 왕자를 비롯해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DMZ정원을 첼시플라워쇼 이후에도 영구보존해 DMZ 가치와 평화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된 가운데 DMZ정원이 영구 보존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 8월에 열리는 영국 런던올림픽이 폐막한 후 9월부터 조성되는 ‘엘리자베스 여왕 올림픽공원’에서 요청이 왔고, 황 작가 역시 올림픽공원에 기증을 결정했다.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스트라트포드에 조성되는 이 공원은 유럽 최대 규모의 도심 공원이 될 전망이어서 DMZ정원과 한국을 알리기에는 최적의 공간으로 기대된다.

이미 올림픽공원에는 4대륙을 대표하는 정원이 꾸며졌으며, DMZ 정원은 9월 이후에 올림픽공원으로 이전하기까지 2012런던올림픽 성화봉송 구간에 위치해 있는 런던 Pleasure 공원 부지에 자리를 잡게 된다.

황지해 작가가 정원의 고장인 영국 런던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화려함 뒤에는 이번 행사에 출품조차 하지 못할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이번 행사가 열리기 3주전까지만해도 작품 제작비를 후원받지 못해 출품포기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고, 첼시플라워쇼를 주관하는 왕립원예협회로부터 최후 통첩을 받기에 이르렀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광주광역시와 지역기업들은 메세나운동 차원에서 황 작가 후원업체 찾기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지역업체인 호반건설(3억)과 남광건설(2억)에서 정원 조성비로 필요한 5억원을 후원키로 했다. 이를 통해 DMZ정원은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금상과 최고상이라는 2관왕으로 세계적인 작품으로 우뚝서게 된 것이다.

황 작가는 쇼가든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직후 수상소감에서 “저를 믿어주신 광주시와 지역기업들 그리고 DMZ 정원을 위해 협력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면서 “이 작품은 참전용사와 이산가족에게 바치며, 숨겨진 아픔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 DMZ정원을 살펴보고 있는 황지해 작가.
황 작가는 지난해 출품했던 ‘해우소 가는길’에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 ‘디테일의 귀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호주의 저명한 원예학자이자 방송인인 그래험 로스는 “원예학적으로도 완벽하다, 모든 식물 하나하나가 매우 신중하게 연출됐으며, 마치 자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극찬을 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BBC 프리젠터이자 가든디자이너인 제임스 웡은 “디자이너에게는 자기 가든만의 독창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인데, DMZ 정원은 60년의 시간성을 완벽하게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에서 매년 5월에 개최되는 ‘첼시플라워쇼(Chelsea Flower Show)’는 영국왕립원예학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180년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세계 최고 권위의 정원 및 원예박람회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 정·재계, 문화인사 등 해마다 17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첼시플라워쇼 전시장은 정원, 다양한 식물과 화훼전시, 꽃꽂이전시, 각종 정원에 관한 제품과 식물 판매소로 구분된다.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는 총 500여개 작품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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