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이 창립 90주년을 맞아 ‘한국정원의 세계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창립 90주년이라는 뜻깊은 시점에 다름아닌 ‘정원’을 화두로 던졌다는 사실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산림청이 ‘도시숲법’ 등을 두고 조경계와 업역에 대한 갈등과 긴장감이 높은 시점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달 26일과 27일 양 일에 걸쳐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린 심포지엄은 ‘한국정원은 무엇인가’라는 고찰과 ‘한국정원을 어떻게 알리는가’라는 세계화를 위한 제언 등을 1부와 2부 주제발표로 나누어 진행했다.

산림과학원, ‘정원의 세계화’를 말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산림과학원은 지난해 아메리칸대학교에 조성된 한국정원을 ‘한국정원 세계화’의 화두로 던졌다.

앞서 산림과학원은 지난 2010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아메리칸대학교와 양해각서를 맺고 왕벚나무 20그루, 소나무, 단풍나무, 무궁화 등 31종 200그루의 나무를 기증하는 등 한국정원 조성을 적극 지원해 왔다.

이는 산림청이 그동안 얼마나 ‘정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겸 척도라 할 수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도 조셉 쿠퍼 아메리칸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 부학장이 직접 참석해 ‘아메리칸대학 한국정원의 의의와 앞으로의 발전방향’이란 특별 주제발표로 심포지엄 포문을 열었다.

조셉 쿠퍼 부학장은 “조성된 한국정원에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 학생 모두 좋아한다”며 한국정원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조경’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조셉 쿠퍼는 “한국정원은 식재된 식물이나 구성물에 화학약품을 전혀 쓰지 않은 자연적인 소품으로 조성돼 유지관리가 쉽다. 또 햇빛을 그대로 흡수해 자연스러운 채광 효과를 줄 뿐 아니라 새들의 서식처로써 생명이 살아있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자리한다. 한국정원에 주로 식재된 상록수도 ‘정원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1943년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식수목인 왕벚나무, 한덕수 미국 대사와 제주도에서 제공한 돌하루방이나 동자석상 등이 정원에 놓여지면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지적했다.

프랑스에 조성된 한국정원의 사례도 소개됐다.

프랑스 한국연구소 소장이자 파리7대학 동양학부 한국학 과장을 맡고 있는 마틴 프로스트 교수는 ‘파리7대학 한국정원 조성사례’를 발표했다.

마틴 교수는 “여러 시설이 접근한 옥상 지역에 조그맣게 설치된 이 정원은 한국의 문화적 요소에 프랑스의 미적 만족을 적용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소개했다.

소개된 파리7대학의 정원은 사각 마당 가운데 식재된 소나무, 건물과 정원 사이 이동통로로 만들어진 마루, 처마형 캐노피 등 한국식 건축과 정원 형태가 가미된 시설과 구조가 눈길을 끌었다.

마틴 교수는 “이 정원의 아름다움은 단순성, 유리문을 통한 투명성, 섬이 떠있는 것 같은 가벼움, 또 안과 밖의 경계 간 융합 등을 들 수 있다”며 “한국문화를 반영하고 환경과 어울리며 프랑스의 미적 기준에 부합되도록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한국정원에 대한 세계적 인식이 아직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미국 농무부 소속 원예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은주 연구원은 ‘미국의 식물원-한국정원에 대한 인식’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인들에겐 아직 한국 정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고 꼬집었다.

정 연구원은 “정원 가꾸기를 매우 좋아하는 미국에서 이국적인 형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있는 정원은 일본정원이고 대부분 아시아식이라 하는 것은 일본식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일본 정원의 수가 무려 300여개에 달하며 정원의 역사가 깊은 중국의 정원도 포클랜드 등에 몇몇이 조성돼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정원은 공식적으로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미국에는 일본 조경전문가가 많이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은 굉장히 부족해 한국식 조경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정부와 조경 전문가들, 미국 교민들의 의지로 더 많은 한국정원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과학원 ‘정원’을 연구해오다.

심포지엄에서는 국립산림연구원이 한국정원 세계화를 모색하는 것과 함께 한국전통정원에 대한 연구도 지속해왔던 내용들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진혜영 국립수목원 연구사는 ‘식물원·수목원에 적용 가능한 한국 전통정원 유형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식물원 측면에서 전통정원의 세계화 적용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진 연구사는 “한국 전통정원을 식물 및 배식 기법, 사상적 의미 등 다각적 방면에서 고찰해 관련 고문헌과 현재 식생을 비교 분석해 유형도를 작성, 향후 전통정원 조성 시 필요한 대표성을 도출해내고자 했다”며 “내년 국제정원박람회에 활용하고 수목원에 적용 가능한 표준 조성모델을 개발, 국내외 한국 전통정원 조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연구 성과를 밝혔다.

또 권진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림연구소 박사는 ‘한국 정원과 마을 숲’을 주제로 우리나라 마을에 조성된 마을 숲을 9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의미와 성격을 분석하며 미래 한국형 정원에 대한 대안적 시각을 나타냈다.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정원에 대한 고찰도 눈길을 끌었다.

경희대학교 문화관광컨텐츠학부 데이비드 A. 맨슨 교수와 한국 산악 전문가인 로저 쉐퍼드는 모두 우리 한반도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우리 정원문화를 들여다 봤다.

데이비드 교수는 ‘한국의 백두대간 정신문화는 어떻게 한국조경에 나타나는가’라는 주제로 성황당, 돌탑, 산신령, 사당, 사찰 등 샤머니즘에서 불교, 유교 등 전통종교 정신사상과 자연에 대한 인식이 어우러진 한국 고유의 조경문화를 조명했다.

또 한국 산악 전문가이자 식물학자인 로저 쉐퍼드 씨는 ‘백두대간 테마 식물원을 주제로 한 한 한국정원’을 발표하며서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한국의 나무와 식물을 볼 수 있는 식물정원을 꾸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전통정원에 대해서는 성종상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교수가 ‘조선 선비 정원의 미학’이라는 주제로 한국전통정원의 고유 미학을 알리는 한편 한국민예미술연구소 허균 소장이 ‘한국 전통정원의 배후사상’을 발표했다.

이날 심포지엄과 관련해 권진오 산림과학원 난대림연구소 박사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그동안 산림과학원에서 도시숲 조성사업을 앞두고 정원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며 “조경산업과 정원문화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연구와 지원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연구 배경을 말했다.

또 조경분야에서 유일하게 주제발표를 맡았던 성종상 교수는 “조경계와 어떤 협력이나 협의 없이 심포지엄이 진행된 것 같아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일면 정원에 대한 깊이있는 관심과 지원이 부럽다. 앞으로 조경계와 함께 이러한 자리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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