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자(평화엔지니어링 부사장)
봄이 어디 갔어? 어디 갔어? 하며 찾고 있는 여름같은 봄이다. 만물이 파릇하고 생기발랄한 이때 새롭지 못한 나의 나이가 나이인 지라 그 파릇한 새싹을 보며 오랜 숙제이자 꿈이 생각났다.

내 오랜 꿈은 폼나는, 뜻있는 노인촌을 만들어 오랜 지기들과 오손도손 사는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와 그들의 노년이 아름다운 황혼이고, 젊은이들의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고, 아쉬움이길 바랐다.

욕심일까? 꿈일까?
이것이 늘 내 숙제였는데 얼마전 내 은사님 한분이 본인이 그린 그림을 갖고 후학들을 위한 전시회를 하셨다. 그 전시회를 보며 나는 나의 숙제를 다시 끄집어내게 되었다.

교수님은 당신의 방식에 맞게 주체적이며, 후학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뭘까를 늘 생각 하시고, 안으로는 손주를 귀여워하며, 배우자를 배려하며 그러면서 좋아하시는 일 하며 지내시는 그 모습이 늘상 존경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구나 다 그럴 수는 없지만 그리고 방법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누구나 노년에는 주체적이며 주변을 배려하며, 좋아하는 일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종점은 평온하게 존경스럽게, 우아하게 가야한다는 내 생각이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아니 모든 이들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이들을 위한 황혼의 마을을 만들어 다 같이 살고 싶었다. 막연히 그러고 싶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어느 것이나 관계없이 태어나 소멸될 때까지 일정한 수명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150살 정도라고 한다. 생물학자들 이야기지만 인류가 마땅히 살아야 할 수명을 추측하면, 동물의 수명은 성숙 나이의 8~16배라고 한다. 즉 인간의 성숙 나이가 16살이면 그 수명이 150살 정도라고 계산한다는 것이다.(성숙이 늦게 되면 더 오래 사나? 요즘 사람들은 조숙하니 수명이 더 짧겠다)

현재 세계의 개인 평균 수명은 60~65세 이라고는 하나 최근의 정상수명은 70~75살로 계산한다고 하며 최고수명은 평균의 2~3배로 되어있다.
수명의 길이도 동물 종의 특성, 생체의 유전자에 의해 규제되는 선천적 인자와 외부환경에 의하여 지배되는 후천적 인자가 복잡하게 엉켜있는 결과라고 한다. 최근에 수명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외진 곳에 공기 좋고 물 좋은 산촌마을이나 어촌마을에만 있던 장수마을이 서울 도심에서도 생겨나는 것은 아마도 후천적 인자가 더욱 강하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고령화가 사회의 이슈가 되면서 국가에서도 100세 시대를 대비한 정책을 한창 연구 중이다. 이런 연구가 잘 수행되고 실천되면 외부적인 사회 시스템은 고령인들에게는 잘 준비된 사회가 되어 질 것이다.

좋은 환경, 좋은 주택 및 생활환경이 준비되어 고령화 시대의 노인들에게 제공되어 진다고 하자, 그 노인이 좋은 의료시설에서 누워있다거나, 복지시설 한 귀퉁이의 안락의자에 앉아 하염없이 바깥을 바라본다거나, 제공된 자립일자리에서 적응 안 된 채 눈칫밥을 먹는다면 누구를 위한 준비였겠는가?

아무리 좋은 환경의 모든 시설이 제공 되어져도 좋은 환경에 주도적이지 못하고 적응되지 못하는 노인이 된다면 이런 모든 사회적 준비는 무용지물 일 것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이 시기에 접어드는 모든 이들은 이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준비하는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이가 만드는 노인세대의 준비는 현장조사가 빠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막연한 준비 일 수밖에 없다. 노인이 만드는 노인 세대의 준비는 모든 준비에 적응될 수 있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가 있을 것이다. 남이 해주는 밥은 편하기는 하겠지만 내가 한 밥만큼 나에게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고령 연령대에 접어든 세대나 언젠간 접어들 세대나 이런 고령화 시대를 준비함에 있어서 나의 일을 남의 손에 맡기거나, 안주하는 수동적인 자세는 앞서가는 기존 선진국의 노인시설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돌봐주고 제공해주는 놀이프로그램과 기구로 놀고, 안주하고, 돌아갈 날 만을 기다리는 듯한 노인시설의 하루는 우리가 바라는 노년의 하루는 아닐 것이다.
요즘 들려오는 사회 노령화에 대한 걱정, 노인들의 준비되지 못한 노년생활에 대한 문제 등등 노년에 대해 문제만이 나열되어 점점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어가는 것 같은 이 상황을 노년은 문제가 아니고 선물이라는 인식을 들게 해 주어야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진취적으로 뒤따라오는 세대의 견본으로서 만물의 영장으로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노인다운 마무리를 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농촌 마을에 가보면 그곳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본인의 활동으로 살아가신다. 아직 국가의 어떤 혜택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식의 도움도 어려운 경우가 허다해서 어르신들은 자립적이고 활동적이다. 욕심 없이 어울림에 벽이 없다. 그런 곳에서 장수마을이 생긴다. 이 곳에서 한줄기 빛을 본다.

노령화 시대의 노인들의 마을은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을 위한 노인들의 마을로 꾸며 살고 싶다. 만물의 영장인 인류의 노년은 누구든지 그 수고함에 격려 받아야 마땅하고 행복하고 평화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의 마을은 노인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소외 되지 않는 편안하고 행복한 마을을 노인들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어린세대에게 존경스런 노령세대, 의지하고픈 노령세대가 되어 행복한 인류의 한 축이 되도록 노력하는 노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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